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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명동성당 아닌 조계사 찾은 이유…

공권력으로부터 '자유'…하지만 25일은 성탄절
노조 "장기 은신 부탁", 조계종 26일 내부회의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2013-12-25 08:17 송고
경찰이 25일 오후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은신 중인 서울 종로구 조계사 주위를 순찰하고 있다. © News1 박세연 기자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경찰추적을 피해 성탄 전야인 2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로 들어간 가운데 이들이 수많은 도피처 중 종교시설, 특히 조계사를 찾은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체포대상인 박태만 수석부위원장을 비롯한 일반조합원 등 4명은 이날 오후 11시께 렉스턴 차량을 타고 조계사로 들어가 성탄절인 25일 현재까지 은신하고 있다.

경찰은 이같은 첩보를 입수해 곧바로 조계사 인근에 경찰병력을 배치했고 현재 인원을 3개 중대 250여명까지 늘려 박 수석부위원장 등에 대한 체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당초 박 수석부위원장이 불교신자이기 때문, 주지 스님과 친분이 있기 때문 등으로 조계사를 찾은 것이란 추측이 나왔지만 조계사 등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조계사가 국내 대표적인 종교시설 중 하나로 공권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곳이란 점에 비춰보면 조합원들이 도피처로 조계사를 삼은 이유를 추측해 볼 수 있다.

실제로 경찰은 과거 불교가 가진 권위와 조직력 때문에 쉽게 공권력을 투입하지 못했다. 지난 10여년 동안에는 조계사에 공권력이 투입된 사례가 전혀 없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 촛불집회에서 '집시법 위반 혐의'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간부,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등 총 8명이 조계사에 짐을 풀고 농성한 바 있지만 당시 경찰은 경내에 진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조계사에도 1995년, 1998년, 2002년 등 세차례에 걸쳐 경찰력 투입이 이뤄진 바 있다.

정부는 1995년 한국통신 파업으로 노조 지도부가 은신하고 있던 조계사에 경찰력을 투입했다.

1998년에는 현대중기산업의 노조가 공권력 투입으로 조계사에서 쫓겨났고 가장 최근인 2002년에는 총무원 측에서 경찰의 법당 출입을 요청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물론 조합원들이 이같은 사례에 비춰 '민주화의 성지'인 명동성당을 찾을 수도 있었겠지만 25일이 성탄절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가능성이 높다.

25일 예수축일 성탄미사가 열리는 명동성당 인근에는 수많은 경찰이 배치돼 시민불편을 야기할 수도 있는 등 현장상황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편 조합원들이 조계사에 계속 은신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조계사는 당장 조합원들을 퇴거조치하지는 않겠다고 했지만 '장기 은신'에 대해서는 26일 내부 논의를 거칠 예정이다.

노조는 이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먼저 사전 허락없이 조계사에 들어간 것에 대해 조계사 관련 분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조합원들의 조계사 이용을 요청했다.

노조는 "경찰이 민주노총까지 침탈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우리 사회의 양심을 지켜오신 종교계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을 양해해 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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