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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벗으면 더 줄게"…음란 사이트 운영자·모델 덜미

일반인 여성 초고화질 '변태' 사진 수천장 찍어 유포
경찰 "피팅 모델보다 3~4배 더 준다는 말에 사진 찍은 모델도 '공범'"

(서울=뉴스1) 박현우 기자 | 2014-04-07 20:59 송고 | 2014-04-08 00:08 최종수정

명문대 경영학과 출신 김모(49)씨는 대기업을 다니다 1990년대 중순 의류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이란 게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2~3년간 근근히 사업장을 지켜왔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았다.
사업 실패 뒤 아마추어 사진 작가로 활동했다. 사진 작가 역시 경제적으로 힘들었다. 5년여 사진작가로 활동했지만 늘 가난에 시달렸다.

이후 이렇다 할 직업 없이 생활하다 '궁지'에 몰리자 김씨의 '사업꾼' 기질이 다시 꿈틀댔다. 김씨는 '성인사이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이번 '사업'만큼은 꼭 성공시키고 싶었다. 김씨는 국내·외 성인사이트를 면밀히 비교·분석했다. 사진 작가로서의 경험도 십분 활용하기로 했다.
분석과 경험을 바탕으로 김씨가 야심차게 내놓은 아이템은 '아마추어 일반 여성의 초고화질 페티쉬'였다.

2500만 화소 이상의 '초고화질' 사진을 통해 표현감을 살리는 일본 음란물의 장점을 취하고 '전문 성인배우' 일색인 업계에서 '차별화'를 위해 선택한 전략이였다.

일반인 모델을 구하려고 김씨는 2012년 초 아르바이트 모집 사이트, 모델 캐스팅 사이트 등에 '피팅 모델' 구인광고를 냈다.

광고를 보고 접촉해 온 여성들과 일반 피팅 모델을 고용하는 것처럼 상담하던 김씨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상담자가 '미끼'를 물 것 같으면 본색을 드러냈다.

모델들에게 "속옷을 벗고 망사스타킹 등만 입고 촬영하면 피팅 모델보다 3~4배 높은 시간당 6만~8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해 촬영에 끌어들였다.

모델 중에는 어머니 없이 여동생과 어려운 생활을 하던 A양(당시 17세)도 있었다. 김씨는 '피팅 모델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프로필을 보고 A양에게 2012년 1월 초 접근했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김씨의 제안에 응한 A양은 미성년자라 '고수익' 알바를 잃게 될까 두려워 아는 선배의 신분증과 주민등록번호를 빌려 모델 계약서를 썼다.

회사원, 가정주부 등이던 다른 모델들도 대부분 A양처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처지였다.
7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경찰이 김씨로부터 압수한 증거품들을 공개하고 있다. 2014.4.8/뉴스1 © News1 정회성 기자

김씨는 2012년 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경기도 고양시 오피스텔에서 사무실을 차려놓고 모델들의 알몸, 성행위 사진 등 음란물 8481개를 제작해 운영하던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다.

매달 3만원을 내면 회원들은 게시물을 볼 수 있었다.

이같은 수법으로 김씨는 3000만원 남짓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어느정도 입소문을 타자 김씨는 '사업수완'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촬영 스케치 장면을 별도로 만들어 올려 회원들의 호응을 유도했고 모델들이 촬영시 입고 있었던 속옷, 스타킹 등을 실시간 경매를 통해 회원들에게 1만5000~2만원에 파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 단속이 우려됐던 김씨는 오전 7시~오후 8시까지는 가슴 등이 노출된 수위가 낮은 사진을 올리다 오후 8시~익일 오전 7시까지는 모델들의 성기 등이 노출된 사진을 올리는 등 조심스럽게 사이트를 운영했다.

그러나 경찰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경찰은 김씨의 사이트 등 꾸준히 성인사이트 등을 모니터링해오다 지난해 6월 김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김씨를 붙잡고 속옷, 스타킹, 교복,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했다.

이후 지난 1월 함께 촬영했던 모델 등 총 9명을 모두 붙잡았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김씨와 모델 박모(34)씨 등 총 9명을 정보통신망법(음란물유포) 위반 혐의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성과 청소년의 경우 고액 알바에 현혹돼 범죄에 가담될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인터넷 모니터링과 신속한 증거 수집 등으로 음란 사이트를 적극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hw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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