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영빈 기자 = 이산가족상봉 불발 이후 남북한이 서로에게 대북·대남 정책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흐름이어서 당분간 북한의 대남 비방전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의 대남 비방은 특히 개성공단 재가동 이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조명철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개성공단이 재가동된 지난달 16일 이후 북한은 이달 5일까지 20여일간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와 국방위원회 등의 담화와 논평 형식을 통해 남측 정부를 비난하는 메시지를 14차례 낸 것으로 집계됐다.
북한은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는 등 대남 비방 수위를 점차 끌어올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TV는 지난 18일 박 대통령을 '유신 스타일'로 비유해 조롱하는 동영상까지 제작해 내보냈다.
이 동영상에는 "5·16을 쿠데타라 욕하지 마. 날 공주로 만들어준 최선의 선택이었잖아. 정수장학회 사회환수 떠들지마. 부친의 유산이고 내 돈줄이거든. 유신시대 지옥이었다 말하지마. 암흑 속의 '한강변의 기적' 만들었거든" 이라는 등 민감한 내용의 자막을 삽입했다.
북한의 대남 비방은 남북관계가 북측 의도대로 풀리지 않을 때마다 반복돼 왔던 것으로 새삼 의미를 크게 둘만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다만 금강산관광 재개와 관련 남측 정부가 최근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등 남측의 대북정책 변화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에 따라 대남 비방이 늘고 있다면, 이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로 예상된다.
정부 당국의 한 관계자는 19일 "일이 뜻대로 안풀릴 때마다 북한은 대남 비방을 강화했다"며 "최근의 비방전도 크게 다르지 않은 과거 행태의 반복"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는 남북 간 신뢰를 중시하는 현 정권 특성상 북한이 이같은 대남 비방전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측 정권의 대북정책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면, 특히 이번 정권에선 이같은 대남 비방전이 북한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는 뜻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대남 강경파 달래기용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과정에서 남측에 자존심을 구긴 측면에서 군부 강경파의 목소리가 뒤늦게 터져나오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조봉현 IBK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순히 군부 강경파를 다독이는 측면 말고는 이같은 비방전으로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산가족상봉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 간 현안이 본격 논의되기 전까지 북한의 대남 비방전 전술은 계속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비난 수위가 군사적 도발 가능성을 언급하는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bin198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