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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이규혁 눈물의 은퇴… "메달 없어서 다행"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열심히 살겠다"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2014-04-07 07:24 송고 | 2014-04-07 07:58 최종수정
동계올림픽 6회 연속 출전에 빛나는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큰 형인 이규혁이 7일 오전 서울 종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국가대표 은퇴식에서 송별사를 하고 있다. 2014.4.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올림픽 메달이 전부인 줄 알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 메달이 없어서 오히려 다행입니다. 10년, 20년 전에 메달을 가졌다면 지금의 이 감사함을 몰랐을 것 같아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전설이자 영원한 맏형 이규혁(36)이 눈물 속에 공식 은퇴했다.

이규혁은 7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공식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23년간의 스케이팅 인생을 마무리했다. 은퇴식에는 김진선 2018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이에리사 의원, 양재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김재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최종삼 태릉선수촌장 등이 참석했다.

후배 이상화(서울시청), 박승희(화성시청), 이정수(고양시청)와 프로농구 선수 출신 서장훈, 김승현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규혁은 13세 때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돼 23년 동안 1997년(1000m), 2001년(1500m)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것을 비롯 2003년, 2007년 아시안게임 2관왕, 세계 종목별 선수권 대회 우승(1회), 세계 스프린트 선수권 우승(4회) 등 국제대회에서 획득한 메달 수가 30여 개에 이른다.

동계올림픽 6회 연속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지만 아쉽게 올림픽 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규혁은 "메달이 없어서 오히려 다행"이라며 은퇴식에서 올림픽 메달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냈다.

스케이팅복을 벗고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이규혁은 은퇴식에서 "그동안 오랜 시간 운동하며 많은 분에게 도움을 받았는데 감사함을 다 표현하지 못해 죄송하다. 오늘은 그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다"면서 지난 23년간 국가대표로 생활하며 고마웠던 이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거론하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먼저 이규혁은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전이경에게 "초등학교 때 전이경 누나랑 스케이트를 같이 탔다. 누나는 그때도 스케이팅을 잘 타서 제가 많이 쫓아다녔다"며 "제가 마지막에 이기는 바람에 누나가 선생님께 혼났는데 이 자리를 빌어 누나한테 잘못했다고 전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또 "저는 20년 동안 운동만 열심히 하는 선수는 아니었다"며 "지칠 때 가끔 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그때 특히 저랑 잘 놀아주신 서장훈 형 감사하다"고 말해 주변을 폭소케 했다.

이어 후배들의 이름을 열거하던 이규혁은 이상화를 향해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자랑스러운 후배다. 일정이 아주 바쁘겠지만 즐거운 이때를 많이 즐겨라"고 당부하며 "어른들한테 인사도 좀 잘하고 다녀라"고 덧붙여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동계올림픽 6회 연속 출전에 빛나는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큰 형인 이규혁이 7일 오전 서울 종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국가대표 은퇴식에서 송별사 도중 손으로 눈가를 훔치고 있다. 2014.4.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은사와 선배, 동료, 후배들에게 인사를 이어가던 이규혁은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참았던 눈물을 보였다. 이규혁은 "사실 아버지가 편찮으시다"며 "은퇴식에 오고 싶어 하셨는데 못 오셨다. 강한 분이라 이겨내실 거라 생각한다"며 가족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규혁은 "올림픽 메달은 제 꿈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하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생각만 해도 흥분된다"며 "평창동계올림픽에 많은 분들이 격려하고 관심을 가져 주셔서 잘 됐으면 좋겠다"고 선배다운 부탁을 했다.

마지막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열심히 살겠다. 감사하다"고 은퇴식에 참석한 은사와 지인들에게 끝인사를 전했다.

한편 은퇴 후 이규혁은 그동안 선수생활 경력을 발판으로 지도자의 길과 학업 등 새로운 인생을 준비할 예정이다.


letit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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