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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中 청샤오허 "김정은, 조건 맞으면 핵 포기할 것"

청 中 인민대 교수 아산플래넘 참석차 방한 인터뷰
"김정은, 임기응변 아닌 분명한 자신만의 노선 있는 지도자"
"북한이 생각하는 조건은 한국과 미국의 조건 보다 높을 것"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2014-04-22 11:16 송고 | 2014-04-22 11:24 최종수정
청샤오허 중국 인민대 교수가 22일 오후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아산플래넘'에서 민영통신사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4.4.2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청샤오허(成曉河) 중국 인민(人民)대 교수는 22일 "북한은 일정한 조건이 충족된다면 핵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개최된 '아산플래넘 2014' 행사 참석차 방한 중인 청 교수는 이날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핵과 관련한 분명한 자신만의 노선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청 교수는 "김정은의 핵 노선은 임기응변 식이 아닌 확고한 생각에 바탕한 노선"이라며 "북한 입장에선 어떠한 조건이 만족된다면 핵을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 교수는 다만 "그 조건이 무엇인지가 앞으로의 문제일 것"이라며 "한-미가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는 핵포기 조건의 기준보다 높으면 높았지 낮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제1목표를 포기하지 않은 상태"라며 "실제 중국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를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도 과거 고립을 당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 괴로움을 잘 알고 북한에 대한 동정의 시선도 갖고 있다"면서도 "북한은 스스로의 고립을 자처한 면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의 힘에 의지해 외교적으로 고립을 타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 교수는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에 대해서는 "향후 신뢰 기제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북한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결국 통일 한국으로 가는 장애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통일 정책이 과거 독일의 흡수통일 정책과 유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서는 "과거 통일 독일이 이뤄지는 과정에서는 강력한 지도자가 있었다"며 "지금 박 대통령이 그러한 강력한 지도자인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청 교수는 또한 "통일 독일 과정을 보면 △동독에 대한 소련의 지배 포기 △동독 내부의 분열 △강력한 지도자를 통한 빠른 결단력 △강대국의 적은 간섭 등의 특징이 보였다"며 "현재의 남북관계에서는 그같은 특징이 보이진 않는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청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

-지난해 말 평화문제연구소 학술회의에서 '중국은 한국의 북한에 대한 흡수통일을 수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어떤 이유에서 그런가.

▶한반도 통일 문제는 한국과 북한이 결정하는 문제라 중국은 양측의 논의로 이뤄지는 그 어떤 것에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현재의 남북한 상황을 보면 경제, 인구 어떤 면에서 봐도 북한이 열세고 남한이 우세다. 따라서 통일을 한다면 우위를 점하는 쪽이 열세인 쪽을 합병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게 상식적이라고 생각한다.

-통일 관련 중국 정부의 입장도 그러한 기류인지.

▶위에서 언급한 '남북간 논의로 이뤄지는 문제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지만 그 다음부터는 내 개인적인 생각을 말한 것이다.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어떤 방식이든, 남북한이 서로 상의해서 결정한다면 중국은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흡수통일을 전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시는지

▶독일의 흡수통일 방식인지 판단하려면 비교를 해봐야 한다. 통일 독일 당시에는 독일에 강력한 지도자가 있었는데, 지금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그러한 강력한 지도자인지는 아직 판단할 수는 없다. 중국의 입장에서도 박 대통령이 결단력 있는 지도자이기를 바라고 있다.

또 독일 통일의 특징을 한가지 꼽자면 동독과 서독 중에 동독이 소련의 지배가 약해서 내부의 분열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련이 결국 독일을 포기했다는 것과 지도자의 결단력이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을 보였고 강대국의 간섭이 적었다는 특징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현재의 남북한 관계를 봤을 때 그같은 4가지 특징이 보이진 않는다. 그렇지만 북한이 현재 처해있는 국면을 보자면 북한은 굉장히 취약한 상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한국으로 하여금 흡수통일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볼 수는 있겠다.

-'통일 한반도'는 중국에 어떤 이익을 줄 수 있을까.

▶남북한의 통일이 가져다 줄 이익은 한국과 중국이 심각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통일을 하기 위한 중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이 중국을 상대로 진지한 토론을 해야 한다.

첫번째로 통일 후의 한국이 외교 방면에서 어떤 노선을 걸을지 논의해야 한다. 특히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북한의 중국 기업이나 중국 국유 자산 등을 어떻게 처리할지 문제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그리고 중-북 국경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통일 한국의 경제에 있어 중국이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이 통일 전에 한-중이 소통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이런 논의를 거쳐 한중이 어떤 합의를 이뤄낸다면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통일에 대한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을 평가해달라.

▶제 생각에는 박 대통령이 드레스덴에서 선언한 것이 한반도 통일을 추진하는데 있어 굉장히 중요해 보인다. 일단 현재는 북한의 비웃음과 냉소를 듣긴 했으나 앞으로 더 중요할 것이다. 남북관계가 중요한 시기에 박 대통령이 통일 문제와 관련된 선언을 했다는 것은 굉장히 좋은 결정이다.

