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조영빈 기자 = 홍사덕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15일 "민간단체가 정부 입장에 좌우돼선 안된다"며 정부의 난색에도 불구하고 '북녘에 비료 100만포대 보내기 운동'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대북 비료 지원에 아직까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정부측의 기류를 친박(친박근혜) 핵심 인사로 분류되는 홍 의장이 정면으로 거스르는 셈이어서 그 배경은 물론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홍 의장은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민화협의 대북 비료지원에 대한 정부측의 부정적 기류와 관련, "민화협은 정부기관이 아니라 민간기구다. 내가 정부기관장이면 정부 입장을 따르겠지만 민화협은 민간기구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홍 의장은 "내가 그쪽(정부)에 아는 사람들이 있어 정부측 의견을 따르면 민화협의 후배들에게 아주 나쁜 전통을 물려주게 되는 것"이라며 "정부 의견에 휘둘리는 것은 민화협 내 많은 단체들의 위엄을 해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민화협이 지난 13일 예정했던 '북녘에 비료 100만포대 보내기 운동' 선포식을 돌연 취소한 것을 두고 정부측의 압박에 의해 사업 추진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을 일축한 것이다.
홍 의장은 선포식 연기 배경에 대해선 "일을 급하게 추진하다보니 원로분들에게 행사 당일 새벽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그날 낮에 행사에 나오시라고 했는데 그게 예의범절이 아니더라"며 행사 개최를 둘러싼 단순한 내부 의전과 관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의장은 대북 비료지원 계획에 대해선 "예전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 때처럼 지금 북한에선 농사 수확물의 일부를 주민들이 가져가게 하고 있는 만큼 영농 의욕이 높다"며 "이런 때 비료를 보내야 한다"고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북한에서 6·28 경제개선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분조관리제'를 뜻하는 것으로, 수확물의 30%를 농사를 짓는 분조원들에게 분배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홍 의장은 "1년 농사에서 비료가 필요한 시기가 3~4월과 5~6월 그리고 곡식이 익기 직전 등 최소 세차례 필요하다"며 "일단 비료 10만 포대가 확보되는 대로 통일부에 반출 허가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 의장의 주도로 계획된 대북 비료보내기 운동은 1인당 20kg 비료 한 포대 구입(1만2000원)을 위한 계좌 100만개를 개설해 모두 100만 포대의 비료를 북한에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캠페인이 시작된 지 이틀 만에 이미 약 8만 포대 분량의 성금이 모금됐으며, 10만 포대가 채워지는 다음주쯤 민화협은 통일부에 반출 허가 신청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민화협에서 신청이 들어오면 허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그러나 취약계층을 위한 의약품 등 인도적 대북 지원에는 비교적 적극적이지만, 쌀과 밀가루와 함께 비료 지원에 대해선 시기가 이르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민화협의 대북 비료 지원이 조만간 성사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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