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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 첫 아파트 충돌…대참사 모면 '기적'(종합4보)

LG전자 헬기 조종사 2명 사망...주민 인명피해 없어
국토부 "항로 이탈"....안개 등 원인 밝히는데 주력

(서울=뉴스1) | 2013-11-16 13:16 송고 | 2013-11-17 00:59 최종수정


16일 오전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아파트에 LG그룹 소속 민간헬기가 충돌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 사고로 기장 1명과 부기장 1명이 사망했다. 2013.11.1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16일 오전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 LG전자 소속 민간헬기가 충돌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헬기 기장 박인규씨(57), 부기장 고종진씨(36) 2명이 사망하고 주민들이 대피했다.

사고 원인을 두고 헬기가 안개 속에 지정된 항로를 이탈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기체 결함이 있었거나 충돌 전 헬기가 이미 파손돼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은 곧바로 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고 사고 수습에 나섰고 서울지방항공청은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LG전자 민간헬기, 임원 태우러 가던 중 사고

사고 헬기는 2007년 제작된 시콜스키 S-76C 기종, 6인용으로 오전 8시46분께 김포공항에서 정상적으로 이륙 허가를 받고 비행에 나섰다.

이날 비행은 잠실 선착장에서 LG 임직원을 태우고 전주 공장으로 가는 것으로 계획됐었다. 그러나 헬기는 이륙 8분 만인 8시54분께 38층 건물 아이파크 아파트 102동 24~26층에 부딪쳐 화단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박 기장은 현장에서 숨지고 고 부기장은 의식불명 상태로 구조돼 건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헬기가 소속된 LG전자는 안개 낀 상황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김포에서 잠실까지 헬기를 이동하게 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LG전자는 "출발 2시간 전 쯤 박 기장이 기상조건을 이유로 잠실 경유 보다는 김포에서 출발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고 했다"며 "이후 기상상황을 보면서 선택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16일 오전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 민간 헬리콥터가 충돌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인부들이 추락한 헬기 잔해를 인양하고 있다.이 사고로 기장 1명과 부기장 1명이 사망했다. 2013.11.1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헬기 잔해, 김포공항 조사위로 옮겨져

이날 헬기 잔해를 수거한 차량은 오후 6시50분께 강서구 공항동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사고 헬기는 김포공항 내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사무실로 옮겨져 해체된 뒤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박정권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 사고팀장은 "사고 헬기에서 블랙박스를 분리해 데이터가 남아있는지 확인하는 데이터 추출 작업을 거칠 것"이라며 "블랙박스는 승객석 6석 중 가장 뒷부분인 헬기 후미에 위치해 있고 사고조사를 마치려면 1년여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사고수습본부 상황실 관계자는 "블랙박스에서 조종실음성녹음장치(CVR)와 비행자료분석장치(FDR)를 확인해야 한다"며 "블랙박스 파손률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분석 시간이 달라진다"고 전했다.

이번 헬기 사고 원인 조사는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 주관 하에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공동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짙은 안개로 항로 이탈한 듯" 원인규명 주력

이날 사고는 헬기가 지정된 항로를 이탈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재영 서울지방항공청장은 16일 오후 1시30분 열린 브리핑에서 "원래는 한강변을 따라 비행하도록 돼 있다"며 "사고 헬기가 잠실헬기장 부근에서 항로를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소방당국 등은 이날 오전 서울 도심에 짙은 안개가 끼어 시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던 점을 사고 원인으로 추정했다. 인근 홍실아파트 4동 관리인 왕모씨(66)도 "아파트 건물 반이 안 보일 정도로 사고 당시 운무가 심했다"고 증언했다.

서울지방항공청 등은 블랙박스를 확보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헬기가 정면 충돌이 아니라 건물에 스치듯 부딪쳤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충돌 사고 순간에 관심이 모인다.

