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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알제리] 형들 깨우기 바빴던 막내 손흥민의 고군분투

투지 일깨운 당당한 플레이, 빛바랜 월드컵 데뷔골

(서울=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2014-06-22 20:51 송고 | 2014-06-22 20:52 최종수정
축구대표팀 손흥민(왼쪽)이 23일(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 에스타지우 베이라-히우 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예선 2차전 대한민국과 알제리의 경기에서 후반 골을 넣은 뒤 구자철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14.6.23/뉴스1 © News1 (포르투 알레그레(브라질)=뉴스1) 박정호 기자


한국이 23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의 에스타디디우 베이라-히우에서 열린 알제리와 H조 예선 2차전에서 2-4로 졌다. 전반에만 3골을 내주면서 무너졌다. 충격적인 참패에서 한국이 얻은 위로라면 막내 손흥민의 고군분투뿐이었다.
전반에만 3실점하자 손흥민의 얼굴은 울상이 됐다. 그 울상이 전하는 메시지는 ‘화’였다. 자존심이 상한다는 괴로움의 표출이었다.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은 흙빛이었다. 망연자실이었다. 어느 정도의 두려움도 보였다. 그 차이는 후반전 플레이에서 나타났다.

한국 선수들의 컨디션과 전체적인 경기장 분위기를 봤을 때 3골은 쫓아가기 부담스러운 격차였다. 보는 이도 그렇게 느껴지던 암울한 상황이다. 하지만 오기로 똘똘 뭉친 대표팀 막내 손흥민은 달랐다. 후반전은 거의 손흥민 ‘쇼타임’이었다.

손흥민은 후반 5분 만에 만회골을 만들어 냈다. 기성용이 하프라인 아래에서 길게 넘긴 것을 박스 안에서 손흥민이 잡아냈다. 수비수를 앞에 두고 왼쪽으로 공을 접은 손흥민은 각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골키퍼 다리 사이로 만회골을 터뜨렸다. 이 만회골과 함께 얼어붙어 있던 선수들의 투지가 깨어났다.
후반 14분, 기성용이 35m가 넘는 먼 거리에서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한 것을 포함해 선수들의 움직임이 활기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손흥민의 공이 컸다. 모든 공격은 손흥민의 발에서 시작됐다. 안타까운 것은, 흐름을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후반 16분 페굴리와 브라이니가 2대1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박스 안에 있는 한국의 수비라인 조직력을 깨뜨리고 알제리의 4번째 골을 만들었다. 한국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알제리의 추가골이었다. 모두의 실망이 클 수밖에 없는 장면인데, 손흥민은 달랐다.

공수를 넘나들면서 여러 사람 몫을 해냈다. 자신감이 떨어진 동료들과는 달리 과감하게 드리블 돌파를 감행하면서 실마리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 수비라인까지 내려가 상대의 맥을 끊기 위해서도 애썼다. 결국 두 번째 만회골도 손흥민이 만들었다.

후반 26분 후방에서 투입된 롱패스가 김신욱의 머리에 거쳐 손흥민에게 연결됐다. 트래핑이 완전치는 않았으나 집중력을 갖고 기회를 살렸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이근호의 크로스와 구자철의 슈팅으로 이어지면서 만회골이 터졌다. 손흥민의 투지가 단초가 된 셈이다. 한국이 넣은 2골에 모두 관여했다.

이후에도 손흥민은 코너킥과 프리킥 등 전담 키커 역할까지 맡는 등 그야말로 고군분투했다. 원톱이었다가 날개 공격수였으며 중앙 미드필더 몫을 하다 수비수로도 변신했다. 원맨쇼였다. 팀의 패배로 빛을 잃었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1992년생 손흥민은 팀의 막내다. 막내가 얼어붙은 형들을 깨우기에 바빴던 경기다. 브라질 월드컵은 아직 1경기가 더 남아 있다. 막내 손흥민의 하고자 하는 의지를 형들이 받아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쳐야 그 희망을 밝힐 수 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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