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고노담화 계승"에 朴 "다행"…한일관계 개선 '청신호'?

네덜란드 '핵안보정상회의' 참석 계기 정상회담 가능성 주목
靑, 긍정 평가 속 "좀 더 지켜보자"… 국내 여론 동향에 '촉각'

본문 이미지 -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박근혜 대통령(왼쪽)을 같은 행사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3.10.8/뉴스1 © News1 박철중 기자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박근혜 대통령(왼쪽)을 같은 행사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3.10.8/뉴스1 © News1 박철중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그동안 일본 정부와 정치권 인사들의 우경화 움직임 및 과거사 왜곡으로 갈등을 빚어왔던 한일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최근 '고노(河野)·무라야마(村山) 담화 계승' 발언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다행으로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양국관계 정상화의 단초가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15일 청와대와 외교부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사죄했던 '고노 담화'의 수정 논란과 관련해 전날 열린 일본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 "현 내각에선 담화 수정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베 총리는 또 '고노 담화'와 함께 과거 태평양 전쟁과 주변국에 대한 식민지배 침략에 대한 사죄·반성 등의 입장을 담은 '무라야마 담화', '고이즈미(小泉) 담화'을 거론하며 "현 내각은 이들 담화를 포함해 역사 인식과 관련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로서 계승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본 지지(時事)통신은 "아베 총리가 고노 담화 수정에 대해 명확하게 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가 이번에 '무(無)수정 및 계승' 입장을 분명히 한 '고노 담화'란 지난 1993년 8월 일본 정부 대변인인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이 발표한 것으로서 일본 정부가 과거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강제동원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사죄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베 총리는 과거 일본군 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 온 데다 2012년 말 재차 총리에 취임한 이후에는 일본 내 우경화 흐름 속에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지난해 말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까지 강행하는 등 과거사 왜곡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가 점증돼 왔다.

특히 최근 일본 정부는 '고노 담화' 작성 경위에 대한 검증 방침을 밝히는 등 사실상 이 담화 내용을 수정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여 논란이 됐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도 그동안 일본 측의 이 같은 행보를 비판하며 '올바른 역사인식'을 보여줄 것을 거듭 촉구해왔던 상황.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난 1년 간 일본 측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을 갖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달 1일 제95주년 '3·1절' 기념사에서도 "지난 시대의 아픈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이 관계를 발전시켜올 수 있었던 것은 평화헌법을 토대로 주변국들과 선린우호 관계를 증진하고,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 등을 통해 식민 지배와 침략을 반성하면서 미래로 나아가고자 했던 (일본 측의) 역사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한 나라의 역사인식은 그 나라가 나아갈 미래를 가리키는 나침반"이라며 "과거의 잘못을 돌아보지 못하면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없고, 과오를 인정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때문에 정부 일각에선 아베 총리의 이번 '고노·무라야마 담화 계승' 발언을 놓고 일본 정부가 박 대통령의 '올바른 역사인식' 촉구에 일정 부분 화답한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지금이라도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처를 덜어드리고 한일관계와 동북아 관계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를 입장을 내놓은 것도 아베 총리의 발언을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우리 정부는 아베 총리의 이번 발언이 실질적인 양국 관계 개선으로까지 이어지려면 일본 정부와 정치권의 보다 진정성 있는 행동이 수반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의 이번 발언이 한·일 관계 개선을 바라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오는 4월 방한 및 방일 일정 등을 염두에 둔 '립서비스'에 그칠 경우 결과적으론 양국 관계가 더 악화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구나 아베 총리의 이번 발언은 미국과 일본 측이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NSS)에 각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것을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담이나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일견 우리 측을 '압박'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의 NSS 참석 기간 한·미·일 또는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좀 더 지켜보자"며 말을 아끼고 있는 모습.

그러나 최근 청와대나 외교부 등 관련 부처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 볼 때 당초 '불가론'에 가까웠던 한·일 정상회담 개최 문제에 관한 내부 기류가 '신중론' 쪽으로 바뀐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이에 대해 한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만약 '아베 총리는 더 이상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선 안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일 정상회담을 하자고 하면 일본 측이 그걸 받아들일 수 있겠냐"면서 "그런 의미에서 아베 총리의 이번 발언은 (우리나라나 미국 입장은 물론) 자국 내 여론까지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려면 우리 역시 "국내 여론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사전 예고 없이 주말인 이날 오전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한 박 대통령의 반응을 '급하게' 내놓은 것 또한 NSS 참석 등을 위한 그의 출국에 앞서 관련 여론을 충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오는 23일부터 5박7일 간의 일정으로 네덜란드와 독일을 방문한다.

ys4174@news1.kr

대표이사/발행인 : 이영섭

|

편집인 : 채원배

|

편집국장 : 김기성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종로 47 (공평동,SC빌딩17층)

|

사업자등록번호 : 101-86-62870

|

고충처리인 : 김성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병길

|

통신판매업신고 : 서울종로 0676호

|

등록일 : 2011. 05. 26

|

제호 : 뉴스1코리아(읽기: 뉴스원코리아)

|

대표 전화 : 02-397-7000

|

대표 이메일 : webmast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사용 및 재배포, AI학습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