향후 남북간 신뢰 기제 건설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가 더 있었으면한다. 신뢰 기제 구축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북한의 신뢰 얻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결국 통일 한국의 장애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 북한 최고지도자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실질적인 지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가하기 조심스럽고 어려울 수는 있으나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겠다. 지금 김정은이 약 30세라는 젊은 나이에 북한이라는 국가의 지도자를 맡은 것은 그에게도 큰 도전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결국 김정은이 자신의 정부에서 일하는 것에 제약이 될 수도 있다. 우선 김정은의 군부 장악력도 과거 김정일 만큼 강하지 않아 보인다. 반면 북한 주민들의 먹고 입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있으며 외교는 고립되는 등 북한의 여건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김정은은 굉장히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째 도전은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문제다. 김정은이 현재까지 몇가지 권력 공고화 조치를 취했지만 아직 다 완비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로는 북한의 가장 큰 목표인 경제를 발전 시키는 것이다. 현재 북한은 순수하게 먹고 입는 문제도 실현하기 어렵다.

외교쪽으로 보면 김정은은 북한의 고립을 벗어나고 싶어한다. 왜냐하면 지금 현재 서방국가들과 외교관계가 없는 탓에 국내적으로 개혁개방을 실시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이 한국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인가? 아니면 한국 정부는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 북한과의 신뢰 기제가 구축이 될까?

▶북한이 직면하고 있는 인도적인 부분의 문제는 국제사회도 일정 부분의 책임이 있다. 다만 북한이 먹고 입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결국 북한 자신의 힘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신뢰 기제 구축의 걸림돌은 이런 문제가 아닌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핵문제고, 핵문제 해결 없이는 실질적 신뢰 구축이 어렵다.

북한의 핵문제 해결 없이는 진정한 북한의 개혁개방 자체가 불가능하고 외교 방면의 고립도 타개하기 어려워 질 것이다.

-김정은과 시진핑 주석이 만날 기미가 없어 보인다. 유일하게 북한을 설득할 수 있다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북 고립을 도와주고 있는건 아닌가.

▶국가간의 정상회담이 양국의 친밀도를 측정하는 지표가 되긴 한다. 따라서 김정은이 여태까지 중국의 새 지도자와 만나지 못한 것은 북중 관계 변화를 암시하긴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반면 시진핑 주석과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까지 여러차례 만났는데 이는 확실히 중국에 새 지도자가 들어선 이후 양국의 관계가 좋아지고 있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도 과거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중국은 현재 북한의 고립이 얼마나 괴로운지 잘 안다. 그런면에서 중국은 현재 북한의 고립에 대한 나름의 동정어린 시선을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스스로의 고립을 자처한 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외교적 고립 타개를 원한다면 북한 스스로의 힘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북한이 진정 국제사회로 돌아오고 싶다면 핵무기 포기가 급선무일 것이다.

-통일 한반도가 탄생하면 중국이 북한 지역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도 있다.

▶제 생각에는 국제사회에서 한국과 같이 강대국이 아닌 나라에서 그같은 걱정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본다. 역사적으로도 한국은 강대국의 침해를 많이 받기도했다. 그러나 북한 정부의 요청이나 한국 정부의 요청이 없는 상태에서 중국이 북한에 군대를 주둔시킨다면 불법적인 침략임이 분명하고 이는 결코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없는 상황임이 분명한 것이다.

-과거 김일성과 김정일은 각기 자신만의 노선이 있는 지도자로 인식됐었으나 김정은은 그런 면이 불확실하다. 특히 김정은이 핵문제에 대해 자신의 어떤 노선을 가지고 있다고 보시는지 아니면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대응만 한다고 보는지.

▶제가 생각하기에 김정은 정권은 확고한 생각이나 노선이 있다고 본다. 강조하자면 임기응변이 아닌 확고한 노선이 있다고 본다. 비록 한국과 미국의 많은 학자들이 북한이 핵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어떠한 조건이 만족이 된다면 북한도 핵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과연 그 조건이 무엇이냐가 문제일텐데, 미국과 한국에서 봤을때, '이 정도면 북한이 포기할거다'라고 보는 것보다 기준이 높으면 높았지 결코 낮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나도 그 기준이 얼마나 높을지는 말하기 어렵다.

단기적으로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에 부합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아마 미국이나 한국이 생각하는 기준 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과거 6자회담에서 논의된 문제는 그런 조건을 설정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내에서는 북한이 핵포기 안할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분명한 것은 중국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제1목표는 아직 포기하지 않은 상태다.

-최근 유엔을 통해 제기되고 있는 북한 인권 문제도 이슈다. 중국도 인권 문제에 있어 자유롭지 않은 부분이 있는 만큼 중국이 인권문제를 북핵문제와는 다른 잣대로 다루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인권 문제는, 중국 내부에도 제기되는 인권 문제가 있어 중국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다. 매년 중국은 인권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듣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 중국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보일 것으로 보진 않는다.


seojib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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