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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선거, 보수 '자중지란'…진보 '표정관리'

수도권서 보수후보 12명 난립, 진보 측 '어부지리' 가능성
보수계열 단체끼리도 지지 후보 놓고 따로 행사 '사분오열'
"단일화 물건너가…늦었지만 원로 나서야" 보수 '갑론을박'

(서울=뉴스1) 안준영 기자 | 2014-05-21 01:54 송고 | 2014-05-21 02:12 최종수정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후보(가운데)를 비롯한 전국 각 지역의 보수교육감후보들이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국 보수단일 교육감 후보 추대 기자회견'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6·4 교육감 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대로 가다간 수도권 필패"라는 불안감이 보수층 사이에 확산되는 반면 진보측은 '표정관리'에 들어간 모양새다.
조희연(서울), 이재정(경기) 후보 등으로 일찌감치 단일화를 이룬 진보 진영과 달리, 보수쪽은 후보들이 사분오열되면서 이전투구 양상을 빚고 있다.

진보진영이 '35%'의 고정지분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성향이 비슷한 보수 후보끼리 표를 나눠먹을 경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체를 고스란히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는 30분 시차를 두고 범 보수 성향 단체들이 서로 다른 서울교육감을 추대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오전 10시 30분 19층에서는 중도 보수계열의 시민유권자운동본부가 '좋은 교육감 후보' 명단을 발표했다.

시민운동본부에는 500여개 시민단체들이 참여했다. 시민운동본부는 스펙트럼이 다양하지만 보수 성향 단체들이 주축이고 일부 진보 성향 단체들이 포함돼 있다.

그러자 30분 뒤 18층에선 '올바른교육감추대전국회의'가 지역별로 10명의 보수 단일 후보를 선정해 보수 단일 후보 추대증 전달식을 가졌다.

이날 시민운동본부는 고승덕 후보를, 올바른교육감은 문용린 후보를 지지 후보로 확정했다.

보수, 중도보수라는 농도차는 있지만 보수계열의 시민단체들이 한쪽은 고승덕 후보를, 다른 쪽은 문용린 후보를 밀고 있는 셈이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문 후보는 추대증을 받는 자리에서 고승덕 후보측을 겨냥해 "보수 단일화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은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아야 한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서울교육감 후보로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를 일찌감치 추대하면서 표밭갈이를 해왔다.

단일화 경선을 거부한 채 독자적으로 선거전에 가세했던 진보 성향의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는 "범 진보 진영의 승리를 위해서"라며 막판 후보 등록을 포기한 채 조 후보측에 힘을 실어주었다.

경기, 인천 교육감 선거전도 판세는 비슷하다.

7명의 후보가 출마해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경기 지역에선 진보 단일 후보인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을 제외한 조전혁 명지대 교수, 김광래 경기도의회 교육의원, 최준영 전 한국산업기술대 총장 등 6명이 보수 또는 중도 후보다.

경기는 일부 보수 후보가 삭발식을 단행하는 등 보수 진영이 단일화에 실패해 방향성을 잃고 흔들리는 사이 이재정 전 장관을 단일후보로 낸 진보 진영은 전국의 진보교육감 후보들과 연대를 강화하며 순항하고 있다.

인천은 이본수 전 인하대 총장, 김영태 인천시의회 교육위원장, 안경수 전 인천대 총장 등 3명의 보수 후보가 진보 단일 후보인 이청연 전 인천시 자원봉사센터 회장과 대결한다

19일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후보와 조전혁 경기도교육감 후보, 이본수 인천교육감 후보가 수도권 보수대연합 공동선대위 발족을 긴급 결의한 것도 공멸할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방송 3사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서울은 고승덕(30.1%)·문용린(19.1%)·조희연(10.2%) 순으로 진보 측이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는 김광래(9.7%)·이재정(9.6%)·조전혁(8.8%), 인천은 이본수(15.1%)·안경수(14.5%)·이청연(13.6%) 등으로 혼전양상이다.

하지만 선거 초반이라 인지도가 높은 후보의 지지도가 높은 경향을 보이는 점을 감안할 때, 선거 레이스가 본격화되면 고정표를 가진 단일 후보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 3명, 인천 3명, 경기 6명의 후보가 마이웨이를 선언한 보수진영은 최종 단일화가 무산될 경우 진보진영에 어부지리를 안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보수성향 교육감 후보 측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2010년 선거 판박이 내지 데쟈뷰가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며 "진보 교육감에 자리를 내줘야 할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4년 전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진영은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서울과 경기교육감 자리를 진보 후보에 내줬다. 인천은 보수 성향의 현 나근형 교육감이 0.3%의 표차로 가까스로 승리했다.

특히 대한민국 교육의 1번지인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진영 후보들의 총 득표는 60%가 넘었지만 표가 6명으로 분산되면서 진보 진영 단일후보였던 곽노현 전 교육감(34.3%)이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서도 보수진영의 단일화 전망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애당초 단일화 경선을 보이코트한 고승덕 후보 측은 대중적 인지도를 앞세워 독자적으로 레이스를 완주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보수성향의 한 교육계 인사는 "고승덕 후보의 성향으로 봤을 때 보수 단일화는 사실상 물건너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단일화 추진을 위해 보수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원로들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andrew@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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