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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광주MBC·KBS의 32년만에 쓰는 반성문

(광주=뉴스1) 김태성 기자 | 2012-05-20 07:37 송고



◇32년만에 쓰는 반성문 전문

 

32년 전 바로 오늘 밤이었습니다. 광주MBC와 KBS광주를 휘감았던 핏빛 불길을 우리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시는 5.18 광주민중항쟁이 일어난 지 사흘째 되는 날로 계엄군이 시민들을 무차별로 폭행하는 유혈진압이 정점으로 치닫는 상황이었습니다.

 

신문조차 휴간에 들어가 소식을 전혀 알 수 없었던 시민들에게 광주MBC와 KBS광주 등 방송사들은 그나마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매체였지만 방송에서는 진실을 보고 들을 수 없었습니다.

 

계엄군이 장악한 방송에서는 "18일과 19일 학생 등이 소요사태를 일으켜 경미한 피해가 있었고, 176명의 연행자는 모두 집으로 돌려보냈다"는 계엄사령부가 작성한 보도문만 전파를 타고 있었습니다.

 

금남로를 비롯한 광주시내 곳곳에서 계엄군이 휘두른 대검에 찔린 시민들이 병원으로 후송되는 그 급박한 상황에서도 사실 보도 한 줄 없이 가요나 쇼 프로그램만 한가로이 방송되는 것을 보고 격분한 광주시민들은 "이런 언론 필요없다"며 광주MBC와 광주KBS로 몰려들어 공정방송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이런 시민들의 요구를 외면했고 이에 화가 난 시민들이 방송사 건물에 불을 질렀습니다. 정권에게 장악된 공영방송사들의 어쩌면 당연한 운명이었습니다.

 

이후에도 방송은 계엄군이 써준 대로 광주시민들을 불순분자, 불온세력, 폭도로 묘사했고 결국 수 백명의 사상자가 나는 비극으로 번지고 말았습니다.

 

만약 당시 방송사들이 단 1초, 단 한 줄이라도 사실을 사실대로 진실을 진실대로 보도했다면 어땠을까 가정해 봅니다. 최소한 군인이 자국민을 향해 총을 쏘는 비극만은 막을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시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그 때 당시 우리는 언론이 아니었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무릎을 꿇고 진실을 알리지 못했던 저희의 잘못을 반성하고 용서를 구합니다. 

 

우리는 오늘의 언론 현실에서 32년 전 광주시민들을 폭도로 몰고 간 당시 언론의 모습을 다시 봅니다.

 

용산참사, 쌍용차사태, 한미FTA, 제주해군기지, 민간인 불법사찰의 주요 사안들이 왜곡되고 진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현실은 1980년과 다르지 않습니다. 정권에 장악된 방송과 언론이 진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사실을 사실답게 보도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은 예나 지금이나 꼭 닮았습니다.

 

5.18 광주민중항쟁도 마찬가지입니다. 5.18이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현상의 상당부분은 현 정부의 책임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4년 연속 5.18 기념식 불참, 역사교과서에서의 5.18 삭제 시도 등 이 정부가 이토록 5.18을 폄훼하고 무시하는 것은 5.18을 단순히 지역 행사쯤으로 격하시켜 광주를 다른 지역과 떼어놓고 싶기 때문일 것입니다. 신군부가 언론을 장악하고 전화통신망을 끊어 광주를 다른 지역과 떼어놓으려 했던 32년 전 상황과 똑 닮았습니다.


정권에 아부하는 김재철 MBC 사장, 김인규 KBS사장이 물러나지 않는 한 32년 전과 같은 비극은 되풀이될 것입니다. 모든 것이 잘못된 옛날로 되돌아가려는 이 때 우리는 32년 전과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을 다짐합니다.

 

1980년 그날 MBC와 KBS를 뜨겁게 태웠던 불길이 오늘 다시 우리의 가슴을 달구고 있습니다. 정권에 부역하는 경영진과 공정방송을 막는 세력들에 맞서 우리들은 끝까지 투쟁해 승리의 깃발을 세우겠습니다. 그리고 그 깃발을 들고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광주지부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 광주지부


 




hancu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