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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세한 황금자 할머니 생전 "고맙고, 미안하다"

양아들 "기부금, 후손들이 위안부 고통 잊지 않도록 장학금으로…"
빈소 이대목동병원…영결식 28일, 강서구민장으로

(서울=뉴스1) 홍우람 기자 | 2014-01-26 05:50 송고 | 2014-01-26 05:53 최종수정
전 재산을 장학금 등으로 사회에 환원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황금자 할머니가 26일 새벽 향년 90세로 별세했다. 빈소는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 News1 홍우람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황금자 할머니가 26일 새벽 향년 90세 나이로 별세했다.
이날 낮 12시쯤 찾은 황 할머니의 빈소에서는 생전 외로웠던 할머니의 삶을 대변하듯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장례가 치러지고 있었다.

빈소는 김동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사무처장 등 정대협 활동가들과 강서구청 관계자 등 십여명이 지키고 있었다.

할머니 사망 소식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오후 2시까지 조문객 50여명만 빈소를 다녀갔다.
가족이 없는 할머니 장례식 상주는 서울 강서구청 사회복지사 김정환씨가 맡았다.

그는 2002년 강서구 등촌3동주민센터에서 사회복지담당으로 근무할 때부터 지난 10여년간 할머니를 어머니처럼 보살펴왔다.

이날 경기 파주에 마련해둔 장지에 다녀왔다던 김씨는 "서류상 맺어진 관계는 아니지만 함께 식사도 하고, 꽃구경도 다니고, 병원에도 모시고 다녔다"며 "(할머니 곁에) 아무도 안 계시니까 아들 노릇하겠다고 할머니께 말씀드렸다"고 상주를 맡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김씨만큼이나 할머니의 '양아들'에 대한 마음도 애틋했다. 할머니는 숨을 거두기 3일 전 "보고싶은 사람이 있다"며 김씨를 불러 달라고 했다.

2011년부터 할머니를 돌봐오며 할머니의 임종을 지킨 햇살간병인협회 소속 조명림(53)씨는 "할머니의 부름에 달려온 김씨 등을 병세가 깊어져 말을 잇기 힘든 상태였던 당신은 아무 말 없이 한참 동안 쳐다보기만 하셨다"고 회상했다.

조씨는 "간병하면서 할머니께서 편안하게 좋은 데로 가셨으면 하고 기원했다"며 "할머니를 돌보면서 '사랑한다'고 말씀드리면 '고맙고 미안하다'고 항상 말씀하셨다"고 고인을 기렸다.

빈병과 폐지를 주워 모은 돈과 정부가 지원하는 생활안정지원금 등을 아껴 할머니는 2006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강서구 장학회에 총 1억원을 기부했다.

2011년 12월에는 사후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한 유언장을 작성하기도 했다.

김씨는 "할머니가 어렵게 모은 돈을 하나도 안 쓰시고 기부하신 거라 더욱 갚지다"며 "단순히 기부가 아니라 자라나는 학생, 후손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을 역사로 인식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할머니 빈소는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 12호실에 마련됐다. 장례는 강서구청 주관으로 치러지고 영결식은 28일 강서구민장(葬)으로 엄수된다.
故 황금자 할머니. © News1


hw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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