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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광주·전남 '확산'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2013-12-16 01:50 송고
16일 오전 조선대 후문 벽에 '안녕하십니까' 대자보가 붙은 가운데 한 학생이 대자보 내용을 꼼꼼히 읽고 있다© News1 박준배 기자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이 광주·전남지역 대학으로 확산되고 있다.

16일 광주·전남지역 대학에 따르면 조선대와 전남대, 목포대 등 학내에 '안녕하십니까' 대자보가 잇달아 내걸렸다.

조선대에는 14일과 15일 사이 미대 후문과 정문 셔틀버스 승강장, 중앙도서관에 '조선대 학우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붙었다.

신문방송학과 09학번이라고 밝힌 이인철 씨는 조선대 후문에 대자보를 붙이고 "시험 기간 학업에 매진해야 할 때이지만 더 이상 침묵할 수 없기에 이렇게 펜을 들었다"며 "전국 수많은 대학교에서 묻습니다. 우리 조선대 학우 여러분들은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씨는 "국가기관에서 선거에 직접적인 개입을 해 민주주의를 흔들었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국민을 위한 인프라'를 민간 기업에 팔아넘겨 돈벌이로 전락시키려하고 이에 저항하는 코레일 직원 7608명을 직위해제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상식적인 것들이 상식으로 둔갑하고 과거의 뼈아픈 역사를 향해 역행하고 있다"며 "유신정권에 맞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외치던 저항 시인의 정신마저도 무너져버린 지금이,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실상이다"고 비판했다.

또 "지금까지 우리는 정치와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삶이 고단하다는 이유로 무관심했을지라도 이제는 '할 말' 해야 할 때"라며 "귀를 닫고 침묵한다면 우리는 언제까지나 안녕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대 중앙도서관 1층 현관 앞 게시판에는 '조선대 13 김민주'라고 밝힌 학생이 '조선대 학우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게재됐다.

김씨는 "저 멀리 서울에서 누군가 제게 안녕들하시냐고 물었다"면서 "네. 별 탈 없이 안녕했습니다. 그래서 부끄럽습니다"는 말로 시작했다.

그는 "국민 대표라는 국회의원이 대통령에게 사퇴하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제명 위기에 처하고 부정 선거 의혹과 국가 기관의 선거 개입이라는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삼시 잘 먹고 내 몸 뉘일 집 있으니 나는 안녕했습니다"라고 반성했다.

이어 "그래서 안녕하냐는 질문에 스스로 한없이 부끄럽습니다. 나는 반성합니다"라며 "행동하려 합니다. 소리치려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전남대 교내 곳곳에도 '안녕하십니까' 대자보가 붙고 있다.

전남대 도서관 앞 게시판에는 박정준 경영학과 09학번이라고 밝힌 학생이 '우리 전남대는 안녕한가요?'라는 대자보를 붙였고 '경영 08 위길복'이라고 밝힌 학생도 '안녕들 하십니까. 추운 겨울입니다'로 시작하는 글을 학교 게시판에 올렸다.

학생들은 전남대 1학생회관, 경영대와 도서관 앞 게시판 등에 대자보를 붙이고 '조금도 안녕하지 못합니다'라며 '행동하지 않는 양심과 침묵은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대학생으로서 안녕한 사회를 호소한다'고 주장했다.

목포대에도 "그동안 현실에 안주했던 제 자신에게 뼈저리도록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글이 내걸렸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은 고려대 경영학과 4학생 주현우씨가 지난 10일 대학 내 게시판에 대자보를 붙이면서 시작했다.

주씨는 대자보에서 파업한 지 하루 만에 4000명이 넘는 철도노동자들이 직위 해제되고, 부정선거 의혹에 국회의원이 '사퇴하라' 한 마디 했다고 제명 위기에 처하는 현실 등을 비판하며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주씨의 대자보 이후 '안녕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대자보 40여 개가 고려대에 붙었고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등 전국의 대학으로 퍼져나갔고 4일 만에 전남대·조선대·목포대 등에서도 "안녕하지 못합니다'로 시작하는 응답글이 릴레이식으로 게재됐다.

한 학생이 작성한 대자보 ‘안녕들하십니까’가 전국 대학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데는 '88만원 세대'의 숨겨져 있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박근혜 정부 출범 1년을 맞았지만 여전한 경기침체와 취업난 등 어려운 경제적 여건에 '철도 민영화'와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밀양 송전탑' 등 굵직한 사회적 이슈가 만나면서 젊은 층의 불만이 터져나오는 계기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대 한 관계자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계기로 대학생들의 사회 참여와 관심이 높아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nofat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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