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인터뷰] 신정태의, 신정태에 의한, 신정태를 위한 김현중

"'감격시대', 연기자로서 터닝포인트"
"'연기돌', 사회적 위치 버리고 연습생 때 열정으로 해야"

(서울=뉴스1) 유기림 기자 | 2014-04-06 21:59 송고 | 2014-04-06 23:30 최종수정
배우 김현중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민영통신사 뉴스1과 인터뷰를 가졌다/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검은색 짧은 머리에 그을린 얼굴, 큰 눈에 어린 약간의 우수. KBS 2TV 수목드라마 '감격시대:투신의 탄생'(이하 '감격시대')은 끝났지만 종영 직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겸 가수 김현중(28)은 여전히 '방삼통'을 지키는 신정태였다.

"지금 25회 대본이 나온다고 하면 도망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 그 연기를 하라고 하면 못할 듯하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오롯이 신정태로서 드라마 속에서 싸우며 울고 웃었다. 작품을 둘러싼 잡음 속에서도 그는 중심을 잃지 않았다. 그의 노력이 통했던 걸까. '감격시대'는 초반 부진을 털고 결국 수목극 시청률 1위로 종영했다. 그야말로 4년 만에 드라마 주연에 나선 김현중의 '재발견'이었다. 그는 들려오는 연기 호평에 "실감이 안 난다"고 얼떨떨해 했다.

"신정태에 푹 빠져 있었어요. 그 연기는 김현중이 한 게 아니었어요. 미쳐 있었죠. 꿈도 '감격시대' 꿈만 꿨어요. 이 드라마는 4년 동안 느낀 모든 걸 쏟아부은 드라마에요. 후회는 없고 많이 만족해요. 여러 사람들의 우려와 걱정 속에서도 수목극 시청률 1위로 마무리돼 기분이 좋습니다."

주인공으로서 24부작 드라마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간 김현중에게 '감격시대'는 배우로서 하나의 이정표가 됐다. 김현중은 "'감격시대'는 앞으로 내가 연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 방향 제시를 정확히 해준 작품"이라며 배우라는 꽃을 피우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못 하면 꽃을 못 피우는 거고, 잘하면 꽃이 필 거라 생각했다. 연기자로서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자평했다.

"연기를 배운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배우의 자세를 배웠어요. 남의 인생을 흉내내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것을요. 흉내와 그 사람이 되는 건 천지차이거든요. 작품에 대한 애정도나 연기론에 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됐던 계기였습니다."

쉽지만은 않은 여정이었다. 150억원의 제작비로 화려하게 시작한 '감격시대'는 자체 최고 시청률 12.6%(닐슨코리아 기준)라는 기대에는 못 미친 성적표로 몇 차례 내홍을 겪었다. 극 중반의 작가 교체와 제작사의 임금 미지급 사태, 일부 배우의 중도 하차가 있었다.

그럼에도 김현중의 연기는 흔들리지 않았다. 특히 23회 방송분에서 죽은 진세연(김옥련 역)을 붙잡고 말을 잇지 못한 채 오열하는 김현중의 연기는 압권이었다. 김현중은 "중간에 작가 분도 한번 교체되면서 많이 고민을 했지만 신경쓰지 않으려 했다"면서 "신정태가 돼야지 어떤 대본이 들어와도 흔들리지 않겠다 싶었다. 이미 신정태가 되려 노력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배우 김현중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민영통신사 뉴스1과 인터뷰를 가졌다./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워낙 많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어요. 말로 하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힘든 일 있으면 먼저 나섰죠. 저라도 구르고 있어야지 모두들 구를 힘이 날 것 같았거든요. 사건, 사고가 일어났으면 누구 한명 튀어나갈 법도 한데 배우들끼리 똘똘 뭉쳐서 작품을 지키겠다는 신념을 보였어요. 우연히 성격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이기도 했구요. 생계 배우들이 많아요. 제작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데도 다른 작품을 제치고 여기에 남으셨어요. 인생에 한번뿐인 기회를 포기하고 '감격시대'를 해주신 분들에게 언젠간 제가 갚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기에 김현중은 자신을 향한 연기 호평을 두고 덤덤해하면서 "모든 걸 같이 누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정태를 위한 드라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조연, 단역 분들이 엄청 노력을 해주셨기 때문에 신정태라는 캐릭터가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자기 캐릭터에 애착을 갖고 있었고 '감격시대'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건 액션팀, 감독님, 배우들이 만든 드라마다. 4일 만에 2편을 찍어내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그 정도 수준의 드라마를 만든 건 서로 간의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보조출연자를 보고 마음을 다잡게 된 계기도 공개했다.

"겨울에 땅바닥에서 죽는 장면을 찍는 어떤 보조출연자께서 따님이랑 통화하고 계시는데 찡했어요. 한 겨울에 누워 계신 그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저 분들도 가정을 지키시려 이렇게 열심히 하시는데 난 진짜 복에 겨운 놈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진짜 힘들었지만 내가 언제 이런 연기를 해보고 이 시대를 살아볼까 싶었어요. 무조건 재밌다고 생각을 바꾸니 진짜 재밌더라구요."

그야말로 열심히 했다. 김현중은 2013년 6월부터 촬영 준비를 시작해 한류스타 '김현중'을 없애려 배우 최일화의 극단에서 연기 연습을 하고 액션스쿨을 다니고, 신정태의 옷을 입고 평소에 지냈다. 그는 "한 장면, 한 장면 100% 최선을 다했다"며 아쉬움은 없다고 했다. 모든 걸 쏟아부은 만큼 신정태라는 꼭 맞았던 옷을 벗으려면 김현중에게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듯 보였다.

"아직은 정태를 보낼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약간 가라앉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5일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쉬다 오면서 정태를 마음 편안히 보내주려구요. 김현중이 했던 일들을 다시 해보고 싶어요. 좋아했던 술, 자전거, 스킨 스쿠버, 축구를 하면서 현재의 김현중으로 돌아와야죠. 차기작이요? 멜로를 해보고 싶긴 한데 온전히 다시 김현중으로 돌아와서 백지 상태에서 다음 시나리오를 보고 판단하려구요. 지금은 판단이 잘 안 서서 빨리 (신정태를) 빼내야 할 것 같아요."

휴가를 떠나기 전 김현중은 "일이 있으면 못 쉬는 성격"이라며 인터뷰는 물론 일본 음반 녹음을 하며 가수 활동 준비를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오는 6월 미니앨범 4집으로 가수 복귀할 예정이다.

아이돌 그룹 SS501로 연예 활동을 시작해 연기의 맛을 본격적으로 알기 시작한 김현중은 아이돌 출신으로 연기를 하는 후배들에게 "사회적 위치를 버리고 가수 연습생 때의 열정으로 연기에 덤벼야 한다. 같은 열정으로 해야 진짜 연기를 하고 욕을 먹지 않는다"고 그답게 조언했다.

"20대까지도 그렇고 지금의 저는 가수 쪽에 좀 더 가까울 듯해요. 가수로서는 제 마음대로 놀면서 떨지 않고 100% 즐기는데 드라마에서는 그러지 못하고 있거든요. 항상 부담감이라는 게 있구요. 30대 때는 가수 활동을 줄여가면서 배우로서 활동을 하려 해요. 그룹 활동이요? 군대 간 애들이 제대할 때는 제가 군대에 가요. 내년에 가게 될 것 같은데, (그룹 활동은) 조금 더 기다리셔야겠는데요? (웃음)"
배우 김현중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민영통신사 뉴스1과 인터뷰를 가졌다./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girin@news1.kr

오늘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