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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李총리 "한-러, '9개 다리' 외에 새 협력분야 발굴해야"

제4차 동방경제포럼 전체세션 기조연설

(블라디보스토크=뉴스1) | 2018-09-12 15:55 송고
이낙연 국무총리. © News1
이낙연 국무총리. © News1

존경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님, 시진핑 주석님, 칼트마 바트톨가 대통령님, 아베 신조 총리님, 각국 정부의 대표단과 경제인 여러분, 귀빈 여러분, 반갑습니다.

동북아시아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극동개발과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의 지혜를 모으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올해 네 번째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서 여러 지도자들을 모시고 제가 연설하는 것은 크나큰 영광입니다.  
존경하는 참석자 여러분, 극동은 오래 전부터 동서양의 문화가 만나는 접점이었고, 대륙과 해양을 잇는 통로였습니다. 최근에는 동북아와 북유럽과 서유럽을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북극항로의 일부로서 더욱 주목받습니다.

이곳의 잠재력은 푸틴 대통령의 극동 중시정책에 힘입어 역동적으로 발현되고 있습니다. 2017년 극동지역의 산업생산률(2.2%)과 투자증가율(117%)은 놀랍게도 러시아 전국평균(각각 1.1%, 104%)을 넘어섰습니다. 지역 내 18개 선도개발구역에 진출한 투자업체는 2016년 111개에서 2017년에는 210개로 늘어났습니다.

극동은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2017년 한국과 극동지역의 교역액(71억 달러)은 한국-러시아간 전체 교역액(189억 달러)의 37.5%를 차지했습니다.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기업 150개 가운데 약 26%인 39개가 이곳에 있습니다.  
2014년 한국-러시아 사증면제협정 발효에 힘입어 블라디보스톡은 한국인의 관광명소가 됐습니다. 대자연을 배경으로 유라시아의 다양한 문화가 독특하게 어우러진 블라디보스톡의 매력이 한국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2017년 연해주를 방문한 한국 국민은 10만명으로 2016년의 5만1000명에서 2배로 늘었습니다.

해마다 동방경제포럼을 여는 이 극동연방대학교 역시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갖습니다. 이 대학교는 세계 최초로 한국학 단과대학을 설립한 곳으로, 한국학 연구의 오랜 전통과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제3차 동방경제포럼에서 '신북방정책'을 발표하셨습니다. 한국은 유라시아 국가들과 교통·물류 및 에너지·인프라를 연계해, 국내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대외로는 유라시아 대륙의 평화·안정과 공동번영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극동은 이러한 '신북방정책'의 중심적 무대입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은 러시아와 한국 사이에 '9개 다리'를 놓아 동시다발적인 협력을 추진하자고 제안하셨습니다. '9개 다리'는 한국과 러시아가 중점적으로 협력해 가야 할 가스, 철도, 전력, 조선, 일자리, 농업, 수산, 항만과 북극항로의 9개 분야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양국 정부와 민간이 함께 노력한 결과 '9개 다리' 분야에서 충분하지는 않지만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오늘 저는 그러한 협력의 성과를 점검하면서, 향후 협력의 방향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첫째, 조선, 일자리, 항만, 북극항로는 비교적 단기간에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분야입니다. 양국이 이 분야에서 먼저 성공사례를 만들어가면서 협력의 경험과 신뢰를 축적하기를 바랍니다.

작년 8월 푸틴 대통령은 한국기업이 건조한 세계 최초의 쇄빙기능을 갖춘 LNG 운반선 '크리스토프 드 마르주리' 명명식에 참가하셨습니다. 이후 다섯 척의 쇄빙LNG운반선이 각 발주사에 인도돼, 최근 러시아 야말반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중국으로 운송하고 있습니다. 북극항로 개발이 성공하면, 유라시아 대륙의 에너지 수송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물류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양국 기업간 합작으로 추진하는 즈베즈다 조선소 현대화 사업도 성공해, 조선 산업 협력의 마중물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한국정부는 슬라뱐카 항만개발 타당성연구를 지원했고, 나아가 극동의 유망한 상업항과 어항에 관한 협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경험과 경쟁력을 갖춘 한국의 중소기업들도 러시아 선도개발구역과 블라디보스톡 자유항을 중심으로 '9개 다리'의 하나인 수산분야와 함께 교통, 친환경 연료, 호텔 등 다른 분야로 이미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둘째,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는 농업과 수산에서 이미 오랜 협력의 역사가 있습니다. 이제는 생산·가공·유통·체험·관광·문화가 결합된 새로운 협력방식을 모색해야 합니다.

현재 일곱 개 한국기업이 극동지역에서 연간 6만 톤의 콩과 옥수수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콩은 비유전자 조작(non-GMO) 농산품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저는 양국이 곡물생산을 넘어 농산물 가공과 체험, 관광 분야로 농업협력을 확대하기를 희망합니다. 올해 6월 한국-러시아 정상회담에서 정례화하기로 합의한 농업 비즈니스 다이얼로그를 이런 계획에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극동바다의 풍부한 수산자원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도 활성화해야 합니다. 양국간에 추진 중인 수산물류가공복합단지 프로젝트가 빠른 시일 안에 현실화되기를 바랍니다.

