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사퇴 여론이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문 후보자의 거취 결정과 인사청문회 개최 여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 직후인 22일(일요일)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후 귀국하는 21일 이후 문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서의 재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새누리당 초선 의원들의 공개 사퇴 요구에 이어 당권에 도전하는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까지 가세하며 여야의 사퇴 압박을 모두 받게된 문 후보자 측은 일단 박 대통령의 귀국 후 청와대의 의중을 명확히 파악한 후 거취를 결정하기로 마음을 굳힌 듯 하다.
19일 문 후보자는 평소와 다름없이 창성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으로 출근해 인사청문회 준비를 했다.
문 후보자는 총리 후보자 지명 후 그간 "사퇴할 생각이 없다"며 인사청문회까지 '정면돌파'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전날 청와대의 인사청문요청서 재가 보류 입장 발표가 있자 "박 대통령 귀국 때까지 제 할 일을 열심히 준비하겠다"며 "(기다리는 시간은) 아마도 주말까지겠죠"라고 자세를 낮췄다.
박 대통령과의 교감 후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결론내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그간 문 후보자 측은 쏟아지는 여론의 비판과 사퇴요구 속에서 해외 순방 중인 박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는데 애를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 후보자가 이날 출근길에 '사퇴 여론이 거세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저는 전혀 들은 적이 없다"고 답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사퇴 요구 및 여론 등의 보도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사퇴 요구를 전달받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따라서 문 후보자는 박 대통령의 귀국 직후 '핫라인'을 최대한 가동해 의중 파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 후보자의 이 같은 스탠스가 '시간 벌기' 차원의 '버티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 16일 국회에 제출 예정이던 문 후보자의 인사청문 요청서의 재가를 청와대가 17일로 연기했다가 재차 '대통령 귀국 후'로 미룬 것에 대해 정치권은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암시하는 박 대통령의 '시그널'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문 후보자는 실제 전날 "박 대통령이 해외에서 성과가 많은데 제 일보다는 박 대통령 순방에 대해 많이 보도해달라"고 언급하며 남은 기간 동안 자신을 둘러싼 여론의 파장이 '소강국면'으로 접어들기를 희망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문 후보자는 이날도 "집에 있는 자료를 다 들고 왔다, 저도 공부를 하고 틈틈이 여러분의 질문에 답을 하겠다"며 "오늘부터는 정확히 '나인 투 식스(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를 할테니 여러분들도 시간낭비 마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 후보자가 의도적으로 시그널을 무시한 채 버티기를 이어갈 경우 박 대통령 귀국 후 발생할 '문창극 시나리오'가 상대적으로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 후보자가 자진 사퇴를 거부할 경우 박 대통령으로서는 불가피하게 공개적으로 지명 철회 의사를 밝혀야 한다.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어 총리 후보자를 또다시 낙마시켜야 하는 청와대 입장에서는 정치적 타격을 고려해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두번째는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지명 철회 의사를 밝히지 않고 인사청문회를 통해 문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이 또한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하는 총리 후보자의 경우 여당인 새누리당 내 이탈표를 감안하면 이 방법 역시 청와대가 입을 타격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더욱이 이 경우 적지않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문 후보자와 청와대는 이날은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각자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문 후보자에 대한 비판 여론의 강도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 청와대와 문 후보자는 향후 거취를 두고 첨예한 긴장 속에 각기 나름의 셈법을 따져본 뒤 이번 주말에 최종 카드를 선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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