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여일 후면 우리나라에서 아주 특별한 올림픽이 열린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이름도 '스페셜올림픽'이다. 전세계 지적 장애인들을 위한 비영리 국제 스포츠 대회라는 점에서 신체 장애자들의 올림픽인 패럴림픽과 구분된다. 10회째를 맞는 '동계 스페셜 올림픽'은 내년 1월29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다. 아시아에선 일본 중국에 이어 세번째로 개최된다.<br>세계 111국에서 33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하고 취재진, 자원봉사자 등까지 더하면 1만5000명이 넘는 매머드급 행사다. 그럼에도 다른 국제 스포츠 행사와 달리 국민적 관심이 낮고, 경비마련을 위한 기금 조성에도 적잖은 어려움이 있어 성공적 개최를 장담하기 힘든 실정이다. 선진 대한민국의 국위를 선양할 수 있는 기회이지만, 자칫 손님을 불러놓고 실망을 안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br>그래서 2010년 11월 조직위원장으로 추대된 나경원 전 의원은 이래저래 걱정이 많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낙선, 19대 서울 중구 공천 철회, 남편 김재호 판사 기소청탁 의혹…등등 지난 6개월간 정치인으로서 겪은 시련이 컸지만, 그런 개인적 마음고생과 시련을 뒤로하고 지금은 오로지 스페셜 올림픽을 잘 치러내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 <br>그는 최근 외부활동, 인터뷰를 자제하는 등 정치 행보를 최소화하면서도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준비행사에는 빼놓지 않고 얼굴을 드러낸다. 그가 스페셜올림픽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단지 조직위원장을 맡아서만이 아닐 것이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그의 딸 유나(19)양은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났다. 즉, 장애인 이슈는 그에게 '현실'이자 '삶'이라는 얘기다.
스페셜 올림픽 개최 준비와 홍보에 여념이 없는 나경원 조직위원장을 17일 종로구 수송동에 위치한 조직위 사무실에서 만났다.

-개막일까지 약 9개월 남았다. 현재 준비상황은 어떤가
▶지난 2월 22일~24일 본 대회 경기장 시설과 경기 운영 사전 점검 차원에서 프레 대회가 열렸다. 설상경기 시설은 이미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준비하면서 마무리된 만큼 부족한 점이 없는데, 빙산경기 시설의 경우 대회장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선수들이 묵는 숙소도 완비됐다. 숙소는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와 강릉에 있는 관동대, 강릉원주대의 기숙사인데 지난번 프레 대회 때 선수들의 기숙사 사용 만족도가 높았다. 시설장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숙소, 식사 등 세심한 부분까지 챙기고 있다. 선수단과 가족의 입국에서 출국까지 부족함이 없도록 하겠다.(웃음)
-조직위원장을 맡은 계기는
▶스페셜올림픽은 2004년 국회에 들어가면서 신문기사를 보고 알게됐다. 그 전까지는 몰랐었다. 이후 관심을 갖고 지켜보다 2009년 미국 아이다호에서 열린 동계 스페셜올림픽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 선수단들이 입장을 하는데 단복도 우리 국격에 안맞고 관심이 너무 낮아 안타까웠다.
그때 우리나라도 스페셜 올림픽을 치룬다면 지적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개최 자체가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일이라 생각돼 조직위원장을 맡아 적극적으로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다른 국제대회같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행사라면 굳이 내가 안나서도 되겠지만, 일단 스페셜올림픽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어떠한 국제행사보다도 많은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나서게 됐다.
-조직위원장으로서 그동안 어떤 일을 해왔는지
▶지적 장애인들의 스포츠제전인 스페셜올림픽은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아, 시작하는데 참 어려움이 많았다. 가장 중요한게 자금문제인데, 국회에 있을동안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 지원특별법(대회지원특별법)'을 통과시켜 정부의 지원을 받아냈고, 현재 민간차원의 기금을 조성 중에 있다. 현재까지 70% 정도 충족된 상태다. (대회 개최에 필요한 예산 규모는 387억이며, 이 중 120억(총 예산의 31%)은 국비로, 나머지 267억(69%)은 민간 모금 등 기타로 충당된다)
또 행사가 잘 진행되기 위해 문화행사, 봉사, 의료 등 각종 분야의 전문가들을 불러 조직을 구성했다.
