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 및 최고위원들은 18일 총 사퇴를 선언하면서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에 대한 직간접적인 비판과 불신을 쏟아냈다.
지도부는 이날 낮 12시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선언한 뒤 자당의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상대인 안 후보에게 세 가지를 요청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세 가지 요청을 하면서 안 후보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안 후보와 안 후보 캠프가 단일화 과정 등에서 보여준 행태를 겨냥한 발언들로 안 후보를 압박했다.
요청 사항 자체는 '올곧고 선한 마음으로 정말 새로운 정치를 해달라', '단일화에 진심을 가지고 즉각 논의를 재개해 달라', '故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존중해 달라' 등 이었지만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안 후보의 행보가 구태 정치라는 점을 지적하고 민주당을 존중하지 않는 안 후보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새로운 정치'와 관련해 "우리 정치에서 척결돼야 할 가장 대표적인 구태 정치는 '거짓말과 분열주의, 그리고 무책임하고 불안한 정치'와 '정당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당권 투쟁, 자리 싸움에 골몰하는 정치'다"라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거짓말, 무책임하고 불안한 정치, 정당 민주주의 부정' 등은 안 후보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지난 달 "전 세계의 민주국가에서 무소속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어 국가를 경영한 사례는 단 한 나라도 없다"며 안 후보의 안정적인 국정운영 능력에 물음표를 던진 바 있다. 이른바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이다. 당시 안 후보측에서는 이에 강력 반발했다.

단일화 재개와 관련해 이 대표는 "단일화 과정에서 서로 오해와 마찰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시간이 많지 않다. 만약 개인의 권력욕과 유불리를 따져 단일화를 질질 끌거나 결렬시킨다면 결코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 개인의 권력욕을 거론하며 안 후보가 그동안 보여온 행태에 대한 축적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민주당과 문 후보 측은 그동안 "안 후보측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단일화 방식으로 룰을 정하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다"며 비판해 왔고 이러한 비판은 안 후보가 지난 14일 민주당의 신의성실 원칙 위반 등을 이유로 단일화 중단을 선언하면서부터 더욱 강해졌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두 전 대통령을 존중해달라는 것과 관련해서는 "민주당은 그 분들이 이끈 정당이고 박지원 원내대표님을 비롯한 이른바 동교동의 분들, 그리고 이른바 '친노'(친 노무현)는 그 분들과 함께 평화적 정권교체와 참여적 정치를 위해 일했던 사람들"이라며 "민주당을 구태 정당으로 지목하고 이 사람들을 청산 대상으로 모는 것은 두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다"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지난 2일 제주도를 방문했을 당시 '정치쇄신 책임론'과 관련, "민주당 지지자분들, 민주당에서도 민주화 운동을 열심히 하셨고 희생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어서 열심히 하시는 수많은 분들의 잘못은 하나도 없다"며 "계파를 만들어서 계파 이익에 급급하다가 총선을 그르친 분들의 책임"이라고 말해 민주당 및 친노 세력의 총선 패배 책임론을 직접적으로 제기했었다.
민주당 지도부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민주화 업적을 거론한 것은 안 후보의 경우,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의 어떠한 족적도 없었다는 점, 그래서 최소한으로라도 두 전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예의와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으로 봐야 한다.

한편 광주 일정을 진행 중인 안 후보는 민주당 지도부의 사퇴와 관련해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실 우리가 민주당에 요구한 것은 인적쇄신이 아니었고 지금까지 내려온 정치 관행에 대한 개선이었다"라면서도 "이 대표가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결단을 내리신 데 대해서는 진심으로 존중의 말씀을 드리고 그 뜻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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