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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회담' 합의문 없이 종료…박근혜-김한길 평행선

국정원 사건-채동욱 사퇴 등 거의 모든 현안 입장차…여야 책임 공방, 정국 경색 장기화 우려
朴, 국정원 댓글 사건 등 관련 野 사과 요구 거절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파동 놓고도 대립 고조

(서울=뉴스1) 진성훈 기자, 김현 기자 | 2013-09-16 13:34 송고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사랑재에서 새누리당 황우여,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3자회담을 위해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3.9.16/뉴스1 © News1 박철중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황우여,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16일 정국 정상화 해법을 찾기 위해 3자 회담을 가졌으나 국정원 개혁 등 거의 모든 현안에서 서로의 이견만 확인한 채 실질적인 성과 없이 회담이 끝났다.

이에 민주당은 원·내외 병행투쟁에서 전면적인 장외투쟁으로 전환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정쟁을 위해 일방적 요구사항만 주장하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하는 등 3자 회담 이후 오히려 정국이 더욱 급속히 냉각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국회 내 한옥인 사랑재에서 국회의장단 및 여야 대표, 원내대표 등과 함께 최근 러시아·베트남 순방 결과에 대한 설명회를 가진 뒤 같은 장소에서 3시30분부터 황 대표, 김 대표와 함께 3자 회담을 가졌다.

박 대통령이 정국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만나기는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는 여야 대표 비서실장이 배석했으며, 회담은 당초 예상했던 1시간에서 30분 가량을 넘겨 오후 5시까지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오늘 회담을 통해서 우리가 여러가지 오해가 있었던 부분은 풀고, 또 추석을 앞두고 국민들께 희망을 드릴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잘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회담이 됐으면 한다"며 "여야가 안보와 민생에 관한 한 정쟁을 중단하고 국회 안에서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자는 선언이 있길 간곡히 바라마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3자 회담' 정례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반면 김 대표는 시작부터 작심한 듯 박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웠다.

김 대표는 "국가 정보기관의 선거개입은 민주주의 근본을 허무는 헌정 유린행위"라며 국정원의 선거와 정치 개입,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무단 공개 등에 대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민주당의 국정원 개혁 요구안이 담긴 문건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와 관련해서도 김 대표는 '검찰 무력화 시도', '또 하나의 국기문란', '반법치주의의 전형' 이라고 성토하며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무력화에 앞장선 청와대 민정수석과 관계자, 법무장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3자 회담 내내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사안 별로 첨예한 입장 차를 보였고, 결국 공동 합의문을 발표하지 못한 것은 물론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회담 결과 브리핑마저 따로 진행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이날 회담에서 여러 차례 국정원 문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김 대표는 회담 종료 후 의원총회에서 "1시간 30분 가량의 회담 중 상당시간 동안에 대통령 사과에 대한 공방이 있었는데, (박 대통령은) 몇 가지 논리로 '사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김 대표의 사과 요구에 대해 "수사 중이거나 재판중인 사건에 대해서 사과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전 정부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다음 대통령이 일일이 사과한 일도 없는 것으로 안다"며 거절했다.

박 대통령은 다만 "댓글 의혹 사건이 재판 결과 사실로 밝혀지면 그 점에 대해서는 법에 따른 문책이 있을 것이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하는 것으로 족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이제까지 (역대 대통령들이) 국가기관에 관한 것이나 측근비리에 대해 사과한 것은 예외 없이 검찰의 기소단계에서 사과했다. 재판이 완결된 뒤에 사과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김 대표는 대선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의 유세 중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내용 언급 및 국정원의 회의록 공개 강행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박 대통령은 이를 거절했다.

국정원 개혁 문제와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최고의 강도 높은 개혁안을 마련하겠다"며 자체 개혁안 마련을 강조, 국회내 국정원 개혁 특위 설치를 요구한 김 대표와 의견차를 보였다.

