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처리 해넘기는 고질병, 원인은 어디에?

"주고받기식 협상 방식·극단적 정쟁 등에 원인" 분석
올해부터 시행 예산안 자동부의제도도 정치권 이해 및 대립양상따라 무용지물 될 수도

본문 이미지 - 갑오년 새해 첫날인 1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대구지하철사업 예산 편법증액 의혹을 제기하며 정홍원 국무총리의 예산안 통과 인사말을 막아서고 있다. 2014.1.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갑오년 새해 첫날인 1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대구지하철사업 예산 편법증액 의혹을 제기하며 정홍원 국무총리의 예산안 통과 인사말을 막아서고 있다. 2014.1.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19대 국회가 갑오(甲午)년 첫날인 1일 또 다시 새해 예산안을 해를 넘겨 처리하는 '구태'를 되풀이했다. 이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19대국회 개원 이후 처리한 예산안은 모두 해를 넘겨 처리한 셈이다.

이 같은 구태가 되풀이되는 원인과 관련, 우선 예산안 처리를 두고 여야가 이견이 큰 쟁점법안 처리를 연계하는 '예산안 인질극을 벌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번 예산안 처리에 있어서도 여야는 공개적으로 '패키지딜'(일괄 타결)을 내세워 거론하며 주고받기식 협상을 진행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구랍 31일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자당이 요구한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 처리에 부정적인 기류를 보이자, "이번 여야간 협상에선 모든 게 다 '패키지딜'로 이뤄졌다. 어떤 것은 보내고 어떤 것은 안 보내는 전제가 아니다"며 "예산안·국가정보원 개혁법안·외촉법·세법 등 모든 게 다 같이 보내는 것으로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보니 여야간 일부분 협상이 진척되지 않을 경우, 예산안 처리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돼 있는 것이다. 이번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도 국정원 개혁법안의 합의가 당초 계획보다 늦어진 데다 막판에 민주당 내에서 외촉법 개정안 처리 반대론이 강하게 제기돼 예산안 처리가 지연됐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위해선 주고받기식 협상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문제는 여야가 연관성이 크지 않는 법안들을 놓고 '빅딜'을 추진하는 데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에 '빅딜'이 추진됐던 국정원 개혁법안과 외촉법 개정안은 서로 연관성을 찾아볼 수 없는 법안이다. 더욱이 박영선 의원 등 민주당내 강경파가 외촉법 개정안 처리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던 상설특검 및 특별감찰관제 도입 등 '검찰개혁법안'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선 예산안 '볼모 현상'은 여야간 '극단적 정쟁'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각 당내 강경파들의 극단적 행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당내 강경파들이 어렵게 절충점을 찾은 여야 지도부간 협상안을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고 무조건 거부하고 반발하는 행동 때문이라는 얘기다.

특히 당내 강경파가 소수가 아닌 다수를 이룰 경우엔 이 같은 '예산안 인질극'의 위험은 더욱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구태를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여야는 국회선진화법 입법을 통해 새해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를 도입한 상태다. 자동부의 제도는 내년도 예산안부터 적용된다.

국회법에 신설된 예산안 자동부의제도는 새해 예산안과 부수 법안 등에 대한 심사를 매해 11월30일까지 끝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기간 내에 새해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바로 다음 날 정부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게 된다.

예산안을 법정시한(12월 2일)내 처리하도록 하는 일종의 강제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이 조항은 다른 선진화법 조항과 달리 정부와 국회 등의 준비 상황을 감안해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5월30일부터 시행된다.

자동 부의제가 도입됨에 따라 회계연도 90일 전(10월3일)인 정부 예산안 제출 시한 역시 새해부터는 120일 전(9월3일)으로 앞당겨진다.

이에 따라 새해 예산안 연내 처리가 무산되는 구태는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긴 하지만, 의장과 각 교섭단체 대표의 합의가 있을 경우 자동부의제가 무력화되는 단서 조항이 있어 여야 정치권의 이해관계 및 대립 양상에 따라 예산안 지각처리 구태가 재연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로 인해 여야 지도부의 리더십과 의지가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예산안 해넘이 처리는 제도상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각 당 지도부의 인식과 지도력에 달린 측면도 있다"며 "야당 지도부가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강하고, 여당도 정부가 요구하는 법안을 관철시키려고 하기보단 예산안 처리에 포커스를 둔다면 이런 관행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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