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허재경 기자 =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우리같은 영세업자만 죽어납니다."
이동통신 시장의 골목상권이라고 할 수 있는 휴대폰 판매점들이 존폐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불법보조금을 살포한 이동통신3사에 대해 이달 13일부터 45일간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여파 때문이다. 영업정지 기간동안, 이통사들은 신규가입은 물론 예약접수, 가개통, 번호이동 등 일체의 영업행위를 할 수 없다. 이로 인해 휴대폰 판매를 생업으로 삼는 휴대폰 유통업계는 이통사 영업정지가 끝나는 5월 19일까지 68일동안 생업을 접어야 한다.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 13년째 휴대폰 유통매장을 운영 중인 A사장은 "위(이통사)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애꿎은 우리만 쥐어짜고 있다"며 "매장 문닫을 일만 남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억울하지만 호소할 길도 막막하다. 지금 상태라면 이민까지 생각 중이라고 했다.
서울 봉천동의 한 이통사 직영매장 관계자는 "일단 영업정지시키면 벌이가 없어지는 것인데, 그러면 어떤 식으로 생계를 이어갈 지 대책은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대책없이 쪽박만 차라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영업정지 파장으로 일손을 놓게 될 휴대폰 유통업계 입장은 안중에도 없다는 불만이다.
미래부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졌다. 나진상가에 있는 한 휴대폰 판매점 관계자는 "이게 통신사 영업정지인지, 휴대폰 유통상 영업정지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며 "미래부의 이번 영업정지는 국내 휴대폰 유통구조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라고 비난했다. 통신사는 대기업이어서 45일간의 영업정지를 견딜 수 있지만, 영세 자영업자인 휴대폰 유통업체들은 이를 견디기엔 무리란 설명이다.
실제로 이번 영업정지가 이통사들에게 오히려 호재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않다. 이런 시각을 반영하듯,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지난 7일 이통3사의 주가변동은 미미했다. 영업정지보단 개인정보 유출사건 여파가 더 컸던 KT만 1.02% 하락했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0.71% 빠졌다. 반면, LG유플러스는 1.14% 올랐다.
영업정지 기간동안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45일의 영업정지 기간이면 이통사 입장에선 적지 않은 실탄(마케팅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며 "영업정지가 이통사에게 꼭 나쁘다고 볼 수 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미래부의 이번 영업정지 제재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휴대폰 유통업계가 고스란히 짊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 휴대폰 매장 관계자는 "2개월 넘게 손을 놓고 있으면 매장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며 "매장 월세나 직원들 월급도 감당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영업정지에 따른 실직 두려움은 이미 휴대폰 유통업계를 덮친 상태다. 일부에선 벌써부터 무급 휴직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 종로3가 휴대폰 유통매장 관계자는 "(영업정지가 이대로 시행된다면) 지금 여기 매장에서 일하는 젊은 친구들의 대부분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국 영세 휴대폰 유통업계 종사자들로 구성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13일 협회 소속 1500여명의 집회를 갖고 집단 시위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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