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간첩혐의로 구속된 탈북자 출신 계약직 공무원 유모씨(33) 사건으로 '충격'에 빠졌다.
서울시 공무원이 간첩사건으로 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하자 탈북자 관리를 담당하는 해당부서나 유씨가 소속돼 있던 부서의 공무원들은 이번 사건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1일 국가정보원과 검찰에 따르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지령에 따라 자신이 관리하는 탈북자 명단과 동향 등 관련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서울시청 복지정책과 생활보장팀 주무관 유씨를 구속 수사 중이다.
서울시의 관심은 유씨가 탈북자 명단과 동향 등을 입수한 경위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 소속으로 일하고 있는 탈북자 출신 공무원은 구속된 유씨(복지정책과)를 비롯해 총 3명이다. 나머지 두 명은 각각 창업지원과와 행정과에서 일하고 있다.
구속된 유씨는 2009년 11월 '탈북이탈주민 등을 고용하라'는 행정안전부의 지침에 따라 2011년 6월 시간제 마급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유씨는 시간제 계약직으로 일주일에 20시간을 일해 왔다. 근무형태는 미리 결제만 받으면 편한 시간에 출근해 일하는 형식으로 일주일에 20시간만 채우면 됐다.
유씨가 받는 급여는 월100만원 정도로 알려졌으며, 공식업무는 저소득층 또는 기초생활수급자에 한해 몸이 아픈 경우 이들을 지원하는 '의료급여업무 보조업무'이다.
시는 의료비 과다 책정 등을 막기 위해 의료급여관리사라는 전문직 공무원을 별도로 채용하는데, 유씨는 이 의료급여관리사의 보조업무를 담당한다.
유씨가 입수한 탈북자 명단과 동향 등 관련 정보가 이곳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유씨를 관리했던 서울시 관계자는 "의료급여를 받는 사람들 중 일부가 탈북자일 수도 있다"며 "그러나 본인이 탈북자라고 밝히지 않는 한 탈북자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에선 의료급여를 받는 사람들의 네크워크를 관리하고 조정하는 일을 한다"며 "유씨가 명단을 넘겼다면 의료 수급자의 명단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씨가 이들 명단을 갖고 있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단순 보조업무를 맡았던 그는 정보접근 권한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예측했다.
유씨는 업무 시간에도 말없이 조용한 편으로 존재감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와 일했던 시 관계자는 "유씨는 말수가 적고 조용한 편이었다"며 "하지만 새터민(북한이탈주민) 모임에선 리더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 등에 따르면 2004년 탈북한 유씨는 함경북도 청진의대를 졸업한 외과 의사 출신이다. 탈북 후 남한에 정착한 유씨는 명문 사립대에 진학했고, 그의 가족들은 북한에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시는 우선 국정원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창학 서울시 대변인은 "서울시는 현재 국정원의 수사상황을 지켜보는 입장"이라며 "신원조회나 그의 업무 동향 등 관련된 사항들은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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