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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서울역 촛불집회로 확산

주현우씨 "안녕 못한 이유 해소해야 안녕"
대학생 100여명과 국정원시국회의 집회 참여
대자보 일파만파…노동계 '유행어'로 급부상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2013-12-14 10:12 송고 | 2013-12-14 16:11 최종수정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cantbeokay)가 전한 13일 오후 3시30분 현장. © News1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대자보로 촉발된 대학가의 사회참여 움직임이 14일 철도파업 지지 및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 규탄 집회로 이어졌다.
지난 10일 고려대 경영학과 주현우씨(27)가 학내 게시판에 처음 붙인 대자보가 페이스북을 타고 대학가에 반향을 일으킨 지 나흘 만이다.

주씨를 비롯한 각 대학교 학생 100여명은 이날 오후 6시께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시국회의의 제24차 범국민촛불대회에 참가했다.

무대에 선 주씨는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운을 땐 후 "여러분은 여기 모인 사람들 수만큼이나 안녕하지 못한 이유를 갖고 있다. 안녕하지 못한 이유를 해소해야만 안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밀양 송전탑, 철도민영화 문제를 비롯한 미래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며 "우리가 안녕하기 위해서다"고 강조했다.
철도파업에 대해선 "7만2000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도 아쉬운 상황에 7200명을 직위해제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우리의 안정된 일자리에 대한 요구가 종북이라는데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주씨는 "이처럼 안녕하지 못한 발언들은 이제까지 터부시, 금기시됐다"며 "뭐만 말하면 종북, 대안 없는 비판이라는 말은 더이상 식상해서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시내뿐 아니라 전국에서 대자보가 붙고 있다고 한다"며 "이는 우리가 잘나서가 아니라 우리가 말하는 것을 허락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또 "나는 다른 걸 한 게 아니다"라며 "들끓고 있는 뜨거운 열기가 잠깐 얼음 밑에 있었는데 이를 수면 위로 올라오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우리가 안녕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안녕하다고 말하면 안 된다"며 "인터넷도 좋지만 서로가 직접 만나서 얘기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끝으로 "대자보는 글자로 크게 말한다는 뜻으로 알고 있다"며 "그게 어떻게 종북이고 선동일 수 있는가. 다시 한번 여쭤본다.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반문했다.
페이스북 계정 '안녕들하십니까'. © News1


이날 주씨를 비롯한 고대·연세대·숭실대 등 학생들은 "반대를 반대하는 그들의 비겁함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등 내용이 담긴 종이를 들고 있었다.

앞서 발언에 나선 박태만 철도노조 상황실장은 주씨 등 학생들을 소개하며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며 주씨 등의 응원에 연신 고마움을 표시했다.

주씨 등이 이날 준비한 행사는 일명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의 서울역 나들이'로 성북구 고대에서 서울광장을 거쳐 서울역광장까지 행진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주씨 등 대학생 300여명은 오후 3시께 고대 정경대 후문 인근에 모여 자신이 안녕하지 못한 이유를 적은 손팻말을 들고 성토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학생들은 각자 '내가 안녕하지 못한 이유'가 적힌 피켓을 들고 다양한 사회 현안을 놓고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오후 4시부터는 밀양송전탑 전국대책회의가 서울광장에서 개최한 집회에 참석해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71세의 나이에 음독자살한 고(故) 유한숙씨를 추모했다.

주씨의 대자보 이후 고대 후문에는 이에 동조하는 대자보가 잇따라 붙고 있고 온라인에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관심이 뜨겁다.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는 개설 이틀 만인 14일 오후 5시30분 기준 '좋아요' 숫자가 8만4000건을 돌파했다. 하루 전 같은 시간 약 1만1000건에 비해 급증한 수치다.

이처럼 '당신은 이런 힘든 상황에서 안녕하느냐'고 묻는 주씨의 해학은 이미 일파만파 퍼져 노동단체를 중심으로 정부를 비판하기 위한 멘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날 촛불집회에서는 "안녕하지 못하다. 인생 복지 공약 이행하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고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앞선 집회에서 이 말로 대회사의 운을 땠다.

파업을 이끌고 있는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주씨의 응원에 보답하는 의미로 고대 후문에 자필로 작성한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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