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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2014결산➂] 러시아 환호, 한국 쇼크…'안현수'가 남긴 것은?

2개국적 金·8년간 두 차례 3관왕 등 '황제'의 부활
한국 男 쇼트트랙 '노메달' 수모…체육계 정화 목소리 높아져

(서울=뉴스1) 권혁준 인턴기자 | 2014-02-23 07:59 송고
러시아 안현수가 지난 22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팔라스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계주 5,000m 결승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후 러시아 국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2014.2.22/뉴스1 © News1 (소치(러시아)=뉴스1) 이동원 기자

2014 소치 동계 올림픽의 최고 스타는 단연 '빅토르 안' 안현수(29·러시아)였다.
안현수는 2006 토리노 올림픽 이후 국적을 바꿔 8년 만에 복귀한 올림픽 무대에서 남자 1000m, 500m, 5000m 계주까지 총 3개의 금메달을 휩쓸며 '황제'의 귀환을 전세계에 알렸다. 안현수는 1500m에서도 동메달을 추가해 이번 대회 쇼트트랙 전종목에서 메달을 땄다.

안현수는 올림픽 역사도 새로 썼다. 그는 2개의 국적으로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최초의 선수가 됐다.

앞서 2개 국적으로 메달을 따낸 선수는 존재했으나(스피드 스케이팅 바트 벨드캄프-네덜란드·벨기에) 2개의 국적으로 금메달을 딴 선수는 안현수가 최초다. 더욱이 안현수는 한국, 러시아 국적으로 각각 3관왕을 달성하는 대업을 이루기도 했다.
안현수는 이번 대회의 강력한 최우수선수상(MVP) 후보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에서 3관왕을 차지한 선수는 안현수를 비롯해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마리트 뵈르겐(33·노르웨이)과 바이에슬론의 다르야 돔리체바 등 세 명 뿐이다. 이 중 안현수는 동메달 하나를 더 가지고 있어 한 발 앞선 모양새다.

또 안현수는 역대 올림픽에서 8개(금6, 동2)의 메달을 획득하며 미국의 아폴로 안톤 오노(금2, 은2, 동4)와 함께 쇼트트랙 최다 올림픽 메달 획득의 기록에 오르기도 했다.

숱한 기록을 쏟아낸 안현수의 활약은 이번 대회 종합 우승을 노리는 러시아에게 큰 힘이 됐다. 23일 오후 4시 현재 금 11, 은 10, 동 8개를 획득한 러시아는 2위 노르웨이(금 11, 은 5, 동 9)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러시아의 11개 금메달 중 홀로 3개를 획득한 안현수에게 아낌없는 찬사가 쏟아졌다. 쇼트트랙 경기장에서 안현수가 등장할 때면 경기장은 환호성으로 들끓었다. 안현수의 활약에 감명 받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화면을 안현수의 사진으로 바꾸기도 했다.
대한민국 남자 쇼트트랙 계주 대표팀(김윤재, 박세영, 신다운, 이한빈, 이호석)이 지난 13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팔라스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5,000m 계주 준결승경기에서 이호석이 상대선수와 충돌해 넘어져 3위로 마감, 결승진출에 실패하고 있다. 2014.2.13/뉴스1 © News1 (소치(러시아)=뉴스1) 이동원 기자

반면 한국은 일대 충격에 빠졌다. 안현수가 러시아로 떠나게 된 사연이 재조명 되면서 한국 쇼트트랙의 고질적인 파벌 문제가 다시 대두됐고,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안현수가 금메달을 딴 뒤 빙상연맹 홈페이지는 항의 글이 폭주해 한동안 접속이 불가능했다. 국적을 바꾸면서까지 올림픽 출전 꿈을 이루고 금메달을 딴 안현수에 대한 열광과 함께 그가 한국을 떠나야 했던 부조리한 상황이 도마위에 오르면서다.

설상가상으로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이 부진의 늪에 빠지며 안현수의 활약과 대조를 이뤘다. 남자 선수들은 넘어지거나 다른 선수와 충돌하는 등 잇따른 불운에 시달렸고, 결국 단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한채 씁쓸하게 대회를 마감했다.

많은 이들은 대표팀의 '노메달'을 안타까워하면서도 한편으론 안현수의 금메달에 환호했다. 파벌싸움에 얼룩진 남자 대표팀의 부진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빙상계 파벌 문제를 지적했고, 황찬현 감사원장도 "빙상연맹 감사가 필요한 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안현수의 활약상에서 비롯된 파장은 체육계 전체로까지 번졌다. 빙상계 뿐만 아니라 한국 체육계 전체에 널리 퍼져있는 파벌주의, 줄 세우기, 심판부정과 각종 부조리들을 이번 기회에 뿌리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김종 문화체육부 제2차관은 "안현수 문제를 계기로 빙상연맹뿐만 아니라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협회는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안현수 한 명이 전세계를 들썩였다. 한국은 들썩인 정도가 아니라 뒤집어졌다. 소치 올림픽은 막을 내리지만 안현수로 하여금 수면위로 떠오른 한국 체육계를 바로 세우는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이다.

감사도 좋고 처벌도 필요하다. 하지만 '제 2의 안현수'를 만들지 않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보다 체육계 스스로의 냉철한 자성과 성찰, 이에 따른 혁신이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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