특히 스페셜 올림픽을 알리기 위해 홍보에 힘썼다. 김연아 피겨선수 등 유명인사들을 홍보대사로 위촉했고, 지난 1월에는 D-365 기념으로 플래시몹 행사를 열었다. 조직위원장으로서 플래시몹도 제대로 안 익히는것은 성의가 없는것 같아 열심히 춤 연습까지 했다.<br>-이번 대회에 특별한 것이 있다면
▶ 북한의 지적 장애인들을 초청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번 중국에서 대회가 열렸을 때 참가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선수로서가 아닌 참관인 자격으로 참여했다. 이번에는 선수로 초청하고 싶어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데 어려움이 많다. 인권문제에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는 대회를 열고 싶다.
-스페셜올림픽 개최는 어떤 의미가 있나
▶대한민국이 진정한 어른국가, 선진국가로 도약하는 계기라고 본다. 국민들도 '배려해야 한다', '더불어 살아야 한다' 등의 생각들은 어렴풋이 하고 있는데, 대회를 거치면서 이 생각이 좀 더 구체화되고 실천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지적 장애인 스페셜올림픽을 잘 치러내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세계인들의 인식도 한층 고양될 것이다.
-지적 장애인들이 이 대회에 참여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똑같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인정받고 평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적 장애인들도 우리사회 구성원으로서 기여할 수 있고 같이 살 수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미국에서 스페셜올림픽에 참여한 선수들을 조사해봤는데 참여한 지적 장애인들이 참여하지 않은 지적 장애인들보다 사회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다. 직업을 갖는 비율도 스페셜 올림픽 선수출신들이 더 높다고 한다.
이들에게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확대시킬 뿐만 아니라 본인들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갖게 해주는 것 같다.
-행사 준비하면서 애로사항은 무엇인가
▶역시 돈이다.(웃음) 미국의 경우 스페셜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높아 글로벌 스폰서들이 적극적으로 후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카콜라, P&G 등 글로벌 스폰서가 있지만 아무래도 스페셜올림픽 인지도가 낮아 스폰서를 받기 어려운 형편이다.
다행히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을 설득해 소속 30개 기업이 스페셜올림픽에 후원하기로 했다. 그 외 민간 작은기업들도 모금뿐만 아니라 자원 봉사쪽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대회가 더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는 일반인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네이버 해피빈 재단을 통해서 100원부터 누구든지 후원할 수 있는 방법으로 참여를 독려하려고 한다. 개인 후원이 늘어나는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만큼 스페셜 올림픽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br>-그동안 사단법인 사랑나눔 위캔 이사장,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 회장, 한국장애인부모회 후원회 공동대표 등을 맡으며 장애인문제 관련 활동을 많이 해왔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내 삶이다. 정치활동을 하든 안하든 장애인 문제는 내 삶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고, 이를 나의 특별한 업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br>-딸 유나양은 잘 지내고 있나
▶잘 지낸다. 유나도 스페셜올림픽 비스포츠 부문 중 하나인 '세계청소년 회담'이라는 리더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아테네 하계대회에서 의장 투표를 했는데 유나가 선발됐다. 그래서 이번 프레 대회때 아시아 대표로 연설을 해야했는데 내가 하지 말라고 했다. 괜히 엄마 덕에 의장됐다는 오해 불러일으킬까봐. 내가 위원장을 사퇴해야 유나가 연설할 수 있을거같아 고민이다(웃음). 유나도 스페셜올림픽에 참여하면서 씩씩해지고 자신감이 생겼다.
-스페셜 올림픽을 통해 바라는게 있다면
▶국민들의 마음이 변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길에서 장애인을 보면 아직도 한 번 더 쳐다보게 되지 않나. 한번 더 보지 않게 되는게 변화일 것이다. 대회가 끝나면 장애인을 두 번 쳐다보지 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관심과 격려다. 이번 대회의 슬로건이 '투게더 위캔(together we can)'이다.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더 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스페셜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갖는게 가장 중요하다.
-정치 행보는
▶아직은 마음 먹은 게 없다.(웃음) <br>
ggod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