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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글 게시' 외부인에 월300만원 '묻지마' 지급(종합)

원세훈 공판…이모씨 "교육책자, 매뉴얼 받아본 적 없어"
'안보' 글보다 '정치' 글 모니터링한 정황도 드러나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2013-09-30 10:00 송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 News1 유승관 기자



국가정보원이 월 평균 300만원이나 쥐어주면서 외부조력을 요청한 일반인이 실제로는 국정원의 구체적 업무지시도 받지 않은 채 단순히 '일간베스트'(이하 일베) 등 글을 긁어붙이는 등 업무만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30일 진행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62)에 대한 6번째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외부조력자 이모씨는 국정원에 조력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 자세히 털어놓았다.


우선 "건강이 좋지 않아 일을 구하기 어렵고 어머니께 생활비를 100만원씩 보내야 해 어렵다고 국정원 심리전단팀 파트장 이모씨에게 호소한 적이 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이씨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어 "평소 인터넷상 선동글로 휩쓸리던 젊은이들 바로 잡고 싶은 생각이 많았고 이 파트장이 사이버상 방첩활동이라며 생활비를 지원하겠다고 하니 일도 하고 돈을 받을 수 있는 게 마음에 들어 동의했다고 진술했는데 맞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씨는 이같은 업무를 하며 매달 평균 300만원 가량을 돈을 받았지만 정작 돈을 쥐어준 국정원 측은 이씨에게 어떤 작업을 해야한다는 지시를 내리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으로부터 교육책자, 업무매뉴얼 등을 받아본 적이 없느냐"는 변호인 측의 질문에 이씨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또 이씨는 이같이 월 평균 300만원 가량의 돈을 지원받으면서 한 일로 매일 50여개 글을 다음 아고라 게시판(이하 아고라) 등에 올리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일간베스트(이하 일베)란 사이트를 보면 종북 관련 과거 기사들이 사실 위주로 아주 잘 정리돼 있다"며 "이같은 글을 그대로 복사하거나 각색해 아고라 등에 올렸다"고 설명했다.


또 이날 오전 진행된 이 파트장에 대한 증인신문에서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안보 관련 글'보다 정치적 성향을 띠는 일종의 '정치 토론 글'들이 국정원 심리전단팀의 모니터링 대상에서 오히려 더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측이 확보한 심리전담팀의 인터넷 특이사항 보고서에 따르면 "'일간베스트'는 학력인증 논란 후 동시접속 증가로 기존 정체성이 희미해지고 '네이트 판'같은 수다공간으로 변질됐다", "모 인사, 룸살롱 출입시 아가씨 이용해 변태충성주 만들었다" 등 안보와 크게 관련이 없는 내용이 보고사항의 다수를 차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오유, 뽐뿌 등에는 종북 성향 북한 찬양글이 워낙 많이 있기 때문에 모니터링했다"며 "일베는 보수 우파 사이트로 분류되는데도 '북한 사이버 전사'들이 들어온다"고 변명했다.


또 이 파트장은 이처럼 자신의 정치관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이같은 정치관이 국정원 심리전담팀의 댓글 활동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는 것을 밝히기도 했다.


우선 "(종북세력을 모니터링했다고 하는데) 종북세력을 나누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검찰 측의 질문에 이씨는 "'MB는 오사카 쥐박이' 등 글을 올리는 사람이 전부 종북세력은 아니지만 범종북세력에 포함되는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이씨는 검찰조사에서 "2012년 원장님 지시말씀 중 '종북이 종북정권 수립 야욕에 몰두하고 있다'는 말씀은 문재인, 이정희, 안철수를 염두에 둔 것 같다"고 진술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원 전 원장에 대한 다음 공판은 다음달 7일 오전 10시 진행된다. 이날 공판에서는 국정원 심리전단팀 직원 윤모씨, 황모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abilityk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