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지봉철 기자 = 영국의 물리학자 피터 힉스(84)와 벨기에의 프랑수아 앙글레르(81)에게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안긴 힉스입자는 기본입자들과 상호작용해 질량을 부여하는 가설적인 입자였다.
피터 힉스가 1964년 제안해 세상에 소개된 이 힉스입자는 물질에 질량이 생겨나게 해주는 입자로서, 그동안 가설로만 있을 뿐 존재가 확인되지 않았다.
빅뱅에서부터 우주가 탄생했다고 보는, 이른바 '표준모델'에 따르면 우주에는 힉스가 존재해야만 한다. 물리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이 세상이 기본입자(소립자) 12개(쿼크 6개, 렙톤 6개)와 힘을 전달하는 매개입자 4개(광자, 글르온 등), 기본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입자 1개로 이루어졌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힉스는 이들 기본입자들과 상호작용해 질량을 갖게 해주는 독특한 입자다. 힉스는 기본입자에 질량을 부여한 입자로 설명하는데, 이는 힉스가 없으면 물질들이 어떻게 질량을 가졌는지 알 수 없어서다. 따라서 물리학자들은 그동안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를 확인하기 위해 애써왔다.
힉스의 존재가 밝혀지면 중성미자, 전자, 쿼크 등 모든 물질의 근원인 기본입자들이 어떻게 질량을 얻게 되는지 드러나기 때문이다. 힉스를 '신의 입자'라고 부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힉스가 질량을 만들어내는 원리는 힉스장으로 설명된다. 광자가 전자기장과 관련된 입자이듯이 힉스 입자는 힉스장과 연관된 입자이다. 힉스장은 우주 공간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입자가 힉스장을 지나가면서 얼마나 힉스장과 상호작용을 많이 하는가에 따라 입자의 질량이 결정된다. 상호작용이 강할수록 질량이 무거워진다. 톱쿼크가 무거운 것은 힉스장과 반응을 많이 하기 때문이고, 광자는 반응을 하지 않아 아예 질량이 없다. 이처럼 힉스는 성질이 비슷한 입자들이 질량이 다른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다.
힉스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실제 세계적 석학인 스티븐 호킹 박사는 "힉스가 없다는 데 100달러를 걸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전 세계 80개국 8000여명의 물리학자와 엔지니어들은 둘레 27㎞에 달하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를 이용해 지난해 7월 LHC에서 검출된 소립자가 힉스 입자의 특성과 일치한다는 추론에 도달했다. 현재까지 계속되는 추가 연구를 통해 이 입자가 힉스 입자라는 게 확실해지고 있다.
또 지난 4일에는 일본의 도쿄대와 고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 등이 참여한 국제연구팀이 실험을 통해 힉스 발견을 학술적으로 증명했다. 질량의 기원에 대한 오랜 의문을 푼 셈이다.
하지만 힉스 입자만으로 우주의 신비가 모두 풀리는 것은 아니다. 전체 우주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아직 실체가 증명되지 않은 암흑물질의 연구결과에 따라 현대 우주론의 허점으로 남아있던 많은 수수께끼들이 풀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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