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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예산' 은평구, "중앙정부부터 도입해야"

[신년인터뷰]김우영 서울시 은평구청장

(서울=뉴스1) | 2014-01-16 20:59 송고
김우영 은평구청장이 15일 오전 은평구청장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4.01.1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주민이 직접 예산편성 과정에 참여하면 예산낭비를 막는 것은 물론, 주민들이 정말 원하는 곳에 돈을 쓸 수 있다. 중앙정부부터 국민참여예산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다."
은평구를 이야기할 때 주민참여예산은 빼놓을 수 없는 화제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제도를 갖췄고, 모바일 투표를 처음 도입해 주민참여예산 주민총회를 열었다.

그 결과 일찌감치 2012년 행정안전부 '전국 지방자치단체 예산효율화 평가'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았고, 지난해에만 서울시로부터 주민참여예산으로 23억7000만원의 사업비를 따냈다.

김 구청장은 15일 집무실에서 가진 뉴스1과 신년 인터뷰에서 "중앙정부 예산에서 일반회계가 300조원을 넘는데 사회간접자본(SOC) 부문 등 낭비되는 곳이 많다"며 "국민들이 직접 나라 살림살이를 놓고 판단하도록 하면, 특정 분야나 부처, 일부 지역의 이익만 우선되는 사업이 아니라 나라 전체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국가예산을 재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참여예산 전도사'란 별명답게 김우영 은평구청장에겐 주민참여예산제에 남다른 애정이 묻어났다.

김 구청장이 취임 후 공약대로 주민참여예산제를 시행하려 하자 앞서 주민참여예산제를 도입했던 기초단체도 "힘들 것"이라고 고개를 흔들었지만, 주민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지역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고, 집단이기주의와 주민간 갈등을 걱정했던 목소리도 사그라들었다.

김 구청장은 "각 동(洞)마다 두개 씩 의제를 내고, 1인 5표를 행사하는데 자기 동에 2표를 몰아줘도 나머지 3표는 공익에 부합하는 의제에 투표하게 된다"며 "참여 주민이 많다 보니 집단 이기주의가 아니라 집단지성이 발휘돼 결국 가장 공익적인 의제가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가 '시즌1'이었다면, '시즌2'는 보다 질적인 차원에서 수준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국가 차원의 예산 설계도가 바뀌지 않고는 지방의 진정한 변화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우영 은평구청장이 15일 오전 은평구청장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4.01.1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지난 연말 은평구엔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서울시와 노력해 은평뉴타운에 800병상 규모 가톨릭대학 종합병원 분원을 유치하게 된 것이다. 인구 50만이 넘는 은평은 서울시 자치구중에서도 인구가 많은 편이지만 종합병원이 없었다.

김 구청장은 "앞으로 가톨릭대학 종합병원과 연계해 은평뉴타운 미매각 부지를 의료관광과 연결시킬 구상을 하고 있다"며 "은평구가 가진 뛰어난 자연환경에 휴양과 의료진료를 같이 할 수 있는 의료관광타운을 만든다면 대단히 유망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달 은평구 새 주민이 됐다. 공관 이전 문제로 지난 연말 은평뉴타운에 임시로 둥지를 틀었다.

김 구청장은 "통장들이 음식을 해 가서 같이 밥도 드시고 주민들이 많이 좋아하신다"며 "바쁜 양반에게 부담을 줄 것 같아서 관사에 가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

-주민참여예산제는 어떻게 착안했나. 성공 노하우가 있다면.
▶국회에서 10여년 일하면서 예산 심사에 많이 참여했다. 당시 일본이 한번은 국회 예산심사를 체육관에서 공개적으로 한 적이 있는데 국민들이 심사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보고 모니터링하는 것이 인상깊었다. 우리는 어떤가. 연말이면 국회가 소위 '쪽지 예산'으로 타당성 검토 없이 지방의 SOC 사업을 대거 통과시킨다. 연말되면 으레 보도블럭 교체하고, 쓸데없는 곳에 다리 만들고 단체장이나 지역구 국회의원이 생색을 낸다.
이런 과정에 주민이 참여하면 예산낭비를 막고, 주민들 스스로 원하는 부분에 예산을 쓸 수 있겠다 생각해 공약을 했다. 집단이기주의나 주민간 갈등에 대한 우려도 높았지만 도입하고 결과를 보니 집단지성이 발동됐다. 불광천 화장실, 소형 제설차량 도입 등 많은 주민들에게 편익이 돌아가는 의제가 1등했다. 많은 주민이 참여할수록 더 많은 이익이 있는 쪽에 투표하게 되고, 공공의 선에 도달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지금까지는 주민참여예산 '시즌1'이었고, '시즌2'는 보다 질적인 차원에서 수준을 올려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중요하다. 정부부터 국민참여예산을 도입해야 한다. 국가 일반회계가 300조원이 넘는데 솔직히 낭비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안전행정부가 지자체에 이 제도를 권고하고 있는데 정부부터 해야한다. 우리나라는 정부부처 예산이 SOC에 과도하게 투자되고 있다. 지방 공항이나 항만, 엑스포 등 투입 대비 효율이 떨어지는 것들이다. 국가적 예산의 큰 설계도가 바뀌지 않고는 지방도 발전할 수 없다. 비효율적인 SOC 사업이 아니라 가계소득을 끌어올리고, 농어민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곳에 더 투자해야 한다.
얼마 전에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지방파산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지방정부가 파산하는 것은 잘못된 중앙의 예산설계 때문이다. 지방정부만 탓하는 것은 건설적인 진단이 아니다. 의사가 처방을 잘못해서 환자의 병을 악화시켰다면 의사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 지방정부 예산은 중앙정부가 하고 있고, 중앙정부는 지방에 일을 이양하기 보다 쥐려고만 한다. 그동안 부동산 거품에 의존해 지방예산을 설계해놓고 문제가 생기니 이제 지방 탓을 하는 것은 지방 목민관의 입장에서 봤을 때 무책임하다. 지방의 문제를 극복하려면 국가 전체의 예산구조와 칸막이 행정, 부처간 이기주의, 기득권 구조를 깨야 한다. 국민들도 연말에 국회의원 쪽지예산만 탓하기 보다, 그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려고 해야 한다.