셋째, 철도와 전력과 가스 사업은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로 연결하는, 우리 모두가 바라는 사업입니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투자뿐만 아니라, 국제정세 변화에 따르는 면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한국과 러시아는 20여년 전부터 철도, 전력, 가스를 중심으로 한반도와 러시아를 연결하는 남·북한과 러시아의 3각협력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아쉽게도 그 사업은 북한 핵문제 등의 사정으로 진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조성된 한반도 상황의 긍정적 변화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올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한국-러시아 양국은 남·북한과 러시아의 3각협력을 위한 공동연구를 시작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번 동방경제포럼에서도 처음으로 남·북한과 러시아의 3각협력 세션이 준비됐습니다. 정부관계자와 전문가들 이 활발히 논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남·북한·러시아 협력사업에 대한 러시아 정부와 학계의 지속적인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어제 저는 한국 물류기업이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이용해 블라디보스톡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화물을 운송하는 '블록 트레인'을 살펴보았습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8월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을 제시하셨습니다. 남·북한과 러시아, 중국, 일본, 몽골 등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참여하는 철도공동체가 구성된다면, 역내 경제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고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를 구축하는 데도 기여할 것입니다. 한국정부는 이러한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역내 국가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국제적 여건과 환경이 조성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동북아 지도자 여러분의 협력을 요청 드립니다.

넷째, 한국-러시아 양국은 한국정부가 제안한  '9개 다리' 협력에 중점을 두면서 새로운 협력 분야도 지속적으로 발굴해 가야 합니다. 이미 양국은 9개 다리 이외에 보건의료, 환경, 교육 분야를 추가적인 협력대상으로 정했습니다. 인프라에서도 많은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한국은 탁월한 의료인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한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보험제도와 ICT에 기반한 의료복지 정보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양질의 의료 서비스 제공은 극동 개발과 투자유치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극동지역의 인프라 구축에도 한국기업의 기술과 경험이 공유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폐기물 처리 등 환경 분야에서의 협력도 구체화되기를 바랍니다. 양국간 협력 분야는 한없이 넓고 많습니다.

다섯째, 한국-러시아간 극동지역 협력을 체계화하고 확대하기 위해서는 양국의 정부, 기업, 지자체, 민간 사이에 다양한 협의체를 구축하고 활성화해야 합니다.

이 분야에서는 지난 1년 동안에도 성과가 있었습니다. 한국의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장과 러시아의 트루트네프 부총리가 극동개발 협력사업 추진 협의회를 열었습니다. 양국에 기업협의회가 결성됐고, '한국 투자자의 날' 행사가 정례화됐습니다.

올해 11월, 한국의 세계적 철강기업 포스코의 본사가 있는 포항에서 여는 제1차 한국-러시아 지방협력포럼에는 한국의 17개 광역지자체 전부와 러시아 극동지역 9개 지방정부가 참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으로도 더욱 다양하고 유기적인 네트웍이 만들어져 협력이 강화되길 바랍니다.

이번 동방경제포럼을 계기로 한국과 러시아 정부는 앞서 말씀드린 협력 방향을 포괄적으로 담은 '9개 다리 행동계획' 문안협의를 마쳤습니다. 빠른 시일 안에 이 행동계획이 서명돼 다양한 투자 프로젝트가 발굴되고 체계적으로 이행되기를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푸틴 대통령님, 시진핑 주석님, 바트톨가 대통령님, 아베 총리님을 비롯한 지도자 여러분, 남북한과 러시아, 중국, 일본, 미국의 6개국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을 운영했습니다. 몽골을 포함한 수많은 국가들도 한반도 비핵화를 희망하며 6자 회담의 성공을 기원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6자 회담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더라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관련 국가들의 협력에 한국정부는 깊게 감사드립니다. 그 후로도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위한 관련국들의 모색은 이어졌지만, 지난해까지 상황은 최악의 상태로 치달았습니다.

그러나 올해 한반도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이미 두 차례의 남북한 정상회담과 사상 최초의 북한-미국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내주에는 한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올해만도 세 번째인 남북한 정상회담을 갖습니다. 북한의 김정은위원장은 트럼프 미국대통령에게 2차 정상회담을 제안했습니다. 이런 연쇄대화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에 모종의 실질적 진전을 이룰 것으로 저는 전망하고 또한 소망합니다.

남북한은 지금껏 가지 못했던 길을 개척하며,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남북한과 관련국가들은 더 많은 지혜와 용기와 인내를 요구받게 됐습니다. 어떤 난관이 닥치더라도, 우리 모두는 평화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남북한이 전쟁을 걱정하면서도 끝없이 대결하던 과거로 돌아가서도 안 되고, 돌아가지도 않을 것입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한국정부는 국제사회의 협력을 얻는 노력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정부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관련국가 지도자 여러분의 신뢰와 지원을 얻어가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향해 꾸준히 노력할 것입니다. 동북아의 화약고였던 한반도가 평화와 공동번영의 발신지로서 동북아와 세계에 기여하게 되기를 바라며, 흔들림 없이 전진할 것입니다. 그러한 한국정부의 소망과 노력이 결실을 얻도록 지도자 여러분께서 더욱 강력히 지지해주시고 도와주시기를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극동에 교통과 물류의 인프라가 구축돼야만, 유라시아의 인적·물적 교류의 기반이 완결될 수 있습니다. 지역내 협력이 심화돼 언젠가 동북아 경제공동체가 조성된다면, 유라시아 전체의 번영에 직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올해 동방경제포럼의 주제, '극동 : 가능성의 범위 확대'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극동지역과 한반도가 '9개 다리'로 맺어지고, 한국의 '신북방정책'과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 몽골의 '발전의 길 이니셔티브', 일본의 '8대 분야 경제협력'이 조화롭게 추진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동북아의 평화와 공영이라는 목표로 우리 모두가 함께 가는 출발입니다.  

저는 이번에 서울에서 블라디보스톡까지 비행기로 왔습니다. 그러나 다음에는 기차로 오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도록 지도자 여러분께서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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