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암=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제2의 박지성과 제2의 이영표에 목마름을 호소한 한국 축구지만 사실 제2의 김남일도 마땅한 인물이 없었다. 2002월드컵 이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만드는 ‘진공청소기’는 좀처럼 새 모델을 출시하지 못했다.
‘기성용 파트너 찾기’가 지속적으로 홍명보호의 화두가 됐던 것은 확실한 수비형 MF가 보이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이제 답을 찾은 듯하다. 원조 진공청소기 김남일이 칭찬한 한국영이 서서히 자리매김 하는 모습이다. 아니, 이미 뿌리를 꽤 많이 내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8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0-1로 패했다. 결과와 내용 모두 만족스럽지 않았다. 수비라인의 핵 홍정호가 큰 부상으로 실려 나가는 악재도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수확은 있었다. 중원의 든든한 ‘마당쇠’ 한국영의 재발견이다. 걷어내야 할 때는 확실히 쓸어 버렸고 상대를 괴롭혀야할 때는 제대로 빨아 버렸다. 김남일이 연상되는 ‘진공청소기’였다.
최근 <뉴스1스포츠>와 만난 김남일은 한국영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두 선수는 지난해 6월 브라질 월드컵 예선 때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김남일은 “대표팀에 딱 한 번 같이 있어봤다. 사실 그때는 국영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 플레이를 보면 다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고 후계자의 성장을 흐뭇해했다.
김남일이 꼽은 한국영의 가장 큰 미덕은 ‘성실함’이다. 그는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을 내가 평가하기는 그렇지만, 국영이는 딱 그 자리의 적임자인 것 같다. (홍명보 감독이)굉장히 잘 선택한 것 같다”는 견해를 전했다. 이어 “굉장히 중요한 자리인데 잘 해주고 있다. 나보다도 뛰어난 것 같다”는 칭찬도 덧붙였다. 후배를 위한 립 서비스도 포함됐겠으나 당사자가 직접 뽑은 후계자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발언이었다.
김남일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28일 튀니지전에서 입증됐다. 한국영은 그 누구보다 많이 뛰었다. 잠시도 땅에 발을 붙이지 않은 채 쉼 없이 필드를 누볐다. 그냥 성실하게 뛰는 것에 그친 것도 아니다.
과감한 태클이 수시로 나왔다. 휘슬이 울리지 않은 장면도 많았다. 정확하게 공을 빼냈다는 뜻이다. 높은 수준의 태클은 거칠면서도 우아했다. 몸싸움이 벌어졌을 때는 상대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댔다. 터프한 면도 김남일을 빼닮았다.
현재 홍명보호의 컨트롤 타워는 기성용이다. 역할 비중이 상당히 크다. 그 조타수가 마음껏 경기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파트너’의 역할도 중요하다. 한국영 역시 임무가 막중하다. 반가운 소득이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드디어 진공청소기 새 모델을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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