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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토막살인 사건, 경찰 탐문 조사 제대로 했어도 참극 막았을수도...

(수원=뉴스1) 나연준 기자 | 2012-04-06 10:39 송고

 
수원에서 발생한 토막살인 사건이 경찰의 늑장대응과 초기대응 과정에서 부실하게 이루어진 탐문 조사로 인한 것임이 드러났다.
 
서천호 경기지방경찰청장은 6일 대국민 사과성명을 통해 "경찰의 미흡한 현장 대응으로 국민의 귀중한 생명이 희생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며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사죄 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사건의 현장 지휘소홀 등의 책임을 물어 관할서장과 형사과장을 대기발령 했다"며 "철저한 감찰조사를 통해 관련자들을 문책하고 이와 같은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 길을 걷다 어깨를 부딪혔다는 이유로 조선족 우모씨(42)는 퇴근하던 회사원 곽모씨(28·여)를 끌고가 성폭행하고 살해했다.
 
다음 날 우씨는 곽씨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러나 범행 당일 곽씨는 112에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13시간이 지나서야 우씨의 쪽방에 도착했고 곽씨의 시신은 이미 훼손된 상태였다.
 
경찰의 늑장대응 및 부실한 탐문 조사에 대한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수원 토막살인 사건사건이 발생한 지역..© News1 
 
◇일용직 노동자 사는 낙후된 지역
 
이번 사건이 발생한 지역은 조선족 일용직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지역주민 김모씨(40)는 "주변에 사는 사람 대부분이 일용직 노동자들이다"며 "일을 마치고 귀가하면 대부분 힘들어서 일찍 잔다"고 말했다.
 
근처에서 문방구를 운영하는 한모씨(61)는 "이 동네는 밤이 되면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는다"며 "술집, 노래방 정도가 밤에 영업하지만 어두워지면 영업하는 가게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장사도 안 되는데 전기세 등을 생각하면 일찍 문을 닫고 들어가는 게 이득이다"라고 덧붙였다.
 
슈퍼를 운영하는 김모씨(61) 또한 사고가 발생한 당시 일찍 가게를 닫고 집으로 돌아갔다. 김씨는 "밤에는 원래도 장사가 안 되는데 일요일 저녁에는 더욱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한 주민은 "밤이 되면 너무 어두워서 돌아다니기 무섭다"면서 "주변에 초등학교도 있는데 CCTV도 많이 설치하고 순찰이 강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골목길이 매우 복잡하게 이어져 있다. 또한 집들도 단칸방으로 많이 구성되어 있다.
 
우씨가 거주하던 집도 한사람이 겨우 통과할 수 있는 틈으로 들어가면 1층에 두 가구, 2층에 한 가구가 살 수 있는 곳이었다.
 
◇범인, 중국에선 농부...한국에선 외톨이
 
우씨는 중국 네이멍자치구에서 거주하다 2007년 9월 취업비자로 입국했다. 중국에서는 논농사를 짓는 아버지, 부인, 자식과 함께 지냈다.
 
이 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씨(50)는 "우씨가 가끔 찾아와 요리와 함께 술을 마셨다"고 말했다. 최씨는 "보통 일용직 근로자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서 찾아와 술을 마시기도 하는데 우씨는 혼자 찾아와 술을 마셨다"라고 말했다.
 
최씨는 "우씨가 평소 말주변도 없고 과묵한 스타일이었다"며 "한국에 가족은 없었고 중국에 아내와 딸이 있다는 것을 들은 적 있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사건이 발생한 후 다른 조선족들에게 우씨를 아는지 물어봐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전했다.
 
주변 중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여권, 비행기 표 등 업무를 봐주는 사무실에서도 우씨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었다.
 

수원 토막살인 사건우씨가 범행을 저지른 장소. © News1  
 
 
◇그래도 막을 수 있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곳은 지동초등학교 후문에서 불과 50여 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초등학교 골목길에 있던 집이라서 복잡한 골목길로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신고를 통해 들은 지동초등학교와 못골놀이터 사이 큰길 사이를 꼼꼼히 수사했더라면 참극을 막을 수도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 1일 주변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A씨(45·여)는 2일 새벽 1시까지 영업을 했다고 한다. A씨는 "당시 새벽 1시까지 영업을 했는데 경찰이 출동한 소리를 듣지 못했다"며 "경찰이 와서 물어본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집 주변에 사는 김모씨(40)는 "사고 당시 집에 있었으나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다"며 "방이 추워 두꺼운 커튼을 치고 닫아 놓으면 불빛도 밖으로 안 나가고 소리도 잘 안 들린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이들 방이 길가에서 보이는 곳에 있는데 방이 추워 다 같이 안방에서 잠을 잤다"며 "길가에서 보이는 방에 불이 꺼져 있어 경찰이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집이 길가에서 깊숙이 들어간 곳이 아니었기에 경찰 대응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yjr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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