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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땅' 양산동 주민이면 다 알아"

검찰, 전재용씨 소유 경기도 오산시 50만㎡ 압류
황실재산, 등기부등본 조작해 불법이전 소유 의혹

(오산=뉴스1) 권혜정 기자 | 2013-08-20 09:40 송고 | 2013-08-20 09:48 최종수정
20일 오후 오산시 양산동 독산성 세마대지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재용씨가 소유한 50만㎡의 토지 일부가 보인다. 사진 속 붉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전씨 명의로 되어있다. 검찰이 이번에 압류한 500억원대 부동산은 환수팀이 지금껏 압류한 재산 중 최고가다.2013.8.20/뉴스1 © News1 최영호 기자


"뭘 새삼스럽게 그래, 저기가 전두환네 땅인건 양산동 주민이면 다 아는 이야기야."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재용씨 소유의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 일대 땅 50만㎡을 압류한 다음 날인 20일.

마을 주민들은 대체로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뭘 새삼스럽게 그러냐"라는 반응들이었다.

양산동 주민 장철래씨(50)는 "양산동 일대가 '전두환 땅'이라는 이야기는 양산동 주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주민들이 '전두환 땅'이라 일컫는 곳은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에 위치한 한신대학교 뒷편 약 50만㎡ 임야다.

땅의 대부분은 문화재인 독산성과 인접해 있어 개발이 제한돼 있지만 예상 매매가는 500억원에 달한다.

이 땅은 전 전 대통령의 처남인 이창석씨(62)가 부친인 이규동씨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돼 있지만 검찰은 사실상 전 전 대통령의 숨겨둔 재산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서 말한 주민 장씨는 이번에 검찰이 재용씨 소유의 땅을 압류한데 대해 "그동안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명목 땅이 있는데도 정부가 가만히 있었던 것에 어이가 없었다"며 "나머지 비자금 등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조사해 모두 회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산동 주민 A씨도 역시 "양산동 일대가 전두환 처가집 땅, 즉 전두환 땅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20일 오후 오산시 양산동 독산성 세마대지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재용씨가 소유한 50만㎡의 토지 일부가 보인다. 사진 속 붉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전씨 명의로 되어있다. 검찰이 이번에 압류한 500억원대 부동산은 환수팀이 지금껏 압류한 재산 중 최고가다.2013.8.20/뉴스1 © News1 최영호 기자

양산동에 거주하고 있는 이모씨(42)는 "수십만원이 재산의 전부라고 하던 사람이 오산시 독산성 일대 수십만평의 임야를 소유하고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 지역 토박이인 문모 할아버지(76)는 "저 땅은 전 전 대통령의 장인 이규동씨가 박정희 정권 전에 사들인 땅"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처럼 양산동 일대의 땅이 전 전 대통령의 땅이라는 소문은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이 동네에 거주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버스운전기사 이병제씨(65)는 "양산동 일대가 전두환 땅이라는 말은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며 "이 곳에 거주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루에 몇 번씩 버스를 운전하며 수십명의 주민들을 접하는 그는 "이번에 땅이 압류된데 대해 주민들은 '새삼스럽지 않다'는 반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대부분 양산동 주민들은 "땅의 소유권 이전에 대한 내막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전두환 일가 땅이라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양산동에서 30년 가량 거주한 안모씨(52·여)도 역시 "(전두환 땅에 대해)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전두환 장인땅이라고는 하지만 그게 전두환 땅 아니냐"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수십년간 전두환 비자금으로 말이 많았음에도 '전두환 땅'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은 상황에 그냥 웃기기만 했다"며 "심지어 이 근처에 위치한 전두환 별장으로 들어가는 길은 당시 화성군수가 직접 깔아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20일 오후 오산시 양산동 독산성 세마대지 산림욕장으로 가는 길목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별장 터가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 News1 최영호 기자


실제 양산동 일대에는 전 전 대통령 별장의 터가 남아 있었다. 지난 2007년 허문 것으로 알려진 별장 터에는 과거 잉어가 노닌 것으로 보이는 호수 등이 자리해 있었다.

별장 터로 진입하기 위해 약 5분 여간 걸어가는 아스팔트 길가에는 전 전 대통령이 좋아한다고 알려진 전나무들이 빼곡하게 심어져 있었다.

허문 별장의 터는 이창석씨가 부동산개발업체인 늘푸른오스카빌 대표 박모씨의 계열사에 580억원에 매각한 땅에 포함된다. 늘푸른오스카빌은 이 부지에 약 9000세대 아파트 단지 조성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의 별장에 대해 한 주민은 "아스팔트 도로뿐만 아니라 전나무도 역시 당시 화성군수가 직접 심어준 것"이라고 귀띔했다.

양산동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B씨(52)는 "별장 옆에 과거 전두환 대통령의 전용 헬기장이 있었다"며 "지금은 시 소유로 돼 공영주차장으로 사용되지만 과거 이곳에서 전두환 대통령의 장모가 개인적으로 운전연습을 하기도 했었다"고 설명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씨가 19일 저녁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탈세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차에 오르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 News1 박철중 기자


앞서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추징금 특별환수팀(팀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지난 14일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리 창구로 지목되고 있는 이창석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오산 땅도 함께 압류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1984년 부친 이규동씨로부터 물려받은 경기 오산시 양산동 일대 88만여㎡의 땅 중 50만㎡를 지난 2006년 공시지가의 10분의 1도 안되는 28억여원에 재용씨에게 팔았다.

재용씨는 이후 이 땅을 건설업체에 되팔았지만 계약이 해지되면서 60억원의 선급금을 챙겼다.

이씨는 재용씨에게 넘기고 남은 땅 44만㎡를 부동산개발업체인 늘푸른오스카빌 대표 박모씨의 계열사에 580억원에 매각했다.

검찰은 재용씨 소유의 땅 50만㎡도 비슷한 위치에 있는 만큼 최소 500억원대 가치를 갖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 땅은 석연치 않은 거래를 통해 전씨 일가가 가로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일대 180만㎡의 땅은 지금 시세로 환산하면 상업적 가치가 1조원이 넘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씨가 아버지 이규동씨로부터 물려받았다.

MBC 보도에 따르면 땅의 일부인 산 19번지 일대 구(舊)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1970년 3월 이왕직 장관 명의의 땅이 주식회사 화성농축을 거쳐 이규동 씨에게 넘어갔다는 것이다.

이왕직은 대한제국 황실의 재산을 관리하던 일제시대 장관으로 1945년 광복과 함께 사라졌다. 그 땅은 모두 국유화됐다.

그런데 25년 전 없어진 이왕직 장관이 땅을 팔았다고 등본에 기록돼 있는 것. 나머지 땅인 600번지 일대 구 등기부등본도 1970년 8월 문화공보부로 넘어간 뒤 바로 그날 이규동씨에게 팔렸다고 돼 있다.

당시 대한제국 황실재산 정리를 맡았던 담당자는 "문화공보부는 재산을 처분할 권한이 없다"며 "이 등기부등본은 등기소랑 짜고 가짜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문화재관리국의 황실재산목록에 이씨의 오산땅은 누락돼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1960년 6월 황실재산목록을 보관하던 창덕궁에 불이 나 토지목록이 소실된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 이후 상당한 면적의 황실토지가 불법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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