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 로이터=뉴스1) 이준규 기자 =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DC 해군공창(네이비야드)에서 총기를 난사해 12명의 목숨을 앗은 범인이 망상에 빠져 범행을 자행한 것으로 추정됐다.
발레리 팔레이브 미 연방수사국(FBI) 워싱턴지부 부지부장은 25일 "범인인 아론 알렉시스(34)는 자신이 극저주파수(ELF, Extremely Low Frequency) 전자기파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망상에 빠져 있었다"고 밝혔다.
FBI에 따르면 알렉시스는 지난 3개월동안 정부가 전자기파를 통해 자신을 통제, 조정하고 있다는 기록들을 남겼다. 피해망상은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이에 자신을 공격한 정부에 대한 보복차원에서 정부시설물인 해군 공창에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알렉시스가 범행에 사용한 레밍턴 산탄총에 '나의 극저주파 무기', '고통은 끝났다', '이 방법이 더 나아' 등의 문귀가 새겨져 있는 사진들도 FBI는 공개했다. FBI는 이날 범행 당시 해군 공창 폐쇄회로TV(CCTV) 영상 일부도 공개했다.
영상에는 알렉시스가 사람들을 공격하는 장면은 없지만 총을 들고 건물 내부를 이동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사건당일 오전 8시경 파란색 토요타 프리우스 렌탈 차량을 운전해 공창 안으로 들어온 알렉시스는 등가방을 맨 상태로 출입문을 통과해 미 해군체계사령부 건물로 진입했다.
이후 산탄총으로 무장한 그는 낮은 자세로 복도를 거닐며 사람들을 찾아 나섰으며 복도 끝에 있는 사람들을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방들을 수색했다.
FBI의 시간 기록에 따르면 알렉시스는 오전 8시16분경 첫 번째 피해자에게 총격을 가했으며 1분 후 이 건물 4층에서 걸려온 긴급전화를 받은 경찰이 현장으로 출동했다.
단독으로 범행을 저지른 알렉시스는 3층에서 경찰과 1시간여 동안 대치하며 총격전을 벌인 끝에 사살됐다.
총기 오용 경력과 정신병력이 있는 알렉시스가 어떻게 공창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보안카드를 가질 수 있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알렉시스는 해군 입대 3년 전인 지난 2004년 시애틀에서 자동차 바퀴를 총으로 쏴 터뜨린 이력이 있다.
그는 두 곳의 재향군인 병원에서 불면증 치료를 받은 병력도 있으며 로드아일랜드 경찰에 환청이 들리고 호텔방 벽에서 진동이 느껴진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애쉬튼 카터 미 국방부 차관은 "나와 척 헤이글 국방부 장관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이번 사건 전에 이미 (이런 일을 예고할 만한) 알렉시스의 행동이 있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해군 장비의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는 휴렛패커드(HP)는 알렉시스가 일하고 있던 장비업그레이드 업체 '더 엑스퍼츠'와 하도급 계약을 끝냈다.
HP 대변인은 "알렉시스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음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다"고 계약 파기의 원인을 설명했다.
더 엑스퍼츠는 이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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