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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 신청 30일 마감…지방대 몰락 현실화되나

정원 감축 비율 따라 가산점…지방대는 최대 10% 선택
서울·연세·고려 ‘0’, 기타 서울권 대학도 4% 수준에 그쳐
부실대학은 칼날 피하고 기초학문은 고사하는 부작용도

(서울=뉴스1) 안준영 기자 | 2014-04-29 06:00 송고 | 2014-04-29 06:21 최종수정
지난해 8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학구조개혁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지방대학 관계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 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경쟁력 있는 학부 등을 선정해 5년간 1조 3000억원을 집중 지원하겠다는 대학 특성화 사업의 신청 마감이 30일로 다가온 가운데 수도권과 지방 대학 간의 불균형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의 정원 감축이나 장학금 정도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했지만, 지방대의 정원 축소폭이 서울·수도권 대학보다 훨씬 큰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서울 및 수도권 대학은 정원을 아예 줄이지 않거나 최소 수준인 4%만 감축하는 '생색' 수준인 반면, 정부지원금이 절실한 지방대는 ‘울며 겨자먹기’로 7% 또는 만점 수준인 10%를 축소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대학 구조조정이 지역 균형 발전에 역행하면서 인문학 등 기초학문을 고사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대학가에 따르면 경희대·국민대·서강대·성균관대·숭실대·중앙대·한양대·한국외대 등 서울권 대학들은 2017학년도까지 올해 정원의 4%를 줄이는 감축안을 교육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동국대, 이화여대 등은 감축안을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SKY 대학은 아예 정원 감축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반면 지방대는 대부분 7% 또는 10% 감축안을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강원대·경북대·부산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 등 지방 국립대는 7% 또는 10%의 감축안을 마련한 상태다. 정부 재정 지원에 목숨을 거는 지방 사립대는 상당수가 10% 감축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각 대학은 이달 말까지 교육부에 특성화사업 지원 계획서와 함께 정원 감축 규모를 제출해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대 간의 정원 감축 마지노선을 둘러싼 엇박자는 교육부가 지역이나 대학 특성에 관계없이 정원 감축에 과다한 가산점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연간 2000억원씩 5년간 1조원에 이르는 실탄은 가뜩이나 학생 부족으로 곳간이 마른 지방 대학들에게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하위 등급을 우려한 지방대가 선제적으로 정원 감축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가 2월 발표한 특성화사업 선정 기준에 따르면 2014년에 비해 2015∼2017년 정원을 ▲10% 이상 줄이면 5점 ▲7∼10% 미만은 4점 ▲4∼7% 미만은 3점의 가산점이 주어진다.

일선 대학들은 구조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대학의 특성과 현실, 지방대 형편을 배려하지 못한 설익은 정책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구지역의 한 사립대 교수는 "정부 재정지원 사업은 소수점 단위로 당락이 갈려 가산점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며 "지방대들이 막판까지 감축선을 7%와 10% 중에서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의 사립대 교수는 "대학구조개혁이 본격화하면 몰락하는 지방대가 상당수 발생할 수도 있다"며 "지방대 지원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교육 모토가 오히려 지방대 획일화 내지 죽이기로 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상의 허점도 문제다.

구조조정이 절실한 부실대학일수록 정원 감축의 바람을 비켜갈 수 있다.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지정된 학교들은 특성화사업을 비롯한 정부예산 지원사업에 아예 지원할 수 없어서 정원 감축을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인문학 등 기초학문이 대학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점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않다.

일단 정원 감축 비율부터 먼저 정한 뒤 그 안에서 특성화 틀을 짜야하는 지역 대학들은 학과 취업률과 신입생·재학생 충원율을 기준으로 정원 감축 대상 학과를 선정했다.

그러다보니 인문학이나 예체능 분야가 정원감축이나 폐과 대상 1순위로 떠오르면서 기초학문 등 특정학과가 고사할 것이란 지적이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 특성화 사업이 장기적인 플랜 없이 구조조정 수단을 위한 사업으로 졸속 추진되면서 본래의 사업 취지가 퇴색했다" 며 "지방대 공동화 및 수도권대 쏠림 협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 연구원은 "같은 대학 내에서도 인문학이나 예체능학과는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될 수 밖에 없다"며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 발전을 유지하면서 전체적인 입학 정원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원론적인 얘기지만 대학 정원 조정은 교육부가 청사진만 제시하고 세부적인 조정은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기홍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2003∼2013년 서울 지역 대학의 정원 감소율은 5.9%에 그친 반면 경기도를 제외한 8개도의 정원 감소율은 22.9%에 달했다.

이미 대학 생태계에서 자연도태가 시작된 만큼 교육당국은 정원 감축과 관계없이 특성화 사업에 몰입해 지방대의 경쟁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뜻이다.


andrew@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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