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워크아웃은 '죽음의 덫'?…회생은 커녕 빚 덤터기

자금지원 늦고 대출 중심 지원 부채비율만 높여 결국 '법정관리'
벽산건설 파산…쌍용건설 워크아웃 후 법정관리
감독당국 "채권단-대주단, 경영개선에 적극적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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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전병윤 기자 = "몸이 아파 병원에 갔는데 병만 악화돼 중환자실로 가는 격입니다."

경영난을 겪은 건설업체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뒤 회생기회를 못찾고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빠져드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워크아웃의 실효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벽산건설은 2번의 워크아웃 끝에 법정관리로 갔다가 결국 1일 법원으로부터 사실상 파산선고를 받았다.

벽산건설의 병세는 2010년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후부터 더 악화됐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당시 채권단은 벽산건설이 보유하고 있던 자산을 매각하는데 전념했고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 추진을 꺼려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벽산건설의 경쟁력은 날로 후퇴했고 2012년 6월 법정관리 신청을 앞두고 핵심 인력들이 줄줄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재기의 발판 자체가 없던 상황이라 이미 법정관리를 신청했을때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고 전했다.

안중언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워크아웃을 진행하면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업 회생의 기회를 모두 잃어버리고 법정관리에 들어선 후 자체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M&A 만을 바라보다 파국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며 "벽산건설의 파산은 정부의 기업회생 정책이 아무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채권단 주도로 신속한 구조조정을 추진해 회생의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오히려 채권단의 이해관계에 걸려 법정관리보다 더 못한 결과가 빚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벽산건설을 비롯해 남광토건, 우림건설, 중앙건설, 한일건설도 워크아웃 이후 법정관리를 진행 중이지만 앞날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16위인 쌍용건설도 유동성 지원을 받지 못한데다 거듭된 M&A(인수·합병) 실패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하지만 채권단과 워크아웃에 참여할 의무가 없는 비협약채권자인 군인공제회의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로 책임분담의 크기를 놓고 갈등을 빚는 등 워크아웃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올초 법정관리까지 내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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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 신청후 자금 수혈까지 4개월 걸려…빚만 늘어나채권단의 의사결정이 늦어져 필요한 자금이 제때 지원되지 못해 워크아웃 기업을 악순환의 늪에 빠지게 만든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워크아웃 신청 이후 채권단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데 까지 평균 4개월 이상이 걸린다. 정책당국과 채권단이 신속한 자금지원을 못하는 동안 이미 밀려있는 협력업체들의 대금, 임금채권, 비협약채권자들의 채권들은 그 규모는 점점 불어날 수밖에 없다.

유동성 위기가 발생된 상황에서 신속하게 자금지원이 이뤄져 밀린 대금들을 지불해야 비협약채권자들의 채권 동요가 안정되고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통한 선순환을 만드는 타이밍을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안중언 건설노조 정책국장은 "정책당국과 채권단의 의사결정이 늦어져 비협약채권이 급격히 늘어나 채권단이 자금 지원을 해도 순식간에 자금이 바닥나게 되고 다시 자금을 요구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의 지원 방식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된다. 채권단은 단순한 이자 조정과 유동성을 지원하고 있는데, 빚이 많아 문제가 생긴 기업들에 근본적인 처방대신 빚을 늘리는 처방만을 해 준 셈이다.

안 국장은 "기업들이 회생을 도모하기 위해 근본적인 체력을 보강하려면 자본확충을 위한 출자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쌍용건설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단순한 유동성 지원만을 받아 급한 불을 껐지만 단기자금 지원은 사실상의 빚을 늘리는 것이어서 오히려 부채비율이 높아져 기업의 신용도가 하락하고 시장의 신뢰가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와 채권단은 강력한 기업 실사를 통해 경영책임을 명확히 하고 건설사 오너들에 대한 응당한 책임추궁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고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국, 채권단-대주단 역할분담 가이드라인 마련 "적극적 참여 독려"감독당국도 2012년 8월 워크아웃 과정에서 돈을 꿔준 채권단과 개발사업장에 PF(프로젝트 파인낸싱)를 빌려준 대주단 사이에 책임소재를 놓고 갈등이 생기자 각자의 역할을 적시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일반적인 자금 소요는 채권단에서 지원하고 개발 사업장에서 발생한 자금 부족은 대주단에서 책임을 지고 메워주는 식으로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채권단과 대주단 사이 갈등은 전보다 확연히 줄었다"며 "다만 쌍용건설처럼 비협약채권자에 대한 참여 여부는 법으로 강제할 수단이 없어 감독당국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황이 개선되면 워크아웃 자체가 탄력을 받아 성공할 확률이 높지만 건설부동산 경기가 장기 침체를 겪고 있어 워크아웃이 실패하고 있다"며 "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해 워크아웃을 진행한 만큼 채권단과 대주단들이 좀 더 적극적인 의사결정을 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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