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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대선 1주년 앞두고 잇단 '민영화' 논란에 곤욕

"사실 아니다" 거듭된 해명에도 '불신'론 확산
朴 대통령이 신뢰의 위기 맞고 있다는 시각도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2013-12-17 07:24 송고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1주년(12월19일)을 앞두고 잇단 '민영화' 논란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코레일의 '수서발(發) KTX 자회사' 설립 결정과 정부의 원격진료 도입 등 의료서비스 개선 방침을 놓고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을 비롯한 노동계와 보건의료계가 각각 '철도 민영화', '의료 민영화'의 전초 단계라고 주장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에 청와대를 비롯한 관계 당국은 "철도 민영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원격진료는 의료 영리화나 민영화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거듭 해명에 나섰지만, 이들 공공서비스에 대한 민영화 시비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연일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모습.

이런 가운데, 여권 일각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광우병' 논란으로 취임 초 국정운영 동력을 유지해나가는데 상당한 타격을 입은 전례가 있음을 들어 "정부가 현 상황을 조기에 수습하지 못할 경우 박 대통령도 그와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철도·의료 등 일련의 공공서비스 민영화 논란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기본 입장은 크게 "사실이 아니다"는 것과 "'사실이 아니다'는 정부의 설명을 믿어 달라"는 두 가지다.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문제와 관련해선 "그동안 코레일의 독점 체제로 운영돼온 우리나라 철도시장에 자회사 형태로나마 경쟁체제를 도입함으로써 공기업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일관된 설명이다.

아울러 청와대는 "수서발 KTX 자회사의 경우 민간자본이 아닌 공공자본으로 설립되는 것이기 때문에 민영화와 전혀 관계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박 대통령도 지난 1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철도노조가 코레일의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과 관련해 '철도 민영화 반대' 등을 주장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데 대해 "정부가 누차 '민영화하지 않는다'고 했는데도 (철도노조는)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않고 '민영화하지 말라'고 파업하고 있다"면서 "철도 민영화는 정부의 뜻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거듭 밝혔다.

청와대는 원격진료 허용 문제를 둘러싼 보건의료계의 반발과 관련해선 같은 날 "원격진료는 도서지역과 오·벽지 등 의료 취약지역, 또 거동이 불편한 노인·장애인 등 의료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 접근성을 높여 국민의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서 의료 영리화나 민영화와는 전혀 무관하다"(최원영 보건복지수석)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공식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엔 철도 및 의료 민영화를 기정사실화한 일부 이용자들의 원색적인 비방과 욕설이 담긴 글이 쇄도하는 등 그 파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일단 공식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민영화하지 않는다'고 했는데도 '믿지 못 하겠다'면 대체 어쩌란 말이냐"며 적잖이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사실 박 대통령이 공공서비스에 대한 민영화 추진 논란에 휘말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 가스, 전기, 공항, 수도, 철도, 의료 등에 대한 민영화가 추진될 것'이라는 식의 주장은 지난해 대선 당시부터 끊이지 않았었다. 때문에 당시 박 대통령 측과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관련 해명과 반박에 '진땀'을 빼야 했다.

이에 대해 한 여권 관계자는 "선거 땐 민영화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가 공기업 노조 등 이해 당사자들의 표(票)로 직결되기 때문에 상대 당이나 후보를 공격하는 '선거 프레임'의 하나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노조 측에서도 이 같은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 민영화' 논란의 경우 정부가 박 대통령의 '비정상의 정상화' 기조에 따라 방만 경영 근절 등 공기업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는 사실이 관련 노조에 부담으로 작용,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나름의 '정치적 결정'을 하게 만든 배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 등 야당에서도 최근 철도노조 등의 '민영화 반대' 논리에 가세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선 "현 상황의 원인을 단순히 정치적 문제 때문만으로 한정해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 10개월간의 국정운영 과정에서 점차 쌓여온 '불만'이 연말, 특히 대선 1주년을 앞두고 표면화되고, 박 대통령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또한 '냉정한 평가'로 바뀌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각오로 대통령이 됐지만, 대표적인 공약사항이었던 경제민주화는 '후퇴' 논란을 겪었다. 특히 복지공약인 기초연금의 경우 당초 공약보다 축소된 내용으로 정부안(案)이 확정되면서 결국 박 대통령 스스로 '사과' 입장을 밝혀야 했다.

게다가 정부 고위직 인사는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강조해왔던 "국민대통합이나 대탕평 기조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으며,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퇴 과정에서 불거진 채 전 총장과 여권 핵심부와의 갈등설(說) 등은 국가정보원의 지난해 대선개입 의혹사건 수사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한 요인이 되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박 대통령에 대한 열성적 지지와 지난 대선 승리를 이끌어낸 중요 가치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신뢰'인데, 그 신뢰는 단순히 '믿어 달라'고 해서 생기는 게 아니다"며 "결국 대화하고 소통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러지 못한다면 또 다시 '불통'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임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도 "대통령이 되면 누구나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진정성을 강조하지만, 그것이 항상 국민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면서 "지금 중요한 건 '정부가 민영화를 하냐, 마냐'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신뢰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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