김재영 서울지방항공청장은 브리핑에서 사고 헬기가 잠실헬기장 부근에서 항로를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헬기가) 마지막 사고지점에서 아파트를 스치듯 부딪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사고를 입은 아파트의 외벽에 동체가 처박힌 게 아니란 점 등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헬기 프로펠러는 가장 높은 26층 유리창 등 외벽과 부딪쳐 떨어지면서 아래 3개 층에 프로펠러가 다시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

사고 헬기가 아파트에 부딪치기 직전 최대한 충돌을 피하려 했을 것이란 추정도 가능하다.
16일 오전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 민간 헬리콥터가 충돌해 아파트 외벽이 심하게 부서져 있다. 이 사고로 기장 1명과 부기장 1명이 사망했다. 2013.11.1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기체 결함'·'충돌 전 파손' 의혹도

사고 조종사의 동료들은 기체 결함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 기장의 지인 A씨는 "LG전자 헬기는 고가의 장비로 지상접근 경보장치(EGPWS)와 같은 장비가 설치돼 있을 것"이라며 "EGPWS가 정상 가동했다면 아파트 충돌 사고가 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EGPWS가 작동했다면 안개가 아무리 짙어도 아파트 등 건물 근접시 경고음을 내 사고를 예방했을 것이란 주장이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사고 헬기에 EGPWS가 장착돼 있음을 확인했고 점검을 수시로 해 왔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충돌 전 헬기가 이미 파손돼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맞은편 101동에 거주하는 이모씨(60·여)는 "날개인지 꼬리인지 어떤 부분인지는 못 봤는데 이미 충돌 전에 파손돼 있었다"고 증언했다.

박 기장이 평소 기상이 안 좋으면 비행을 하지 않았다는 친구 김종찬씨(57)의 증언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김씨는 "평소 기상이 안 좋으면 절대 비행을 안 하던 친구"라며 "이전에도 기상이 안 좋을 때 '비행을 못하겠다"고 해 LG 임원들이 KTX 열차를 타고 이동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 '아수라장'…주민 30여명 대피

이날 사고 현장은 잔해를 수습하는 소방당국 등과 사고 현장을 취재하려는 국내외 취재진들이 뒤섞이면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경찰은 과학수사계 감식요원 11명을 투입해 현장을 보존하는 한편 채증 작업을 벌이고 헬기 인양작업도 함께 이뤄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300여명의 인원을 투입해 사고 현장을 수습·통제하고 주변 도로의 교통관리를 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날 오전 사고 현장을 찾아 "오늘같이 (안개가 많이 낀) 기상 상황에서는 헬기가 뜨지 말았어야 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사고가 '아주'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아 불행 중 다행이다"며 "서울시에는 고층 대형 건물이 많아 이번 사고가 더욱 아찔하다"고 말했다.

또 헬기 충돌로 아파트 21~27층 외벽 일부가 무너지자 강남구청은 인근 호텔 2곳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 주민 32명을 대피시켰다.
16일 오전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아파트에 LG그룹 소속 민간헬기가 충돌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사고조사반이 헬기 잔해를 살피고 있다. 이 사고로 기장 1명과 부기장 1명이 사망했다. 2013.11.1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아파트 주민들 "마른 하늘에 날벼락"

아파트 주민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며 "더 큰 참사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 천운"이라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헬기가 충돌한 102동에 거주 중인 길민규(27)씨는 집에 있다가 "쿵" 하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마치 지진이 난 것 같은 소리였다"고 전했다.

맞은 편 101동 18층에 거주하는 박모씨(77·여)도 "천둥소리가 나서 뭔가 하고 내다봤다"며 "헬기에선 연기가 났고 파편을 날리면서 추락했다"고 말했다.

같은 동에 거주하는 주민 김모씨(43·여)는 "아파트 한가운데 비행기가 와서 부딪히다니 뉴욕 9·11 테러처럼 건물 전체가 무너져 내릴 것 같아 두려움에 떨었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주민 2명은 갑작스러운 충돌음에 놀라 가슴 두근거림 등 증상을 호소해 병원치료를 받았다.

한편 박 기장과 고 부기장의 빈소는 각각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 30호에 마련됐으며 장례식은 회사장으로 치러진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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