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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 중소기업 첨단기술 빼돌린 일당 적발

유압무단변속기 도면 1551장·'패스트 폴트' 도면 6만5천장
일부 중국으로 유출되기도…檢 "모럴 해저드 현상 심각"

(서울=뉴스1) 오경묵 기자 | 2014-06-07 23:59 송고

'국책과제'로 선정돼 정부 지원을 받아 개발한 기술과 산업기술혁신촉진법에 따른 '신기술' 관련 도면을 빼돌린 이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경쟁업체의 기술을 빼내는 것은 업계 관행"이라고 진술하면서도 자신들의 기술이 유출되는 것에는 거부반응을 보이는 등 심각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현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서영민)는 H사의 'HST(Hydro Static Transmission·유압무단변속기)' 기술을 빼돌린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상 배임 등)로 A사 전략영업팀장 이모(37)씨 등 5명을 구속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검찰은 이들과 공모해 도면을 중국으로 빼돌리거나 사용한 허모(45)씨와 박모(54)씨도 불구속기소했다.

HST 기술은 국내에서 H사만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H사를 포함해 3개 업체만 갖고 있는 기술이다.

검찰에 따르면 H사에 근무하던 이씨는 2013년 7월 HST 설계도면 1551장을 취득했다. 이씨는 퇴사할 때 해당 도면을 회사에 반환하지 않고 이 중 44장을 오모(50·구속기소)씨 등 6명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오씨는 동업자인 또다른 이모(56·씨), 허씨와 공모해 이 중 13장을 중국으로 유출한 혐의다.
검찰 조사결과 B사 사장인 손모(50·구속기소)씨와 연구소장인 김모(49·구속기소)씨는 주범 이씨로부터 받은 도면 44장을 자사의 기기 개발에 이용했다. 이들은 HST 제조·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 업체로부터 160억 상당의 물품 제조를 주문받았다는 발주서를 허위로 꾸미기도 했다.

이들은 위조된 서류를 기술신용보증기금에 제출해 10억7900만원 상당의 보증을 받아 편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손씨는 5억여원을 대출받아 보관하던 중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반환한 것으로 밝혀졌다.

손씨 등은 검찰 조사에서 "제조업에서 경쟁회사의 기술을 빼내 사용하는 것은 업계 관행"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B사의 패스트 폴트 설계도면 6만4842개를 퇴사할 때 반납하지 않고 경쟁사 대표에게 건네준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B사 전 연구소장 노모(54)씨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노씨로부터 도면을 받아 부정하게 사용한 혐의로 곽모(55)씨를 구속기소하고, 곽씨가 대표로 있는 법인을 재판에 넘겼다.

패스트 폴트는 자동으로 종이상자를 접는 기계로 제작 기술은 산업기술혁신촉진법에 따라 '신기술'로 인증돼있다.

검찰 조사결과 노씨는 감봉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취업과 관련한 상담을 하러 노씨가 찾아오자 곽씨는 "퇴사할 때 영업비밀 준수 서약서를 작성하지 말라"고 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신기술'로 인증되거나 '국책과제'로 개발돼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술을 통째로 유출한 중대 사안"이라며 "엄정한 수사 끝에 유망 중소기업을 보호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자신들의 기술이 경쟁회사로 유출될 경우에는 민·형사 등 법적 책임을 엄격히 묻겠다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모럴 해저드가 만연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여러가지 이유로 인력관리나 보안 시스템이 미흡하다"며 "기술이 유출되면 회사가 도산할 정도로 피해가 크다. 정부 출연금을 지원받아 기술을 개발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보안을 강화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notepa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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