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1) 장진웅 기자 = 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김영주씨(50)는 이사 비용을 놓고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김씨의 이사 예정일이 ‘손 없는 날’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이사 대행업체가 이사비용을 다른 날과 비교해 20만원을 더 요구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다른 이삿짐센터를 문의를 해보았지만, 마치 담합이라도 한듯 같은 웃돈을 요구했다.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30만원정도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발령으로 급하게 이사를 한 박영민씨(31)도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이사가 가능한 날이 '손 없는 날'과 겹쳤다는 이유로 터무니없는 웃돈 요구에 깜짝 놀랐다”고 분개했다. 다급한 박씨는 평소보다 15만원정도를 더 지불하고 이사를 했다.
최근 이삿짐 업계가 '손없는 날'을 악용해 고액의 추가 비용을 고객에게 부담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 없는 날’은 악귀가 없는 날이란 뜻으로 민속 신앙 중 하나다. 또 길한 날을 의미해 이사, 혼례 등 중요한 행사를 정할 때 기준이 되는 날이다.
업계에 따르면 평일 2.5톤 포장이사의 경우, 50~60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 하지만 손 없는 날은 60~80만원으로 평균 10~20만원의 가격이 상승한다. 이날 손님이 몰린다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손 없는 날은 다른 날보다 평균 2~3배 이상 손님이 몰렸다. 한 달 전부터 예약해놓는 것이 예삿일이다. 업계는 이날을 대목으로 보고 평소보다 20~30% 이상 요금을 더 받고 있다.
문제는 손 없는 날 여부와 상관없이 이삿날을 정해 놓은 손님에게는 이점이 부당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더욱이 새학기 등 본격적인 이사철을 앞두고 요금 인상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 이를 제재할 수 있는 관련 법규가 없어 단속은 커녕 피해규제 또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구청의 운수 담당 관계자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의 이사화물 표준약관에는 위약금 기준 등에 관련된 조항만 있을 뿐,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조항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와도 관련 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아 한국소비자원 등 관련 단체로 안내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관련 대책에 대해선 “소비자의 불만은 이해가 가지만, 자율 요금제에 의한 것으로 관에서 개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업계 한두 곳의 문제가 아닌 전반적인 행태로 보인다”며 “들쑥날쑥한 요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선 관련 지침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