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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은퇴' 박지성 "시간 되돌린다면? 당연히 2002 월드컵"

"히딩크 감독, 가장 큰 영향 준 스승"

(수원=뉴스1) 권혁준 인턴기자 | 2014-05-14 04:26 송고
한국축구의 영웅 박지성(33·PSV 에인트호벤)이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 박지성축구센터에서 은퇴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4.5.14/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당연히 2002년 월드컵으로 돌아가겠다"
현역 은퇴를 선언한 '영원한 캡틴' 박지성(33·PSV 아인트호벤)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2002년 월드컵을 첫 손에 꼽았다.

박지성은 14일 경기도 수원 박지성 축구센터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24년간의 축구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이 자리에서 박지성은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더는 지속적으로 축구를 할 수 없었다. 그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팀에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해 은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선수 생활동안 화려한 경력을 자랑했다. 2002 한·일 월드컵을 포함해 세 번의 월드컵에 참가해 세 대회 연속 골을 넣는 등 활약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PSV 아인트호벤 등 유럽 명문 클럽에서 뛰면서 후배들의 유럽 진출에 기틀을 다지기도 했다.

박지성은 자신의 수많은 경력 중에서도 2002 월드컵을 '최고의 순간'으로 꼽았다.

박지성은 "어렸을 때부터 국가대표가 되어 월드컵에 나가는 게 꿈이었다"면서 "당시에는 막내여서 부담감도 없었고, 다른 생각없이 축구할 수 있었기에 더 좋았다"고 말했다.

가장 큰 영향을 준 스승으로도 당시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던 거스 히딩크를 꼽았다. 박지성은 "히딩크 감독은 나를 월드컵 대표팀에 발탁해줬고, 아시아리그에서 유럽으로 데려가 준 감독"이라면서 "그 시기가 나에게 있어 가장 큰 전환점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박지성은 "지금까지 입었던 유니폼 중 단 한 개의 유니폼만 입는다면 국가대표 유니폼을 고르겠다"면서 국가대표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박지성은 김민지 전 SBS 아나운서와 오는 7월 27일에 결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박지성과의 일문일답.

- 정확하게 은퇴를 결정한 시점은 언제인지?
▶올 2월 쯤이다. 무릎 상태가 전혀 좋아지지 않고, 경기를 하고나서 휴식을 4일정도 취해야 하는 상황이 되다보니 내년에도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다음 시즌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던 게 가장 컸다.

수술을 할 수도 있었지만 회복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100% 완쾌된다는 보장도 없었기 때문에 내게 남은 선택은 은퇴밖에 없었다.

- 무릎 부상은 특정 경기에서 당한 것인지?
▶경기 중 다친 건 아니다. 2002 월드컵이 끝나고 일본에서의 마지막 시즌 말미 때부터 무릎이 안 좋았다. 특별히 경기 중에 일어난 부상은 아니고 많은 활동량 때문에 무릎에 무리가 갔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소속팀(QPR)과의 계약 문제는?
▶은퇴 의지가 있었지만 계약관계가 남아있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귀국 전 QPR 구단주를 만났고, 면담 자리에서 내 모든 상황을 설명했다. 구단주가 흔쾌히 받아들여줬고, 인정해주면서 은퇴를 확정짓게 됐다.

- 은퇴 시점에서 부모님과 어떤 말을 했나?
▶아버지는 (선수 생활을) 조금 더 했으면 하는 느낌이 있었고, 어머니는 부상당하는 걸 싫어해서 전혀 반대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부모님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나를 위해 많은 고생을 했다. 미안하고감사하다. 이제는 몸이 아픈 일을 하지 않을 것 같아서 다행이고, 지금까지 진 빚을 갚으며 살아가겠다.

한국축구의 영웅 박지성(33·PSV 에인트호벤)이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 박지성축구센터에서 은퇴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4.5.14/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 은퇴 후 계획은?
▶휴식을 취하면서 뭘 할수 있고, 뭘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할 것이다. 국내보다는 유럽에서 머물 것이다.

- 은퇴 후 지도자, 행정가 등 생각해놓은 밑그림이 있는지?
▶일단 지도자를 할 생각은 전혀 없다. 지도자 자격증이 없기 때문에 할 수도 없다.(웃음)행정가를 꿈꾸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정확한 목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한국 축구와 스포츠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위해 노력할 것이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 2002 월드컵 스타 중 송종국, 안정환, 이영표 등이 방송 해설가로 활동 중인데, 해설가로 나설 계획이 있는지?
▶해설가를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만약에 해설을 한다면 선수들 비판을 너무 많이 할 것 같다.(웃음) 후배들한테 그럴 수는 없어서, 비판하기 싫어서 해설가는 못할 것 같다.

- 자신의 플레이스타일에 대해 평가한다면?
▶선수마다 각자 장점이 있고, 그 장점을 얼마나 극대화하고 팀을 위해 경기를 하는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내 장점은 활동량이다. 이것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현란한 테크니션이 아니었다는 것에 대해 부러워하거나 실망하지 않았다. 나 역시 그 선수들이 갖지 못한 부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 대중들의 많은 관심이 부담감이 된적은 없는지?
▶부담이 되지 않았다고는 말 못하겠다. 다행히 유럽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그 부담의 강도가 덜했다. 대표팀에 와서 경기를 할 때면 그 부담감을 절실히 느꼈지만, 그것은 대표선수라면 당연히 감수해야할 부분이다. 팀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 시간을 과거로 돌릴 수 잇다면 어디로 가고 싶은가?
▶단연 2002년 월드컵이다. 어렸을 때부터 국가대표가 되어 월드컵에 나가는게 꿈이었다. 그 때는 막내여서 부담감도 없었고 다른 생각없이 축구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 단 한 개의 유니폼만 입고 경기에 나선다면 어떤 걸 고르겠나?
▶두 가지가 떠오르는데, 하나만 꼽으라면 국가대표 유니폼이다.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기 때문이다.

하나 더 고를 수 있다면 QPR 유니폼을 고르겠다. QPR 유니폼을 입고 잘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끝내고 싶기 때문이다.(웃음)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오른쪽)이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박지성축구센터에서 열린 은퇴기자회견에서 깜짝 방문한 예비신부 김민지(전 아나운서)씨의 꽃다발을 받고 있다.2014.5.14/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 가장 아쉬웠던 순간이 있다면?
▶무릎 부상을 당한 것이 가장 아쉽고 그 외에는 특별히 없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스승이 있다면?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말씀을 드리고 싶다. 지금까지 거친 스승분들 중 누구 하나라도 빠졌다면 지금과 같은 선수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가장 영향을 줬던 감독은 히딩크 감독이다. 나를 월드컵 대표팀에 발탁해줬고, 아시아리그에서 유럽으로 데려갔기 때문에 그 시기가 가장 큰 전환점이 됐다. 히딩크 감독이 지금처럼 열심히 훈련한다면 영국이나 스페인에서 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줬던 것도 큰 자극이 됐다.

- 박지성이 빠진 월드컵,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진 기량을 경기장에서 발휘하는 것이다. 이제는 부상을 조심하고 컨디션 조절을 잘 하는 게 중요한 부분이다.

-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
▶내가 경기장에 있었을 때 '믿음을 주는 선수'라고 생각해준다면 영광스러울 것 같다. 그런 생각을 가진 분이 몇 분이라도 계시다면 스스로 '좋은 선수 생활을 했구나', '내가 원하던 선수가 됐구나'하고 생각할 것 같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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