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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도심의 참변…숨 막혔던 '3분'(종합3보)

참변 낳은 '광란의 버스 질주' 사건의 재구성
숨진 이군과 중태 빠진 장양…동서울대 학과 동기
경찰, 사고원인 규명 조사…차체결함·신체이상 등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문창석 기자, 최동순 기자 | 2014-03-20 06:31 송고 | 2014-03-20 07:00 최종수정
19일 밤 11시45분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송파구청 사거리 인근에서 운행을 마치고 차고지로 향하던 시내버스가 신호를 기다리며 멈춰서있던 노선버스를 추돌했다. © News1 정회성 기자


경찰이 20일 한밤중 서울 잠실 한복판에서 19명의 사상자를 낸 '광란의 버스 질주' 사고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날 염모(59)씨가 몰던 3318번 시내버스는 석촌호수 사거리에서 택시 3대를 연속으로 들이받은 뒤 송파구청 사거리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택시와 승용차 4대를 잇달아 치고 이어 노선버스 30-1번 버스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염씨와 노선버스에 타고 있던 이모(19)군 등 2명이 숨지고 장모(19)양 등 1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은 이번 사고가 염씨의 신체기능 이상, 버스차체 결함 등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 중이다.
◇참변 낳은 '광란의 버스 질주' 사건의 재구성

전날 밤 오후 10시쯤 서울 강동구 공영차고지에서 '마지막 버스'로 출발한 시내버스 3318번. 일정대로라면 이 버스는 강일동, 마천동 등을 돌고 20일 새벽 0시40분쯤 강일동 공영차고지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3318번 버스는 19일 밤 11시43분쯤 송파구청 사거리에서 올림픽공원으로 향하다 갑자기 석촌호수 사거리에서 승차 대기 중이던 택시 3대를 연속으로 들이받는다.

사고를 당한 택시기사들이 차량에서 내리기도 전에 3318번 버스는 운행이 불가능한 '적색등'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우회전해 또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3318번 버스는 노선대로라면 석촌호수 사거리에서 약 400~500m를 더 운행한 뒤 다음 삼거리에서 우회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3318번 버스는 정해진 노선이 아닌 석촌호수 사거리에서 그대로 우회전해 약 1㎞를 더 달린다.

당시 버스에 탑승해 있던 승객 3명 중 1명인 강모(17)군이 버스기사 염씨에게 "멈춰라"고 다급하게 말했지만 염씨는 "어,어,어"만을 반복할 뿐 운행을 계속했다.

1차 사고 이후 3분 뒤인 밤 11시46분쯤 송파구청 사거리에 도착한 3318번 버스는 신호대기 중이던 옆 차선의 택시, 벤츠 승용차 등 4대를 스친 뒤 앞서 있던 30-1번 버스를 그대로 들이 받는다. 이 충격으로 30-1번 버스는 약 25m 가량 밀려나는 등 큰 충격을 받았다.

사고 당시 영상이 찍힌 피해차량들의 블랙박스에 따르면 3318번 버스는 사고 당시 약 30~40㎞로 달린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30-1번 버스를 추돌할 당시에는 시속이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고로 염씨와 30-1번 버스에 타고 있던 이모(19)군 등 2명이 숨졌다. 또 이군 옆에 앉아 있던 장희선(19)양이 중태에 빠지는 등 17명의 시민이 부상을 입었다.

◇"신입생환영회 다녀오다가…" 숨진 이군과 중태 빠진 장양 같은 학과 동기
19일 밤 11시45분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송파구청 사거리 인근에서 달리던 시내버스가 신호를 기다리며 멈춰서있던 노선버스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 News1 정회성 기자


이번 사고로 안타깝게 사망한 이군과 중태에 빠져 '장기기증'을 결정한 장양은 올해 동서울대학교 컴퓨터정보학과에 입학한 '동기'였다.

이들은 이날 경기 성남시 인근에서 마련된 신입생환영회에 참석한 뒤 함께 귀가하다가 이같은 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평소에도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던 이들은 집 방향이 같다는 이유로 함께 30-1번 버스에 올랐다.

이 버스에는 이군과 장양 외에도 함께 신입생환영회에 참석했던 동서울대학교 대학생 A씨도 탑승했다. A씨는 버스 앞쪽 좌석에 앉아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군 유족과 장양 가족 측에 따르면 이날 이들은 "집이 먼 사람은 일찍 돌아가도 좋다"라는 대학교수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30-1번 버스 뒷좌석에 앉았다.

이들이 버스에 타고 귀가하던 중 발생한 3318번 버스의 추돌 충격은 뒷좌석에 앉은 이들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이군의 작은 외조부 한모씨는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해 인생을 시작하려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려 너무 안됐다"며 "차라리 그냥 밤을 새고 안 왔어야 하는데…"라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중태에 빠진 장양은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는 병원 측의 의견에 따라 이날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장양의 가족은 "무의미하게 희선이를 보내는 것보다 장기기증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전달하는 것이 낫다고 가족 모두가 동의했다"며 "착하고 여렸던 희선이도 이같은 결정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장양은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져 장기기증에 필요한 검사를 앞두고 있다.

같은 학과 동기인 이군과 장양의 사고에 대해 동서울대 관계자는 "이들이 참석했던 자리가 공식적인 학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인지, 친목도모를 위한 자리인지 파악 중"이라며 "이번 사고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며 이군의 유족, 장양의 가족 등과 충분히 협의해 원만하게 해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 경찰 사고원인 규명 조사 착수…버스차체 결함, 신체기능 이상 등
19일 밤 11시45분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송파구청 사거리 인근에서 달리던 시내버스가 신호를 기다리며 멈춰서있던 노선버스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 News1 정회성 기자


서울 송파경찰서는 전날 발생한 이번 사고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버스 운전기사 염씨의 신체기능에 이상이 있었는지 여부, 3318번 버스차체 결함 여부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운수업에 종사하는 염씨는 일반 운전자보다 교통사고에 대한 안전조치 등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염씨가 1차 사고 이후 계속해서 운행을 이어간 점, 사고 회피를 위한 조치 등을 취하지 않은 점 등에 따라 염씨의 버스 운행이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염씨에게 사고 당시 뇌졸중 혹은 심장마비 등이 발생해 신체기능이 정상이 아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경찰은 3318번 버스차량 결함으로 인한 사고인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3318번 버스의 GPS 추적장치가 사고가 발생하기 전부터 꺼져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차체결함 가능성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3318번 버스의 블랙박스가 1차 사고 이후 파손됨에 따라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블랙박스 복구를 요청할 계획이다.

현재 경찰은 1차 사고 관련차량 블랙박스 3개와 2차 사고 관련차량 블랙박스 1개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결함에 의한 것인지, 운전기사 신체적 이상에 의한 것인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며 "이를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염씨에 대한 부검과 3318번 버스에 대한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조사 결과 이번 사고가 운전기사 염씨에 의한 과실로 결론날 경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적용된다. 1차 사고 이후 염씨가 사고에 대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한데 대해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혐의도 적용 가능하다.

그러나 염씨가 사망함에 따라 이 경우에는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된다.

차량정비 소홀로 인한 차체결함으로 결론 날 경우에는 버스회사 관계자들에게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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