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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세탁기 풀터치, 시각장애인에겐 '그림의 떡'

"앞도 못보는데 평평한 디스플레이에서 메뉴 어떻게 누르나"

(서울=뉴스1) 허재경 기자 | 2014-01-21 06:54 송고
삼성전자는 지난 19일 시각장애인들의 접근성을 강화시킨 '2014년형 스마트TV' 신제품을 선보였다.(사진제공=삼성전자)© News1

오는 4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김모(26)씨는 혼수장만 준비로 전자제품 매장에 갔다가 허탕만 치고 돌아왔다. 가격이 비싸서 이거나 마음에 드는 모델이 없어서가 아니다. 최신형 모델 대부분이 표면이 매끈한 터치스크린으로 메뉴를 선택하도록 돼 있어, 1급 시각장애인인 그가 사용할만한 제품은 전무했다. 김씨는 "터치스크린 제품은 우리 같은 시각장애인들에겐 무용지물"이라고 씁쓸해했다.
풀터치스크린은 깔끔한 디자인에 얇은 두께까지 구현할 수 있어, 최근들어 정보기술(IT) 기기는 물론 생활가전에도 기본으로 내장되는 추세다. 냉장고, 세탁기, 전기오븐, 가스레인지 등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의 생활가전 제품들이 풀터치스크린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촉감으로 모든 제품들을 사용해야 하는 시각장애인 입장에선 풀터치스크린이 가장 불편한 방식으로 다가온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풀터치스크린 생활가전 가운데 시각장애인을 위한 편의기능을 지원하는 제품은 전무하다. 앞을 못보는 시각장애인들에게 평평한 터치스크린은 오히려 디지털 기기를 오작동시키는 원인이 될 우려도 있다.

유모(33·시각장애인 1급)씨는 "풀터치스크린 제품이 대중화 됐지만 솔직히 시각장애인 입장까지 고려해 나온 제품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스마트라이프 시대로 가면 갈수록 시각장애인들의 생활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배려없는 디지털기기가 오히려 시각장애인들에겐 정보격차를 더 벌려주는 역할만 하고 있단 얘기다.
간간이 음성안내 기능을 내장한 제품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 또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유모씨는 "시각장애인에게 음성 안내에 따라 눈에 보이지도 않는 버튼을 누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버거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대다수 시각장애인들은 음성지원 등 피상적인 대책보다 실효성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시각장애인협회 관계자는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때,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모든 시각장애인들이 사용 가능한 점자와 같은 형태의 디지털 이용 모드를 개발해 정착시키는 게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2012년말부터 산업통상자원부와 전자산업진흥회 중심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T 전자제품 시각장애인 이용환경(UI)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이 또한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강완식 한국시각장애인협회 웹접근성 평가센터 소장은 "정부 관련부처와 시각장애인들의 IT 전자제품 이용과 연관된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업체들과 이해관계가 맞물리다 보니,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소외계층들을 위해 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eo0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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