-은평구에 처음으로 종합병원이 들어서게 됐는데 유치 과정은?
▶가톨릭병원 측이 적극적이라 처음에 500병상을 계획했다가 800병상으로 늘렸다. 은평뉴타운이 북한산 등 자연과 가까워 환경이 좋다. 앞으로 병원과 연계해 은평뉴타운 미매각 부지를 의료관광과 연결시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미국·중국·일본 등에 우리나라의 뛰어난 의료기술이 많이 알려져 있다. 의료관광이 강남같은 초현대화된 도시만 가능한 게 아니라 자연 속에 부락을 조성해 휴양과 의료진료를 같이 할 수 있는 의료관광타운을 연결한다면 대단히 유망할 것이다.
진관동 일대에 한옥마을이 들어서는데 그곳에도 전통과 현대문화가 공존하는 문화특구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신분당선이 연결되면 은평에서 강남까지 30분이면 간다. 은평뉴타운 지금까지 주거지의 역할에 치우쳤다면, 이제 제2의 도약으로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전국 최연소 단체장인데 장단점이 있다면
▶처음엔 부담이 많이 됐지만 어르신들을 아버지 어머지처럼 대했더니 어렵지 않았다. 어르신들은 나라를 위해 평생 고생했지만, 국가로부터 변변한 대접을 받지 못한 세대다. 기초연금 제도가 보편적으로 확대돼 어르신들부터 먹고 사는 문제를 걱정하지 않도록 만드는 게 정말 중요하다.

-민선 5기 동안 정부가 바뀌고 시장도 바뀌었는데 변화가 있었는지.
▶박근혜 대통령이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공약하고 당선됐는데, 복지지출 확대에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 지난해 무상보육 때문에 자치구들이 정말 고생 많이 했다. 무상보육 같은 국가 단위의 사업은 정부가 100% 책임져야 한다.
박원순 시장은 디테일 행정의 대가이다. 뉴타운도 출구전략으로 적절한 시기에 연착륙했고, 마을 공동체나 도시재생, 공유, 협동조합 등 서울이 나아갈 트렌드를 제시하고, 디테일한 생활정치를 선도했다. 다만 자치구 입장에선 거대한 재정권한을 가진 서울시도 자치구에 권한을 나눠줄 필요가 있다.

-구청장으로서 철학이나 좌우명은?
▶높은 건물과 멋진 외형만 갖춘 도시가 아니라 아이를 잘 키우고, 공부하기 좋고, 재해 없이 안전한 삶의 터전을 만들어 갈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사람 중심의 행정'이 가장 중요하다.

-올해 포부는?
▶올해엔 선거가 있기 때문에 선거 기간 업무 연속성 측면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임진왜란 때 선조가 위란에 대비해 왕위를 쪼개 권한을 나누는 분조(分朝)를 했다. 올해 초 구청 직원들에게 '여러분 한분 한분이 하나의 분조라 생각하고 더 열심히 일해달라'고 했다. 특별한 이벤트에 집중한다기 보다 구민의 민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평가 받겠다.

◇김우영 구청장 프로필

▲1969년생(46세) ▲강릉고 ▲성균관대 국문과 ▲성균관대 부총학생회장 ▲이미경 국회의원 입법보좌관 ▲노무현 대통령 선대위 정치개혁추진위원회 기획위원 ▲캘리포니아주립대(UCR) 객원연구원 ▲김영옥 재미동포연구소 이사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chach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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