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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밥노점' 갈등 시한폭탄…상생해법은 있다

노원구, '생계형' 노점 양성화로
남대문, 상인간 '자율공생'으로

(서울=뉴스1) 김의진 기자 | 2013-01-30 06:28 송고 | 2013-01-30 06:30 최종수정


29일 저녁 서울 동작구 노량진로 일대에서 컵밥노점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 News1 김의진 기자



29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로 일대 일명 '컵밥노점' 거리에서 며칠전 강제철거로 인한 폐허분위기는 더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거리에는 다시 노점이 차려졌고 한푼이라도 더 아껴 끼니를 해결하려는 인근 고시학원 수험생들로 거리는 북적였다.


구청에 몰수당했던 조리도구 등 영업도구를 찾아오고 파손된 노점도 다시 수리한 뒤 이날부터 영업을 재개했다.


그러나 철거 이전으로 되돌아온 풍경과 달리 노점 상인들과 인근 상인들 사이에는 여전히 갈등으로 인한 긴장감이 팽팽했다.


23일 새벽 철거됐던 한 노점 상인은 "31일이요. 우리랑은 상관없어요. 이미 한번 철거해갔는데 뭐…"라며 애써 외면하려 했지만 얼굴에 드리운 그늘을 지우지는 못했다.


31일은 동작구청이 노점상들에게 자진정비를 통보한 기한이다.


그러면서 "민원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라며 "여기서 노점상들이 장사한 게 20년이나 된다"고 스스로에게 정당성을 부여했다.


한 노점 천막에 붙여진 행정경고장을 가리키며 "난 이거 장사라고 생각 안한다. 전쟁이다"라며 흥분하는 또 다른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번 노점 철거를 모면한 대부분 노점상들은 "우리는 할 얘기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아직 노점상 단체 차원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 견해를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했다.


인근 상가 식당주인들도 역시 이전처럼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지만 노점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가웠다.


노량진역 인근에서 8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50대 남성은 "(노점 탓에)좁아서 거리를 다니지도 못해. 부딪히고 싸움나고…젊은 사람들이 어깨 부딪혔다며 시비를 걸어올 때도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노점상 입장에서 생존권의 문제라는 건 알고 있다"면서도 "쉽지 않겠지만 보다 강력하게 구청이 제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량진 컵밥노점을 둘러싼 갈등은 시한폭탄처럼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동작구청도 역시 정당한 법 집행이라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 다만 자율정비 기한인 31일에 맞춰 철거를 강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작구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기반해 '점진적 철수'를 유도할 것"이라며 "기한일까지 영업을 계속하는 노점상에는 철수요청 공문을 한 차례 더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로 일대에 명물로 자리잡은 '컵밥노점' 천막에 강제철거에 항의하는 글들이 붙어 있다. © News1



◇철거 미루고 합의점 모색…합법화해 점용료·과세도 필요


하지만 컵밥노점을 둘러싼 상인들 간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일부 서울 시내 자치구에서는 상생할 수 있는 제도적 해법이 시도되고 있다.


노원구는 다음달부터 '기업형' 노점상과 '생계형' 노점상을 구분해 생계형을 인정하는 방식의 '노점관리 운영규정'을 시행한다.


노원구는 노점상의 생존권과 주민들의 보행권 충돌을 해결하기 위해 이 같은 대안을 제시했다.


대신 비생계형으로 분류되는 기업형 노점상에 대해서는 합동특별단속반을 편성해 강력하게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노원구 관계자는 "2인 가구 기준 재산규모가 2억원(신규노점은 1억2000만원) 이하인 생계형 노점을 선별해 1년 단위로 최장 5년까지 허가하기로 했다"며 "대신 일정한 점용료를 받고 통행에 지장이 없도록 노점설치 제한구역을 지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구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노점상이 4번째로 많고 구청 접수민원 중 10%가 노점상에 이를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제도적 해법이 아닌 지역상인들의 자율적인 공생으로 갈등이 해결되는 곳도 있다.


지난해 11월 강제철거됐던 남대문시장의 명물 '야채호떡집'은 다시 그 자리에서 이전처럼 영업을 하고 있다.


당시 컵밥노점처럼 인근 상인들의 신고로 철거가 이뤄졌지만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상생'이라는 해결점을 찾았다.


이미 명물로 자리잡은 호떡집 덕에 몰려들던 관광객과 손님들이 줄어들면 인근 상인들도 역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철거를 지켜보던 인근 상인들의 마음도 편할 수 없었고 호떡집 노점상도 역시 인근 상인들과 시민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으려고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동작구의 입장은 아직도 완강하다.


동작구청 측은 "노원구나 남대문 같은 접근방식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으며 "생계를 문제로 영업권을 주장하는데 취업알선 프로그램이나 복지정책을 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일단 강제철거를 밀어붙이기보다는 추운 겨울철을 넘겨 시간을 갖고 함께 대안을 찾아보자는 의견도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양극화와 민생고가 극심해지는 요즘 같은 시기에 그것도 겨울에 철거를 강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철거시기를 미루고 합리적인 합의점을 찾는 대화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안 팀장은 "노점상과 인근 상인은 물론 지자체, 지역주민, 시민단체 등이 함께 모여 논의하면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특성에 따라 노점상 허용구역을 정하는 방법 등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노점상을 합리적으로 양성화해 적법한 도로점용료와 매출에 대한 과세를 매겨 차기 정부가 추구하는 '지하경제의 양성화' 차원에서 해법을 도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now21c@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