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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장부가 증명한 '수사는 생물'…살인에서 뇌물사건으로

점차 드러나는 '매일기록부' 전모…김형식, A검사 다음 타깃은?

(서울=뉴스1) 홍기삼 기자 | 2014-07-16 08:38 송고
60대 재력가 청부살해 사건과 관련해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된 김형식(44) 서울시의회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14.7.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뇌물수수 사건 수사에 있어 '빗장(비밀장부를 일컫는 말)'은 이른바 '노다지'로 불린다. 뇌물을 주고받은 사람들의 진술이 엇갈릴 때, 비밀장부는 은밀하게 현금으로 오간 사건의 전모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뇌물 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특수수사 부문에서 뇌물 장부 확보는 첫번째 과제이다.
그러나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재력가 살인교사' 사건의 피해자 송모(67)씨의 비밀 금전출납장부인 '매일기록부'가 애초부터 뜨겁게 주목받은 건 아니었다.

지난 3월3일 살인사건이 발생한 다음날인 4일 강서경찰서 수사팀이 송씨의 사무실에서 피해자 유류품의 일종으로 확보한 매일기록부는 복사본으로 남겨져 형사들은 사안의 폭발력을 아는듯, 모르는듯 이 복사본을 캐비넷 속에 넣어 뒀다.

이 장부가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건, 김형식 서울시의원이 팽모씨를 사주해 송씨를 살해하게 되었다는 정황이 파악되고서부터다. 송씨와 김 의원의 금전관계가 드러나면서 매일기록부에 나타난 두 사람의 관계가 수사의 초점이 된 것이다.
뇌물 사건에서 뿐만 아니라 살인 사건에서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는 비밀 장부를 경찰이 사건 초기에 소홀히 다뤘다는 점이 납득이 되지는 않지만 경찰은 이 장부를 송씨와 김 의원의 관계에 대해서만 주의깊게 들여다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장부에 전현직 경찰관의 이름도 포함돼 있었는데도 그렇다.

어쨌든 이 장부를 통해 경찰은 김 의원이 송씨로부터 70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고 송씨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이 위치한 토지의 '용도변경'을 약속하며 5억2000만원을 건네받은 정황을 파악했다.

총 72페이지 가량의 매일기록부에는 500원짜리 우유 한 개를 사먹은 것까지를 포함해 송씨의 행적이 매일 낱낱이 기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기록부의 마지막 별지 2페이지중 1페이지는 김형식 의원과의 금전관계가, 나머지 1페이지에는 검사, 경찰, 세무서, 소방서 등 공무원에게 건너진 돈들이 일목요연하게 깨알같은 글씨로 정리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송씨의 매일기록부는 수도권에 근무하는 A부부장 검사의 비위의혹도 들춰내 세상에 알리는 역할도 했다. 경찰은 이 내용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검찰이 먼저 얘기를 꺼낼때까지 함구하다가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장부에는 현직 A모 부부장검사에게 지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송씨로부터 10차례에 걸쳐 2000만원 가까운 금품이 건네진 정황이 기록으로 적시됐다.

검찰은 15일 송씨가 생전 작성한 금전출납부인 '매일기록부'에 이름이 기재돼 있는 A검사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해당 검사에 대해 16일부터 대검찰청 감찰본부에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처럼 비밀장부는 단순 살인사건을 살인교사 사건으로, 또다시 광범위한 뇌물수수 사건으로 수사의 초점을 이동시키며 '수사는 생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고 있다. 비밀장부의 또다른 타깃이 어디로 향할 지 비밀장부는 알고 있을 것이다.


ar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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