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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환자 측 "담배소송 패소, 시대착오적 판결"

"담배회사, 영업 비밀 이유로 자료 공개 안해"
유족 "담배회사의 눈치보는 정책적 재판"
사측 "흡연으로 인한 배상책임 논란 끝나길"

(서울=뉴스1) 성도현 기자 | 2014-04-10 04:58 송고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배금자 변호사가 '담배소송' 최종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폐암으로 사망한 이기홍 씨의 유가족 이기호 씨, 배 변호사, 박용일 변호사,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서홍관 회장, 정미화 변호사.대법원은 이날 폐암 환자와 유족 등 30명이 KT&G(옛 담배인삼공사)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4.4.10/뉴스1 © News1 한재호 기자

배금자 변호사(해인법률사무소)는 김모씨 등 폐암환자 유족 30명이 KT&G(옛 담배인삼공사)와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담배회사와 정부의 손을 들어주자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무시한 시대착오적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담배소송을 대리한 배 변호사는 10일 오전 대법원이 담배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자 유족·소송 실무자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흡연으로 매년 5만8000명의 우리나라 국민이 사망하는데도 대법원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기업에 대해 면죄부를 안겨줬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인종에 따라 열차 칸을 구분하고 있던 루이지애나 주법을 합헌이라고 했던 미 연방대법원 판결, 우리나라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인혁당 사건 등을 예로 들며 "이번 판결은 사법살인을 자행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담배소송은 오늘로 끝난 게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며 "거대한 악을 무너뜨리는데 한 번의 싸움만으로 되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도 사법부를 감시하고 비판해 달라"고 말했다.
소송 실무를 담당했던 정미화 변호사(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피해자들이 흡연으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한 건 분명한 사실인데 담배회사는 모든 책임을 피해자에 돌리고 있다"며 담배로 인한 피해를 개인의 선택이라고 주장하는 담배회사와 정부를 비판했다.

정 변호사는 미국의 디스커버리제도(증거개시절차)를 근거로 "우리와 달리 미국에서 진행중인 담배소송에서는 담배회사 내부의 은밀한 자료까지 다 공개된다"며 "담배회사의 담배 제조 의도, 국민 건강 위험을 알면서도 회사 이익을 취하는 모습 등이 재판과정에서 다 드러난다"고 말했다.

디스커버리는 영미법 소송법상의 제도로 재판이 개시되기 전에 소송당사자가 서로 상대방이 갖고 있는 증거·서류 등을 공개하도록 요청함으로써 상호대등한 조건에서 소송을 진행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또 "담배회사에서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구체적·개별적 입증을 요구했기 때문에 회사에 많은 자료 공개를 요청했지만 대부분 영업 비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보지 못했다"며 소송 준비과정에서의 어려움을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계속해 이 문제를 제기하고 사법절차나 입법절차를 통해 해결하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이번 대법원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제도적 문제점들이나 입증 관련 어려움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폐암으로 사망한 고 이기홍씨의 친형 이기호(67)씨도 "생명을 중시하지 않고 담배회사의 눈치보는 정책적인 재판"이라며 "비록 졌지만 인체에 유해한 담배를 제조·판매하는 담배회사의 모습을 알렸다는 것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담배회사와 정부를 대리했던 박교선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이번 판결로 흡연으로 인한 배상책임 논란이 마무리됐으면 한다"며 "제조사 입장에서는 보다 안정적으로 제조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하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dhspeop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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