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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심은경 "힘든 아역 생활…전 반대부터 해요"

성인된 심은경, 영화 '수상한 그녀'로 돌아오다

(서울=뉴스1) 유기림 기자 | 2014-01-24 10:07 송고
영화배우 심은경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4.01.2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만 스무살, 연기경력 10년차. 배우 심은경은 인생의 절반을 연기로 보냈다. 2004년 MBC 드라마 '단팥빵' 아역으로 시작한 이 어린 배우는 성인 연기자로서 첫 발걸음을 주연으로 떼기에 이르렀다. 그것도 단독 주연으로. 젊되 어리지 않은, 늙지 않았어도 성숙한 심은경(20)은 영화 '수상한 그녀'가 개봉한 지금 기분이 어떨까.
심은경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감사드린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마 부담이 많았을 것이다. 유학 후 복귀작인데 자신이 전면에 나섰다. 또 같은 날 박보영, 이종석 주연의 코미디 '피끓는 청춘'과 황정민, 한혜진이 나선 멜로 '남자가 사랑할 때'와 맞붙어야 했다.

지난 22일 같은 날 뚜껑을 연 이 영화들 가운데 첫날 승리를 가져간 작품은 우선 '피끓는 청춘'이었다. 둘째날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심은경의 연기가 관객들에게 통했던 것일까. '수상한 그녀'는 개봉 둘째날 두 영화를 제치고 영화진흥위원회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24일 오후 6시40분 기준 영진위 실시간예매율에서도 2위를 달리고 있다.

"워낙 바빠서 흥행을 기대할 겨를도 없었어요. 워낙 경쟁작들이 기대작이라 불안한 감도 있었구요. 성인 배우로서 첫 시도를 한 작품이기도 해서 관객 분들께서 연기를 어색하다고 봐주시지 않을까 우려도 했구요. 지금까지 호평들이 있었지만 더 많은 분들이 보시고 어떤 평가를 내려주실지 긴장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해요. 관객수에서 많이 차이가 나는 건 아니지만 여러분들께서 '수상한 그녀'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기대해주고 보러가주신다는 점만으로도 행복해요."
영화배우 심은경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4.01.2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2011년 1월부터 2013년 6월까지 미국에서 유학한 심은경은 "한국에 돌아와서 연기를 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춘기를 겪으며 정체성에 혼란이 왔고 심지어 연기하는 사람인지도 망각하게 됐다. 아역배우를 하다보니 학교 생활을 따라가기 벅찼다. 인종 차별로 상처받기도 했다"면서 "연기를 다시 하게 되더라도 시간이 많이 걸릴 거라는 걸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어머니 추천도 있었고 시나리오가 무척 좋아서 주저없이 '수상한 그녀' 출연을 선택했어요. 어머니께서 힘들어하던 저에게 연기를 다시 하면 다시 제 모습으로 되돌아올 거라고, 절 믿는다고 하셨어요.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다시금 제가 행복한 사람이고 행운아라는 걸 느꼈죠. 많은 걸 가져다준 작품이에요."

심은경은 자신이 '행운아'라고 했지만 '수상한 그녀' 오두리를 그 아니면 누가 연기했을까. 영화 속 심은경은 오드리 햅번처럼 새초롬하게 외모를 꾸민 스무살의 얼굴로 칠순 할머니 오두리이자 오말순으로서 걸쭉한 대사들을 쭉쭉 뽑아낸다.

극 중 심은경은 젊어지기 전 욕쟁이 칠순 할매 나문희에 빙의해 그의 말투로 실제 칠순인 배우 박인환에게 거침없이 "박씨!"를 외치고, 아들 성동일을 애잔한 눈빛으로 쳐다보거나 손자로 나오는 아이돌 B1A4의 진영이 엉덩이를 팡팡 치며, 훈남 이진욱 곁에서 술을 마시고 "남자는 그저 처자식 안 굶기고 밤일만 잘하면은…"이라고 능청스럽게 말한다. 웃겨야 한다는 과장도, 어색함에서 오는 부족함도 없는 심은경의 연기는 '수상한 그녀'의 큰 볼거리다.

