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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재원 SK 형제 나란히 구속…이유는

"예비적 공소사실, 최태원 책임 줄지 않아"
"김준홍 법정증언, 실체적 진실 파악에 결정적"
"김원홍 녹취록, 최 회장 형제에 '독'으로 작용"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2013-09-27 09:36 송고 | 2013-09-27 09:38 최종수정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최재원 부회장. © News1 정회성 기자


SK그룹 계열사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최태원 SK그룹 회장(53)과 최재원 SK그룹 부회장(50)이 27일 모두 구속 수감됐다.
최 회장 형제는 항소심에서 "검찰수사 및 1심 과정에서 허위진술했다"면서 새로운 전략을 펼쳤지만 항소심 법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오히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최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3년6월의 실형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됐다.

최 회장도 역시 항소심 막바지에 변호인까지 교체하면서 "그룹 차원의 전략적인 펀드 투자가 아니었다"고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써 최 회장은 양형에 참작돼 감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다수 예상과 달리 원심과 같은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 예비적 공소사실, 최태원 책임 줄지 않아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는 지난 13일로 예정된 선고를 앞두고 변론재개하면서 검찰 측에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최 부회장과 김 전 고문이 주도한 대출을 최 회장은 승인만 한 것일 뿐 개인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들에게 주도적으로 지시한 것이 아니라는 내용으로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재판부의 공소장 변경 신청 권고를 받아들였지만 종전 공소사실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유지하면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다.

당시 이같은 공소장 변경은 최 회장의 범행 가담 정도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면서 최 회장에 대한 선처 호소를 예상하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범죄의 동기나 경위에 있어서 다소 차이가 있을 뿐 SK계열사로 하여금 이 사건 펀드 출자 및 출자금 선지급을 하게 한 후 그 중 450억원을 김 전 고문에게 송금함으로써 횡령한 이 범행의 본질은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범죄의 동기라고 할 수 있는 최 회장의 자금수요를 위한 것인지 최 부회장의 자금수요를 위한 것인지 여부도 결국 최 회장이 이 사건 횡령 범행을 저지를 것을 마음먹은 시점에서는 사실상 최 회장 형제가 김 전 고문에 대한 투자위탁금 마련이라는 공통된 동기를 가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는 점에서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 최재원, 수사 및 1심 증언 신빙성 인정돼

최재원 부회장은 검찰수사 및 1심 법정에서 펀드 출자금 횡령을 주도했다고 자백했다가 항소심에 이르러 "자백이 허위자백"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최 부회장의 자백진술이 합리성을 띄고 있고 객관적 상당성도 인정된다"면서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내용에 이르기까지 매우 구체적"이라고 오히려 항소심 주장을 배척했다.

최 부회장은 허위자백 동기에 대해 "검찰수사를 총괄하는 입장에서 최 회장이 범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해명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서 "SK 법무팀, 변호인 등과 대책회의를 통해 최 회장을 보호하고자 허위자백을 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대한민국 재계서열 3위라는 SK그룹 회장과 부회장에게 법률적 조력을 하는 SK 법무팀과 변호인들이 어떻게 무죄인 최 부회장으로 하여금 최 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허위자백을 하게 할 수 있겠냐"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이 도대체 어떤 법률적 조력을 받았기에 어리석고 미련하게도 자신이 무죄라면 아무런 필요가 없는 보호를 받겠다고 아무 잘못없는 동생 최 부회장이 허위자백을 하게 한다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분노하기도 했다.

최 부회장은 김준홍 전 대표와 IFG 주식 고가매입에 의한 배임부분도 원심과 달리 유죄로 인정됨에 따라 실형 선고의 또다른 근거가 되기도 했다.

◇ 김준홍 법정증언, 실체적 진실 파악에 결정적
김준홍 전 대표. © News1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의 증언은 이번 판결을 내리는데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했다. 김 전 대표는 항소심 재판부가 직권으로 10여차례에 걸쳐 80시간을 할애해 증인신문할 만큼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이었다.

김 전 대표는 검찰수사 당시 최 회장의 펀드출자 및 선지급 관여사실을 진술했다. 그러나 최 부회장이 자수하고 자백진술을 하자 이에 맞추어 진술을 번복했다.

이후 김 전 대표는 "최 회장 형제 지시로 김 전 고문에 대한 최 부회장의 투자위탁금을 마련하기 위해 SK그룹으로부터 펀드출자금을 선지급받아 이를 김 전 고문에게 송금했다"고 자백하면서 선처를 호소했다.

김 전 대표에 대한 증언은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체적으로 부합하면서 최 회장 형제의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됐다.

재판부는 "이 법원에서 여러 차례 증언이 일관돼 있고 김 전 대표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면 도저히 진술할 수 없는 부분에 이르기까지 매우 구체적"이라고 신빙성을 높이 인정했다.

최 회장 형제는 펀드 출자 및 출자금 선지급이 '김 전 대표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김원홍 전 고문이 김준홍 전 대표를 위해 최 회장 형제에게 불합리하고 무리한 요청을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면서 "최 회장이 수사초기부터 김 전 대표를 사기죄나 횡령죄로 고소하는 등 어떠한 의사표시를 한 바도 전혀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가 항소심 법정에서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는 선처를 베풀었다.

◇ 김원홍 녹취록, 최 회장 형제에 '독'으로 작용

최 회장 형제 측은 항소심 11차 공판에서 김원홍 전 고문과 김준홍 전 대표 사이의 개인적인 돈거래를 입증하기 위한 '막판 뒤집기 카드'로 김 전 고문과 피고인들의 통화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급박하게 증거로 신청했다.

하지만 이 녹취록은 오히려 최 회장 형제에게 '독'으로 작용하면서 유죄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김 전 고문의 지시와 계속된 재촉에 펀두출자 및 선지급을 지시하게 되었다는 내용 ▲수사과정에서 최 부회장과 김 전 고문이 사실대로 진술하지 않았다는 내용 ▲김 전 고문이 김 전 대표에게 허위내용의 진술을 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 등에 대해 모두 유죄를 뒷받침하는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또 김 전 고문이 김 전 대표와 통화하면서 펀드 출자금을 송금한 것을 두고 '최 회장이 고마워할 것이다. 나중에 큰 절 받게 해 주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도 "펀드 출자 및 출자금 선지급이 김 전 대표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오히려 "김 전 고문이 최 회장과 최 부회장, 김 전 대표 등과 의도적으로 공소사실에 배치되는 내용의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들을 담고 있다"면서 "검사가 증거로 원용한 녹취록 기재부분은 예비적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으로 신빙성이 있고 증거로서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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