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결혼하러 한국 온 것 아니예요"

(서울=뉴스1) 정혜아 기자 | 2014-04-11 22:59 송고
이주민 여성모임 '톡투미(Talk To Me)' 대표인 스리랑카 출신 이레샤 페레라 © News1 손형주 기자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어요"

이주민 여성모임 '톡투미(Talk To Me)' 대표인 스리랑카 출신 이레샤 페레라(39)씨는 11일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서울대학교사범대학 부설중학교에서 열린 강연에서 '결혼하러 한국에 온 줄 알았다'는 학생들의 말을 놀랍지도 않다는 듯 웃어 넘기며 이렇게 말했다.

이레샤 대표는 이어 "디자이너 일 때문에 한국에 왔어요. 한국을 제외하고도 5개의 나라에 거주한 경험도 있고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러 온 것으로 오해하더라고요"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다문화'란 단어를 들으면 떠올리는 특정한 이미지가 있는 것 같은데, 그 이미지가 맞는 것 아닌 것 같네요"라고 덧붙였다.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사회에 정착하면서 '다문화사회'로의 진입이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사회의 다문화 감수성은 낮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서울시가 외국인주민들의 경험담을 들려주는 방식을 통해 다문화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나섰다.

시는 이날 KBS 프로그램 '러브인 아시아'에 고정출연해 잘 알려진 이레샤 대표를 연사로 세웠다.
이주민 여성모임 '톡투미(Talk To Me)' 대표인 스리랑카 출신 이레샤 페레라 © News1 손형주 기자

이레샤 대표는 화면을 보여주며 학생들에게 '다음 중 옳다고 생각하는 문장은'이란 질문을 던졌다.

화면에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학습능력이 뒤떨어질 수 있으므로 이들을 위한 별도의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이주 노동자 때문에 한국인들의 일자리가 줄어든다 ▲한국에 거주하는 동남 아시아 출신의 여성들은 결혼을 목적으로 왔다 등의 문장이 쓰여 있었다.

이레샤 대표는 "외모가 다르게 생겼으나 같은 한국인임을 간과하고 많은 사람이 굉장히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서로 잘 모르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 아들을 데리러 어린이집에 갔을 땐 아이들이 '시꺼먼 아줌마 왔어요'라고 말하며 피했다"면서도 "일정시간이 지나자 '누구네 엄마 왔다'며 다른 아이들의 엄마와 다르지 않게 대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익숙하지 않은 대상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레샤 대표는 "후에 한국남자와 결혼을 하게 됐는데, 시어머니께서 예전에 만든 반찬을 냉장고에서 꺼내 주셔서 날 싫어하는 줄 알았다"며 "이 또한 서로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서 생긴 오해"라고 말했다.

"날씨가 무더운 스리랑카는 위생을 위해 그날 만든 음식은 그날 다 먹는 편인데 시어머니께서 자꾸 예전에 만든 음식을 주셔서 이상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레샤 대표는 "결국 서로에 대해 더 잘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강연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편"이라며 "내 아이들이 자라서 한국사회에서 함께 잘 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500여명이 참석한 이번 강연을 듣고 학생 이재오(14)는 "굉장히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다문화'에 대한 편견이 조금 없어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성운(14) 학생은 "미국에서 잠시 거주하면서 다른 문화에 대해서 생각한 바가 있었다"면서 "다른 문화를 향유하고 있음에도 용기있게 한국사회에 뛰어든 분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시는 앞으로도 중·고등학생들의 다문화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올해에만 6월과 9월, 12월 3차례에 걸쳐 '교실로 찾아가는 다문화 이해교육'을 실시한다.


wit4@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