"자연스럽게 할머니 모습을 끌어내려고 했어요. 중요하게 생각한 건 할머니의 감성이었죠. 오말순은 모진 풍파를 이겨내고 자식 하나를 바라보며 살아온 어머니잖아요. 저절로 엄마를 떠올렸죠. 우리네 어머니 이야기일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제 연기가 만족스럽다고 하지는 못하겠어요. 어느 영화건 아쉬움이 항상 남아요. 그래도 박인환 선생님과의 호흡은 역대 최상이었어요. 때리는 장면에서도 마음껏 하시라고 다독여주신 선생님의 배려와 이끄심 덕분에 세대차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게 연기가 잘 나왔던 것 같아요."

심은경은 예쁘다. 찔러보고 싶은 통통한 볼로 그 나이대의 아름다움을 보여줘서, 20대 여자배우가 할 법한 뻔한 배역만 고집하지 않아서, 그 역할을 잘 해내서 예쁘다. 걸쭉한 할머니 연기로 좀 더 예쁘게 보이지 않는 점이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심은경은 맑은 눈을 반쩍이며 여느 질문에서보다 단호하게 대답했다.

"역할이 주어지면 예쁘게 보이는 문제는 그 다음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는 배역을 온전히 보여야 하잖아요. 예쁘게 보이는 건 걱정할 문제가 아니에요. 언제든지 그런 역할을 맡을 수 있고 그때 신경쓰면 될 문제에요. 물론 외적인 것에 신경을 아예 안 쓰는 편은 아니에요. 무엇보다 마음이 맑고 고와야 얼굴에 나타나는 것 같아요. 그런 게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닐까요."
영화배우 심은경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4.01.2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각종 드라마와 영화를 거친 연기 10년차 중견(?) 배우 심은경. 아역이던 2011년에는 할머니 역으로 나온 영화 '로맨틱 헤븐'으로 대종상 여우조연상을 거머쥐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또래문화는 잘 모르"지만 자신의 나이를 뛰어넘은 연기는 잘하는 비결은 평소에도 술자리 때 주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감독, 스태프, 영화사 관계자들과 갖는 그의 생활과 연관이 있을까. 평범한 학생으로 또래친구들과 다양한 경험을 할 시간이 없어 유학길에 오른 심은경은 아역배우가 느끼는 힘든 점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심은경은 "생각해보면 제 나이 때 겪지 않아도 될 경험들도 많이 했다. 밤샘 촬영, 어른들 속에서 눈치 보는 일, 찬밥 신세 등등"이라며 "어린 나이에 굳이 겪지 않아도 될 일을 많이 겪어서 오히려 미국에 간 것도 있었다"고 떠올렸다.

"어릴 때부터 연기한다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힘드니까 반대부터 해요. 모든 배우들이 처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진 않거든요. 쉽게 받아도 언젠간 정상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어요. 되게 힘든데 그 허무함을 뭘로 채워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커서도 연기를 하고 싶으면 그때가서 생각해볼 문제에요. 천천히 가도 돼요. 최대한 학교 생활에 충실하고 또래들과 추억, 생각을 많이 공유했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커서 연기를 할 때 밑거름이에요."

심은경은 연이은 인터뷰에도 지치지 않고 "'수상한 그녀'는 서민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코미디면서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설날을 위한 영화"라며 홍보에 열심이었다. "연기할 때만큼은 심은경이 아니라 영화 속 인물로 보이는 배우가 됐으면 해요. 잘한다기보다는 매사 열심히 한다는 말을 듣길 바라기에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그의 말처럼 말이다.

"다음엔 진중하고 무거운 모습이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20대 심은경으로서 공부를 좀 더 해서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영화도 연출하겠다는 꿈도 있죠.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게 많아서 언제 바뀔지 모르지만요. 그래도 궁극적인 꿈은 끝까지 배우로 남는 거에요. 쭈글쭈글 할머니가 돼서도 멋진 풍채를 잃지 않고 정정하게 연기하고 싶어요. 평생 동안 배우로 살고 싶습니다."


gir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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