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출직과 일반 공직자들이 출마를 위해 줄줄이 사직하고 있다.
12일 현재 뉴스1이 전국 취재본부를 통해 조사한 결과 선출직 공직자를 비롯해 일반 공직자, 공기업 임원 등 40여명이 이미 직(職)을 던졌거나 사직을 앞두고 있다.
공직자들의 잇딴 사직 행렬은 선거에 입후보할 공무원이나 공공기관·공기업 임원 등은 선거일 90일 전까지 사표를 내도록 한 공직선거법(53조)에 따른 것이지만 이를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선출직 공직자는 유권자들과의 기본적인 약속인 임기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반 공무원들의 사직 러시는 행정·업무 공백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월6일 사직시한 앞두고 벌써 40명 육박-서울·경기·충청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사직 행렬은 광역 시·도지사, 교육감 입후보자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 지난 4일을 기점으로 계속 늘고 있다.
12일까지 사직했거나 사직 의사를 분명히 한 공직자는 40여명으로 하마평이 나도는 이들까지 더하면 수가 훨씬 불어난다. 구청장·시장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이달 21일, 공직사퇴 시한인 내달 6일이 다가올수록 사표 행렬은 러시를 이룰 전망이다.
서울은 민주당 후보로 양천구청장 도전을 앞둔 안승일 노원구 부구청장이 오는 16일 사직할 예정이다. 정기완 중랑구 전 부구청장은 지난해 6월 일찌감치 명예퇴직을 하고, 3선 연임제한에 걸린 문병권 현 구청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
경기에선 박정오 전 안산시 부시장(1월9일 퇴직), 홍승표 전 용인시 부시장·이성호 전 양주시 교육문화복지국장(지난해 12월30일), 이용희 경기도북부청사 평생교육국장(1월24일), 최승대 경기도시공사 사장(2월12일) 등 5명이 각각 성남시장, 광주(경기)시장, 양주시장 평택시장, 용인시장 출마를 위해 자리를 내놨다. 이밖에 김억기 경기도 교통건설국장, 강석오 경기도의원이 곧 양주시장, 광주시장(경기) 출마를 위해 사직을 예고한 상태다.
충청권은 대전에서 이창기 전 대전발전연구원장이 대전시 교육감 출마를 위해 지난달 29일 사직했고, 정용기 대덕구청장이 사퇴 시한인 다음달 6일 대전시장 출사표를 던지고 퇴임식을 가질 계획이다.
충북은 지난달 30일 교육감 출마를 위해 사임한 홍순규 전 충북교육과학연구원장을 시작으로 김학봉 개신초 교장, 강상무 청주외고 교장, 임만규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장, 손영철 충북정보교육원장 등이 사퇴 시기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빅3' 모두 떠난 곳도-호남·강원·경상
전북에선 도지사 아래 '빅3' 고위간부가 도미노 사퇴했다.
김승수 전 정무부지사가 지난해 9월 전주시장 출마를 위해 일찍이 사직했고, 박성일 전 행정부지사가 12월 완주군수 출마에 도전장을 내밀며 자리를 내놨다. 이어 서열 3위인 유기상 기획관리실장도 올 1월 고창군수 출마를 선언하며 명예퇴직했다. 이밖에도 박준배 전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청 산업본부장과 권건주 전 공무원교육원장이 각각 김제시장, 장수군수 출마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해 퇴임했다.
광주는 지난 연말 신광조 전 상수도본부장(광주 서구청장 출마), 정선수 전 공무원교육원장(광산구청장), 김삼철 전 시립도서관장(남구청장)이 명예퇴직했고, 11일 홍진태 투자고용국장이 서구청장 출마를 위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전남에선 정인화 전 광양경제청본부장이 광양시장에 출마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퇴직했고, 배용태 행정부지사와 최영열 종합민원실장이 각 목포시장, 영암군수를 목표로 퇴직신청을 해 조만간 공직생활을 접는다.
강원도 역시 사퇴했거나 앞둔 공직자들이 벌써 두자리 수다.
재선한 이광준 전 춘천시장이 지난 연말 시장 자리를 떠나 체급을 높여 강원도지사로 출마할 예정이다. 전주수 전 춘천시 부시장도 시장 출마를 위해 비슷한 시기 퇴직했다. 영월부군수 출신인 최명서 강원도여성청소년가족과장은 도의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지난 6일 명예퇴직을 신청했고, 동해시장에 출마할 심규언 동해시장 권한대행은 오는 18일 명예퇴직을 앞두고 있다.
장철규 전 경제진흥국장(속초시장), 정용기 전 춘천시 경제관광국장(춘천시장), 안상훈 전 보건환경연구원 총무과장(도의원)도 지난해 말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전정환 전 정선부군수, 최문순 전 화천부군수도 지난해 10월 일찌감치 퇴임하고 군수선거에 나섰고, 이경식 동계올림픽추진본부 총괄기획과장은 평창군수 출마를 위해 지난달 명예퇴직을 신청한 상태다.
대구는 김범일 대구시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을 차지하기 위한 줄사퇴가 예상되는 곳이다.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 이날 퇴임해 본격적인 선거전에 뛰어들었고, 이진훈 수성구청장도 구청장 재선 또는 대구시장 도전을 놓고 저울질 중으로 알려졌다. 배광식 북구 부구청장은 오는 21일께 사퇴할 예정이고, 강성환 달성군 환경과장도 지난달 17일 명예퇴직하고 달성군수에 도전장을 냈다.
경북에서는 장성욱 전 문경시 부시장이 지난해 7월 일찌감치 사표를 내고 영덕군수 출마를 위해 뛰고 있고, 경북도 정무부지사 출신인 공원식 전 경북도관광공사 사장이 지난달 20일 퇴임해 포항시장 선거전에 뛰어 들었다.
경북도 행정부지사 출신인 이삼걸 전 안전행정부 2차관과 송용배 전 김천시 부시장도 각각 사퇴 후 안동시장과 상주시장 출마를 기정사실화 했다. 경북도의회 사무처장을 지낸 오정석 경북도경제진흥원장과 경북도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박재홍 경북도문화재연구원장은 각각 의성군수와 고령군수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
울산에선 김두겸 남구청장이 지난 6일 울산시장 선거 출마를 위해 사직하고 이튿날 예비후보에 등록했고, 경남에선 박완수 창원시장이 도지사 출마를 위해 지난 5일 사퇴했다.
한편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2009년 12월 이후 공직자 사퇴 시한까지 직을 내놓은 공무원은 160명(중앙공무원 10명·지방 150명)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공무원들의 줄사퇴 행렬은 실제 공무원들이 선출직 단체장에 등용되는 비율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전국 광역·기초단체장의 47%가 중앙정부나 시·도 공무원 출신이고, 경북은 23개 시·군 중 18곳에서 공무원 출신이 단체장을 맡고 있다.
[특별취재팀=장우성·차윤주·장은지(서울)·심영석(대전·충남)·박광석(부산·경남)·이정현(충북)·김춘상(전북)·신효재(강원)·박중재(광주·전남)·이재춘(대구·경북)·이상민(제주)·윤상연(경기) 기자]
편집자주 ...임기말 지방정부가 6월 지방선거에 휩쓸리면서 어수선해지고 있다. 공무원들이 선거 향배에 촉각을 세운 채 복지부동하거나 출마 예상후보에게 줄을 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아예 사직하고 선거판에 직접 뛰어드는 공무원들도 있다. 공직사회가 이같은 분위기라면 정책 추진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뉴스 1은 지방정부가 임기말 처하게 되는 상황을 점검하고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