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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증권사, 직원 '후덜덜'..유화증권이 사는법

불황에도 꿈쩍않는 제로리스크 경영…자본비율 1000%
이자 임대료가 주수익..성장없어 직원 '답답'
직원 사기 바닥..내부 고발 잇따라

(서울=뉴스1) 강현창 기자 | 2014-02-13 05:21 송고 | 2014-02-13 05:35 최종수정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에 안개가 끼어 있다. 2013.1.30/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직원수가 80명에 불과하지만 불황에도 상관없이 꾸준한 흑자를 기록하는 증권사가 있다. 유화증권 얘기다. 역사만 52년되는 고참이고 지급여력비율이 1000%로 업계 최고수준이다. 그러나 증권업계서 유화증권은 강소증권이라 불리지 않는다. "증권사도 아니다"는 반응이 많다.
◇ 리스크 'ZERO' 경영…"절대 망하지 않는다" = 유화증권은 지난 2013회계연도 상반기(4~9월) 영업수익으로 105억4300만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63억5000만원이다. 같은 기간 적자를 기록한 증권사가 26곳이나 된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성적이다. 윤경립 사장등 특수관계인 25명이 64% 지분을 갖고 있고 시가총액은 13일 현재 1343억원이다.

불황에서도 수익을 거둔 비결은 유화증권의 특이한 수익구조에 있다. 유화증권의 수익은 다른 증권사처럼 주식의 운용에 다른 위탁수수료 수익이나 IB업무, 자산관리 등에서 나오지 않는다

유화증권의 고객 예수금 규모는 270억원에 불과하다. 파생상품예수금은 고작 9000만원 어치 뿐이다. 일반 예수금이 158억원, 펀드 등 집합투자예수금이 106억원 어치다. 그 결과 유화증권이 고객의 자금을 운용해 얻는 수수료 수익은 1년에 30억원을 겨우 넘는 수준으로 전체 수익 중 15%를 넘지 못한다.
반면 부동산자산의 임대수익과 금융자산의 이자수익이 전체 수익 중 70% 넘는다. 이중 부동산 임대로만 한 해 80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둔다. 현재 서울 여의도 유화증권 빌딩에는 키움증권이 입주해 6개 층을 사용 중이다. 유화증권은 지상 20층 짜리 건물에서 단 3개 층만을 사용한다.

수익구조에서 리테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보니 비용지출이 심한 지점운용에도 미련이 없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증권가의 일괄적인 구조조정을 요구하면서 용산지점이 폐쇄하면서 이제 유화증권은 지점이 단 두 개 뿐이다.

남은 지점 중 을지로지점은 일년에 수백차례 자사주거래를 하는 윤장섭 명예회장의 전용 지점으로 알려졌으며, 강남센터도 다른 오너일가의 증권거래와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위한 창구로서 기능을 하고 있어 특별한 영업압박을 받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 성장도 'STOP'…직원 복지도 업계 최저 = 탄탄한 재무구조에는 함정이 있다. 바로 성장둔화다. 유화증권은 52년 역사를 가진 고참급 증권사지만 해가 갈수록 사세가 축소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유화증권은 직원수 120명, 지점수 5개였다. 그러나 현재는 직원수는 80명, 지점수는 2개로 크게 줄었다. 유화증권보다 직원수가 적은 증권사는 흥국증권과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이 전부다. 지난해 주문사고를 낸 한맥투자증권도 사고 전에는 유화증권보다 규모가 컸다.

시장점유율도 초라하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유화증권의 지난 2013회계연도 상반기 시장점유율은 0.14%에 불과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NCR비율(영업용순자본비율)은 업계 최고 수준의 우량함을 갖췄다. 자산은 있지만, 투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유화증권의 NCR비율은 1010.35%다. 이는 국내 증권사 중 가장 우량한 수치다. NCR은 총위험액 대비 영업용순자본의 비율이다. 유화증권의 총위험액은 430억원에 불과하지만, 영업용순자본이 4346억원이나 있다. 회사가 실행한 투자가 10차례 100% 손실이 나도 자산을 현금화해 다 갚을 수 있다는 얘기다.

회사 측은 "소수정예로 변화에 유연성을 가지고 대처할 수 있다"며 "높은 영업용순자본비율 등 회사의 안정성 측면에서는 업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다수 유화증권 직원들이 이같은 회사의 설명에 공감하지 않고 있다.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췄지만, 직원에 대한 대우는 업계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공시된 유화증권의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2790만원으로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낮다. 평균근속연수도 3.9년에 불과한 업계 최저다. 국내 평균은 7.6년으로 유화증권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한 유화증권 직원은 "보통 증권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상식과는 맞지 않는 곳"이라며 "회사가 망할리는 없겠지만, 직원 중 누구도 행복하지는 않은 회사"라고 털어놓았다.

◇ 직원사기 바닥에…내부 고발 잇따라 = 직원들의 사기도 바닥까지 떨어졌다. 회사가 이윤은 끊임없이 남기지만 정작 직원들의 복지에는 관심이 없어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후덜덜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유화증권에 대한 다양한 내부고발성 글도 화제가 됐다.

여기에는 유화증권의 웃지 못할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회사의 출석체크가 다른 증권사들처럼 전자신분증을 이용한 전산시스템이 아니라 수기로 작성하는 출근부로 이뤄지는가 하면, 부서 예산이 없으면 자비로 명함을 작성해야 한다거나, HTS로 조회되는 해외자료나 뉴스가 전무하다는 내용도 있다.

최근 대부분의 증권사가 선보이고 있는 MTS서비스도 관련 담당하던 리테일본부장의 핸드폰이 스마트폰이 아니라 피처폰이어서 유화증권은 도입하기 어렵다는 내용도 있다.

심지어 지난 2012년 5월 자택에서 사망한 채권운용팀장 유족이 과로사였다며 회사에 위로금을 요구했지만 전혀 받지 못했다는 얘기도 있다. 당시 채권팀장은 국민주택채권 담합에 따른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와 보유채권 과다계상 문제로 인한 내부 징계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한 책임으로 채권팀장은 6개월 견책 처분과 함께 주 1~2회 야근과 격주 토요일 출근이라는 추가근무 명령을 받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유화증권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채권팀장의 죽음이 외부에 과로사로 소문나지 않게 입단속을 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khc@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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