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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언어'쓰는 말룰라 주민들의 슬픈 성탄절

(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 2013-12-24 07:20 송고
다마스쿠스의 한 교회에서 시리아 말룰라 난민을 위해 예배를 집도한 그레고리오스 3세 라함 동방정교 대주교와 난민 어린이들의 모습.© AFP=News1


2000년 전 예수가 사용했던 알마익어를 아직 사용하고 있는 초기 기독교의 '성지' 말룰라의 고풍스러운 모습은 해를 또 넘기는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더는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AFP통신에 따르면 5000여명의 기독교계 말룰라 주민들은 수도 다마스쿠스의 대피소에서 우울한 성탄절을 준비하고 있다.

이슬람 지하디스트들의 공격을 피해 다마스쿠스로 온 흐네이네 탈랍은 "성탄절에 내가 받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말룰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탈랍은 알카에다 연계 무장단체인 알 누스라가 지난 9월 8일 말룰라를 점령했을 당시 가족과 친척을 잃었다.
그는 "알 누스라는 이슬람으로의 개종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20살난 내 아들과 남동생, 사촌을 살해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시리아 정부군은 이틀만인 9월 10일 말룰라를 수복했지만 지난 2일 다시 반군에게 점령권을 내줬다.

동방정교 대주교인 그레고리오스 3세 라함은 찬바람이 불고 어두운 교회에서 이들 피난민들을 만나 시리아에 사랑과 희망이 회복되기를 기도한 후 살해되거나 납치된 이들을 애도했다.

시리아 인구의 5%를 차지하고 있는 기독교인들은 내전 발발 당시 정부군과 반군 어느 편에도 서지 않으려했지만 반군 강경파는 정부군과 연루됐다며 이들에 공격을 감행했다.

라함 대주교에 따르면 내전으로 인해 사망한 12만6000여명 중 1200명이 기독교인이다.

60개의 교회가 파괴되고 24개의 기독교인 마을로부터 45만여명이 피난길에 올랐다.

이달초 반군에게 납치된 12명의 수녀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행방불명된 2명의 동방정교 주교, 이탈리아 예수회 사제 등의 소식도 알 수 없는 상태다.

라함 대주교는 말룰라 출신의 아이들에게 성탄 선물을 나눠주고 내전으로 고통받고 있는 기독교인 가족들에게 돈을 준 후 유달리 추운 교회를 나섰다.

말룰라 출신인 22세의 줄리아나는 "말룰라에서의 성탄절은 기쁨으로 가득 찼었다"며 "사람들은 트리를 장식하고 밤늦도록 성탄예배에 참석하면서 행복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다른 피난민인 나자르 파델은 "가족들이 모여 트리를 장식하고 새해를 맞이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다"며 "축하행사가 있더라도 돈도 없고 아이들의 선물 또한 교회로부터 지원받아야 하는 올해 성탄절은 매우 슬픈 날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find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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