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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실패한 한국 축구, '우승' 독일에 배워야 할 점은?

국내 리그 활성화, 유소년 시스템 투자, 장기적 안목에 따른 지도자 선임 등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2014-07-14 02:44 송고
독일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4일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환호하고 있다. © AFP BBNews=News1 이재상 기자


2014 브라질 월드컵은 유럽의 강호 독일(FIFA랭킹 2위)의 우승으로 끝이 났다. 요하임 뢰브 감독이 이끄는 독일은 공수에서 거의 완벽한 전력을 선보이며 프랑스,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잇따라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1무2패의 처참한 성적을 거둔 한국 축구로서는 독일의 우승에서 배워야 할 점이 많다.

◇10년의 결실 본 독일, 근시안적 한국은?

뢰브 감독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10년 전 클린스만 감독부터 씨를 뿌린 그 동안의 결실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24년 만의 정상에 오른 독일의 우승은 10년 전부터 철저하게 준비된 계획에 의한 것이었다. 독일은 2002 한일 월드컵에서는 준우승을 거뒀지만 이후 유로대회에서 잇달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녹슨’ 전차 군단 소리를 들었던 독일은 클럽 팀들마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 A 등에 밀렸다. 유럽 축구의 중심이었던 독일로서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후 독일축구협회는 유스 시스템을 통한 유망주 육성에 집중했다. 2002년 7월 분데스리가 각 구단에 유소년 아카데미 설립을 유도했다. 축구를 하는 11~17세 2만2,000여명 아이들의 특별 훈련에 1,200여명의 전문 코치가 투입됐고, 이를 위한 390여개의 캠프가 생겨났다. 독일축구협회에 따르면 2010년까지 9년간 유소년 축구 발전에 투입된 돈은 약 5억2,000만유로(약 7,190억원)에 이른다.

이러한 유스 시스템을 통해 독일은 지금의 마누엘 노이어(28), 마리오 괴체(22), 토마스 뮐러(25),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30·이상 바이에른 뮌헨), 메수트 외질(26·아스널) 등을 키워낼 수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 도르트문트, 샬케, 레버쿠젠 등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고 있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대표팀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결실을 맺었다. 2006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뢰브 감독은 8년 간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독일을 신형 전차 군단으로 탈바꿈 시켰다.

반면 한국은 10년은 커녕 4년 뒤 월드컵마저 바라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행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3년 사이 사령탑이 3차례나 교체됐다. 지도자에 따라 대표팀 구성이 급격하게 바뀌었고 홍명보 감독이 이끌었던 대표팀은 1년여의 짧은 준비 시간 속에 1무 2패의 참담한 성적을 거두었다.

심지어 홍 감독 사퇴 이후에도 당장 사령탑 선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도자들은 “한국처럼 조금 못한다고 흔들고, 부진하다고 경질한다면 아무도 독이 든 성배를 들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의 축구 선진 국가들처럼 최소 다음 월드컵까지 보장해줘야지만 제대로 된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꼬집었다.

◇K리그의 성장이 곧 대표팀의 성장

이번 대표팀에서 K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23명 중 6명에 불과했다. 골키퍼 3명을 제외하고 필드 플레이어는 단 3명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브라질 월드컵에서 이근호(상주), 김승규 김신욱(울산) 등 K리거들의 활약은 돋보였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살아나기 위해선 K리그의 성장이 필수적이다. 현재 K리그는 스타플레이어들의 잇따른 유출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중동 구단 등 돈을 앞세운 외국 구단들에 유명 선수들을 계속해서 빼앗기다가는 공멸할 것이다. 스타 플레이어들을 키우기 위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는 세계 최고의 리그로 떠올랐다. 5년 전만 해도 EPL, 라 리가에 비해 약세였던 독일은 팬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함께 유스 시스템을 통한 유망주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탄탄한 전력을 꾸렸다.

독일은 경기 당 평균 4만5000명의 팬들이 몰려 전 세계 리그 평균 관중 1위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 2012-2013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가 맞붙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12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서울-수원의 ‘슈퍼매치’에 많은 관람객들이 축구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서울-수원의 ‘슈퍼매치’에 올 시즌 최다 관중인 총 4만 6,549명이 몰려 K리그에 대한 축구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같은 날 울산에서 열린 전통의 라이벌매치 울산-포항의 ‘동해안 더비’에도 1만 6천여 명의 관중이 들어차 올 시즌 홈 최다 관중 기록을 세웠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2014.7.13/뉴스1 © News1


반면 K리그는 중계권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지난 12일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 FC서울-수원 삼성의 ‘슈퍼매치’에는 무려 4만6000명의 관중이 몰렸다. 이는 K리그 역사상 9번째로 많은 팬들이 몰린 것. 그러나 이 경기를 생중계한 공중파 방송사는 단 1개도 없었다.

한 해설위원은 “방송사들이 4년에 한번 월드컵 기간에만 축구를 하는 행태를 고쳐야 한다. 그러면서 ‘월드컵 채널’이라고 홍보하는 것을 보면 어이가 없다. 평소 K리그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호 전 국가대표 감독은 “한국 축구는 현재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등 모든 축구 관계자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K리그의 발전 없이 대표팀이 살 수 없다”고 강조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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