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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風' 통해 장기집권노리는 아베…제동 거는 美

케리 美 국무, 북일 접근과 제재 완화 불쾌감 표해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2014-07-16 08:14 송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AFP=News1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가 북일 협상을 통한 납북자 귀국을 2018년까지 정권연장을 포함한 안정적 국정 운영의 '만능키'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은 북일간 성급한 접근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어 아베 총리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케리, 북일 접근에 불쾌감 표해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지난 7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과의 전화통화에서 "아베 총리가 방북을 하면 한미일 공조가 흩뜨러질 수 있다"고 자제를 요청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다수의 미일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교도통신이 1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케리 장관은 아베 총리가 방북을 고려하는 경우, 미국 측과 사전에 협의할 것을 요청했다. 납치 재조사의 진전에 따라 단계적으로 독자적인 경제 제재를 해제한다는 일본의 방침에 대해서도 케리 장관은 불쾌감을 전했다.

지난달 3일 일본 의회에서 아베 총리의 방북은 납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던 기시다 외상은 그 발언이 큰 의미를 담았던 것이 아니며, 행정부는 "총리의 방북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케리 장관에게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은 "핵 및 미사일 문제에서 한미일 연계를 중시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북일 접근을 경계하고 있는 상황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납치 문제의 조기 해결과 미일 동맹의 강화를 동시에 실현시키고 싶어 하는 아베 총리가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압박은 아베 정권에 적잖은 부담이 된다. 파열음을 일으키면서도 계속되고 있는 우경화 행보에서 납치 문제 해결은 장기 국정운영 구상에서 핵심역할을 할 것으로 아베 정부는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 초기에 지지율을 떠받쳤던 경기부양책 '아베노믹스'의 약발이 다하고 있다는 점은 북한 문제에 더욱 매달리게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베의 '혼네'… "연내 중의원 해산 뒤 선거, 승부수"

아베 정권의 장기 집권 구상은 5월 즈음해서 여러 차례 감지됐다.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당시 요미우리와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내년 9월 말까지며,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면 임기는 2018년까지 간다"며 "자민당 총재 선거라는 하나의 과제가 있지만, 일을 확실히 해서 평가받으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 집권 구상을 내비치기도 했다.

아베 총리 역시 영국을 방문했던 지난 5월 1일 런던의 금융가 시티에서 진행된 강연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1942년생) 전 총리와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1918년생) 전 총리의 특징은 말띠 정치인으로, 총리를 오래했다는 특징이 있다"면서 자신(1954년생)도 말띠라고 전하며 장기 집권의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지난 5월 말, 아베 총리가 "북한이 특정 실종자에 대해 포괄적이고 전체적인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이에 대해 일본은 독자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경제 제재를 완화할 것이라고 밝힌 뒤로 일본 정가에서 아베 총리의 정국 구상에서 북한 문제가 핵심이 될 것이란 관측과 장기 집권의 구체적인 시나리오들이 나왔다.
일본의 주요 정치 일정 © News1

월간지 겐다이(現代)에 따르면 일본 정가에서는 아베 내각이 올 가을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곧바로 총선거를 치를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있다. 일본 가제트통신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한 자민당 의원은 "총리가 북일 협상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초가을까지 방북을 실현시켜 지지율을 단번에 끌어올린 뒤에 해산을 단행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시나리오는 총리가 납북자와 함께 귀국해 지지율을 끌어올린 뒤에 10월쯤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11월에 중의원 선거를 치러 승리한다는 가정을 전제한다. 현재의 낮은 야당 지지율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반영한 것. 이 승리는 내년 자민당 총재 재선으로 이어지고, 이 경우에 2018년까지 총리 자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현 시점에서 아베 정권의 임기는 2016년 말에 끝난다.

이 관측은 스가 장관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풀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구상에는 올 가을에 시기를 놓치면 경기가 악화되고 이 경우에 내각 지지율은 하락하며, 내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예측 불허의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소비세율을 종전 5%에서 8%로 올렸으며, 10월에 다시 10%로 인상할 예정이어서 경기를 낙관할 수 없다.

더욱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으로 이달 초, 아베 내각 지지율은 친(親) 아베 정권 성향인 요미우리조사에서도 50%가 붕괴됐다. 또 각의 결정 이후 치러진 일본 시가현 지사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여당의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아베 총리는 지난 14일 의회에서 "집단자위권 논의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납북자 3차례 분산 귀국…2016년 중의원 조기해산

다른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현재 자민당과 공명당 연정은 중의원에서 3분의 2를 넘는 의석을, 참의원에서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의회 해산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자민당 총재 선거 뒤인 내년 말부터 2016년 여름 사이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중참 의원 선거를 동시에 치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소비세율 인상 여파가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었으며 내년 9월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의 재선이 확실하다는 전망을 기초로 하고 있다. 이 시나리오에선 납북 피해자를 분산해서 데려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 가을에 일부를 데려오고, 내년 봄 지방 선거 전에 일부를, 2016년 선거 전에 나머지 일부를 귀국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2002년과 2004년 방북해 납북피해자들을 데리고 귀국하면서 지지율 반등에 성공, 2001~2006년 총리를 지냈다. 미국이 북일 관계에 제동을 걸어 납북자 문제 해결에서 진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아베 정권의 장기 집권 구상은 차질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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