김 대표가 주장한 국회 내 국정원개혁특위 구성에 대해선 박 대통령이 여야가 논의할 일이라며 공을 넘겼고, 이에 황 대표가 "현행 국회법과 국정원법상 국회에 국정원 개혁을 위한 별도 특위를 만드는 건 옳지 않다"고 반대했다.

황 대표는 다만 국정원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보위원회 내에 국정원 개혁을 논의할 소위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채 총장 사퇴 파문을 놓고서도 크게 대립했다.

김 대표는 "채 총장을 사상초유의 방식으로 몰아내기 한 것과 관련해 법무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 관계자들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박 대통령은 "법무장관이 감찰권을 행사한 것은 법적 근거를 갖고 있고 진실을 밝히자는 차원에선 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채 총장은 사표를 낼 게 아니라 의혹을 해소하는 데에 적극 나서고 협력하는 것이 도리였다"며 진실을 규명하기 전까지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면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에 전문가인 검사들이 술렁이고 반발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하겠느냐"고 재차 따졌고, 박 대통령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세제개편안과 복지 재원 마련 등과 관련해서도 김 대표는 부자감세 철회를 요구한 반면 박 대통령은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말하는 등 시각차를 보였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회담 내내 서로의 주장만을 강조한 채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정국의 엉킨 실타래를 풀기는 어렵게 됐다.

오히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자 서로를 향해 책임을 떠넘기며 공방을 벌였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이 경제·민생 회복에는 관심없고 정쟁을 위한 자신들의 일방적 요구사항만 주장하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유 대변인은 "민주당은 회담 전부터 민생문제보다는 현재 수사 중인 국정원 문제, 최근 혼외자식 논란으로 공직자로서의 도덕성 문제가 불거진 채동욱 검찰총장 문제에만 집착했다"며 "오늘 회담에서 민주당이 했어야 할 말은 해묵은 정쟁거리를 다시 내놓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도록 우리 정치권이 무엇을 해야 할지, 대통령과 여야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진심을 담은 제안과 조언을 해줬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모든 것들을 망각한 채 어렵게 성사된 회담을 망쳐버린 민주당은 국민들을 실망시킨 데 대해 사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대표는 이날 '3자회담'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할 말은 다했다. 많은 얘기가 오갔지만, 정답은 하나도 없었다"고 혹평했다.

민주당은 의총에 이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날 회담으로 "박 대통령의 현 정국에 대한 현실 인식은 민심과 심각한 괴리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향후 대여(對與) 투쟁전략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하기로 했다고 김관영 수석대변인이 밝혔다.

지난 달 1일부터 원·내외 병행투쟁에 돌입했던 민주당은 김 대표의 노숙투쟁과 천막당사 장외투쟁을 유지하기로 하는 것은 물론 한층 대여 투쟁 수위를 높여 전면적인 장외투쟁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김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에서 회담 결과에 대해 매우 격앙된 분위기가 흘렀다고 전하면서 "국민의 기대와 달리 불통으로 일관한 박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사실상 회담결렬에 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제1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인식에 대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 인식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우쳐 주도록 할 것"이라며 "앞으로 민주당의 투쟁전략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유 대변인은 "국민의 세금으로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이 제 의무는 다 하지 않고 길거리를 배회하겠다는 것"이라며 "만약 장외 투쟁을 지속하기 위한 빌미로 이번 3자회담을 민주당이 이용했다면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야가 회담 결과를 놓고 책임 공방을 이어감에 따라 당분간 국회 정상화는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는 지난달 말까지가 법정 처리 시한이었던 올해 정부 결산안 심사를 진행하지 못한 것은 물론 이달 초 정기국회 개회에도 불구하고 의사일정조차 합의하지 못해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 내년도 예산안 심사 등의 일정이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세제개편안과 취득세 인하, 전월세난 대책을 비롯해 각종 민생 법안들의 국회 처리도 기약할 수 없는 상태다.

다만 이 같은 국회 파행이 길어지면서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 모두를 향한 비판 여론이 급격히 높아질 가능성이 높아 추석 이후 여야가 다시 타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남아 있다.


tr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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